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대 전문가에 묻다 ①] “투자를 움직이는 것은 ‘숫자’와 ‘비교’…단순 ‘운’이라고 생각 말아야”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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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15 17:08  |  발행일 2026-03-15
김민영 계명대 심리학과 교수 인터뷰
“손실 회피 심리 강해, 투자가 도박처럼 변할 위험도”
코스피가 소폭 하락하며 장 초반 5,600선을 내주며 출발한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소폭 하락하며 장 초반 5,600선을 내주며 출발한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어느새 코스피는 5천을 넘어 6천선을 터치했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주식 장(場)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시장 변동성이 커졌지만 지역 개인투자자들의 참여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식 활성화 이면에 투자자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타인과의 비교와 손실 회피, 기회 상실에 대한 후회 등이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난 4일 김민영 계명대(심리학과) 교수를 만나 주식 광풍 속 투자 심리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일문일답.


▶코스피 5000, 6000 같은 숫자에 한국인들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사회는 전반적으로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개인을 완전히 분리된 존재로 보기보다 공동체 속에서 자신을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내 계좌가 아니더라도 코스피 같은 큰 숫자에 함께 반응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개인을 인식하는 경계가 비교적 넓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주식 투자에는 본인의 수익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영향도 큰 것 같다.


지난 4일 김민영 계명대(심리학과) 교수가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지난 4일 김민영 계명대(심리학과) 교수가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사회적 비교가 많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비교 자체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더 발전하려는 동기를 만들기도 한다. 다만 주식시장에서는 비교 대상이 '숫자'로 너무 명확하게 드러난다. 누가 얼마를 벌었는지 바로 보이기 때문에 불안과 박탈감이 커진다. 문제는 그 감정이 추가 매수 같은 충동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 가치나 시장 상황을 보기보다 감정이 투자를 결정하는 상태가 되면 위험하다."


▶주식 투자도 도박처럼 변할 수 있나.


"충분히 가능하다. 주가가 오르면 뇌에서 강한 보상 신호가 발생한다. 도박과 비슷한 메커니즘이다. 특히 손실이 발생하면 더 위험해진다. 사람은 이익보다 손실에 훨씬 크게 반응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손실 회피'라고 한다. 손실을 만회하려고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되고 그 과정이 반복되면 투자라기보다 도박에 가까운 패턴으로 흘러갈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후회는 "그때 샀어야 했는데"다.


"심리학에서는 '반사실적 사고'라고 한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하며 '그때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지나간 일을 과장해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큰데 마치 확실히 그렇게 됐을 것처럼 믿는다. 이런 사고는 감정을 더 자극하고 비합리적인 투자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이 좋을 때는 "내가 투자 감각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럴 때일수록 결과의 원인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중요하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귀인'이라고 한다. 결과의 원인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다. 모든 성과를 자신의 능력 덕분이라고만 생각하면 판단이 흐려질 수 있고 반대로 실패를 전부 운탓으로 돌리면 배울 기회를 잃게 된다. 투자에서는 개인의 판단뿐 아니라 시장 환경, 외부 변수, 타이밍 같은 다양한 요인을 함께 봐야 한다."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감정은 무엇일까.


"희망과 불안이 동시에 존재한다.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가만히 있으면 뒤처질 것 같다'는 불안이 강하다. 특히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투자하면서도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는 불안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코스피 6000을 처음 돌파했을 때 오히려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남들은 1억원을 벌었는데 나는 1천만원밖에 못 벌었다'는 식의 비교 때문이다. 이런 비교는 끝이 없다. 그래서 비교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보다 과거의 나와 비교하는 편이 더 건강하다. 예를 들어 '3개월 전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면 불안이 줄어든다. 불안이 커지면 시야가 좁아지지만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면 시야는 오히려 넓어진다."


▶온라인에서는 주식 관련 자극적인 댓글도 많다.


"가능하면 안 보는 것이 좋다. 심리학에는 '가용성 휴리스틱'이라는 개념이 있다. 사람은 눈앞에 쉽게 떠오르는 정보에 더 영향을 받는다. 자극적인 댓글이나 부정적인 글을 반복적으로 보면 그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쉽다. 분석적인 판단보다 즉각적인 감정 반응이 먼저 나오게 된다."


▶미국과 이란 전쟁 등 외부 충격으로 코스피 변동성이 커졌다. 만약 시장이 급락한다면 투자자들의 집단 심리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까.


"경제는 개인의 생존과 밀접하게 연결된 영역이다. 그래서 큰 충격이 오면 집단적 불안이나 패닉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경제 공황 시기에는 우울과 불안이 증가했다는 연구도 많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재해석'이라고 한다.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스스로를 안정시키는 것이 일종의 심리적 응급처치가 될 수 있다."


▶스스로 건전한 투자를 하고 있는지 판단할 기준은 있나.


"자신이 세운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손실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정리하겠다고 정해 놓고도 계속 투자하거나 손실을 만회하려고 빚을 내는 행동이 반복된다면 위험 신호다. 특히 누가 봐도 정리해야 할 상황인데도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면 이미 감정이 투자 판단을 압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숫자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


"주식을 단순히 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상황, 시장 환경, 리스크 등 다양한 요인을 함께 봐야 한다. 또 비교를 하더라도 항상 위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자신보다 어려운 상황을 보며 현재 위치를 돌아보는 '하향 비교'도 심리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야를 넓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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