[영남타워] ‘진보’를 바라보는 시선

  •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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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12 10:28  |  발행일 2026-03-12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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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를 다루는 뉴스 대담 프로그램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패널들이 흔히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가 '좌파'다. 진보를 지향하는 집단을 가리키는 의미로 고착된 이 단어를 대하는 어감을 개인적으로 피력하면, '그렇게 썩 내키지 않는 편'에 속한다.


어쩌면 뜨거운 혈기로 가득했던 20대를 최루탄과 화염병이 교차하는 아스팔트 위에서 보낸 탓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거슬러 올라가 해방 이후부터 21세기를 맞이한 최근까지 보수를 자처하는 기득권층에서 비롯된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진보'에 대한 인식 수준과 함께, 이들을 바라보는 혐오에 가까운 시선에 대한 경계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 탓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일제강점기 당시 친일파로 악명이 쟁쟁했던 인물 대부분이 해방 이후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명분 아래 이승만 정권에서 요직에 발탁되는 등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노덕술이다. 일제강점기 가장 악명 높은 경찰이었던 그는 사상범(독립운동사건)만 취급하는 고등계에서 27년간 근무했다. 현재의 총경급인 경시까지 승진했던 극소수의 조선인 경찰 중 한 명이었다. 특히 조선인을 상대로 한 고문 전문가로 악명이 높았기에 의열단의 처단 목표로 설정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광복 후 반민족 행위에 대한 엄벌은 고사하고, 이승만 정권의 비호 아래 경찰직을 유지한 것도 모자라, 의열단장을 지낸 독립운동가 김원봉을 파업의 배후자로 체포해 고문을 가하는 참상을 벌였다. 해방 후 38선을 경계로 미국 군정이 통치한 남쪽은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였지만, 소련 군정이 통치한 북은 사회주의 체제로 전환하면서 비롯된 남과 북의 정치적 대립이 불러온 참극이었다.


실제 노덕술을 비롯한 친일파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반대하면서 분배와 평등을 지지하는 공산주의자 색출을 명분으로 독립운동가를 포함한 수많은 인물을 체포해 고문하는 악행을 저질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 남한 분위기가 공산주의를 배격하는 반공주의(反共主義) 열기로 한껏 달아올랐던 것과 무관치 않다.


주목할 대목은 한국 현대사에서 반공이 갖는 의미가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정체성을 뜻하기보다, 정부 주도 아래 단일 이데올로기로 담론화해 유포된 측면이 강했다는 데 있다. 실제 한국의 반공 이데올로기는 정치적으로 민족지상주의와 국가주의를 옹호하고,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지했다. 또 외교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자유진영(서방)과 동맹을 추구했지만, 사회적으로는 서방의 자유주의를 수용하기보다 개인의 희생과 사회적 결속을 옹호하는 일련의 사상적 흐름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사상적 특질을 가진 한국 특유의 반공 이데올로기가 사회 전반에 고착되면서 반공주의는 곧 보수와 궤를 같이한다는 등식을 성립시켰고, 기득권층과 결을 달리하며 다른 목소리를 내는 진보 성향의 세력을 향해 '빨갱이', 즉 좌파라는 낙인을 찍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가 말하는 좌파라는 단어에는 기득권을 쥔 정치세력의 정략적 필요에 따라 특정 이데올로기를 반국가적 요인으로 낙인을 찍고 폭력적 수단까지 동원해 배척하는 과정에서 농축된 경멸적 요소가 내재해 있다. 따라서 예능 프로그램과는 달리 뉴스만큼은 좀 더 정제된 단어와 격식을 갖춘 어휘력으로 주제를 맛깔스럽게 풀어내는 인물들이 많이 출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창훈 / 경북본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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