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실패에서 배운다] 플랫폼 활용해 다시 일어선 자영업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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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21 09:35  |  발행일 2026-03-21
플랫폼 확산에 일감 급감, 활용해 다시 반등
성실한 작업으로 고객 신뢰 확보
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재활용부터 마카다를 운영하는 윤부현 대표가 가게 앞에서 인터뷰 중이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재활용부터 마카다'를 운영하는 윤부현 대표가 가게 앞에서 인터뷰 중이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 여러 산업에서 플랫폼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됐다. 오랫동안 한 가지 방식으로 일해온 자영업자들에게 이러한 변화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기존 방식을 고집해서기 보다는 새로운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화의 방향을 읽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다면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재활용부터 마카다'를 운영하는 윤부현(62)씨는 플랫폼을 활용해 다시 사업의 활로를 찾았다.


◆플랫폼의 영향


윤씨는 2002년부터 중고가전 도매업을 했다. 냉장고, 세탁기 등 중고 가전제품이 나오면 이를 일반 매장에 납품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2016년 대구 남구 대명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업 형태에도 변화가 생겼다. 중고가전 도매업을 비롯해 집정리, 철거, 이사, 화물, 유품정리까지 영역을 넓혔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 사업 범위도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이거 어떻게 처리하지 그 고민을 덜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철거, 이사, 용달, 집정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윤씨의 사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스마트폰 '플랫폼'이었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이 활성화되면서 기존 유통 구조가 흔들렸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중고 물건을 처분하려면 중간 상인을 거쳐야 했지만 플랫폼 등장 이후 개인 간 직거래가 일상이 됐다. 물건 거래뿐 아니라 이사, 운반, 단기 일손까지 플랫폼 안에서 해결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윤씨의 일감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물건이 우리를 거쳐서 소비자에게 갔는데 지금은 직거래가 돼버렸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이사도 직접 사람을 구해서 하고 필요 없는 물건은 플랫폼에서 팔고 나눔까지 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같은 업종은 자연스럽게 일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죠."


특히 2022년 전후로 변화는 더욱 크게 체감됐다. 이전에는 일주일에 한두 건씩은 꾸준히 들어오던 일이 어느 순간부터는 한 건도 없는 경우도 생겼다. 윤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왜 안 될까 싶어 멍하게 있었던 시기"라고 말했다.


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재활용부터 마카다를 운영하는 윤부현 대표가 스마트폰을 통해 중고거래 플랫폼을 확인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재활용부터 마카다'를 운영하는 윤부현 대표가 스마트폰을 통해 중고거래 플랫폼을 확인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플랫폼의 활용


윤씨에게 전환점은 대구신용보증재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찾아왔다. 그는 운영자금 대출을 통해 자금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사업은 자금이 있어야 쫓기지 않습니다. 자금이 부족하면 제값을 못 받고 일을 하게 되고, 그게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마케팅 컨설팅'을 통해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을 고민하게 됐다. 처음에 윤씨는 광고를 생각했다. 하지만 한 달 50~60만원 수준의 광고비는 부담이 컸다. 효과도 확신하기 어려웠다. 대신 윤씨는 플랫폼을 직접 활용해보기로 했다. 물건 거래뿐 아니라 소규모 운반, 작업 등을 직접 맡고, 필요한 인력을 플랫폼을 통해 구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플랫폼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피해자'라고만 여겼죠. 그런데 가만히 보니 물건 사고파는 것만이 아니더라고요. 사람도 구하고, 일도 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그 안에서 다 찾을 수 있었어요. 지금은 오히려 없으면 안 되는 도구가 됐습니다."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일의 흐름도 달라졌다. 냉장고 하나를 옮기는 작은 용달 일이 집정리로 이어지고 집정리 고객이 다시 유품정리나 철거 의뢰로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플랫폼을 통해 만난 사람과의 관계가 또 다른 일로 이어지면서 선순환이 형성됐다.


◆신뢰와 실속, 그리고 생존 방식


플랫폼 활용과 함께 윤씨가 강조하는 또 하나는 '신뢰'와 '성실함'이다. 유품정리와 집정리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정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작업 현장에서 비어 있는 줄 알았던 보석함 안쪽에서 반지를 발견해 돌려준 일도 있었다. 또 가족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사진을 따로 모아 전달하기도 한다.


작업 방식에서도 '성실함'을 우선으로 둔다. 윤씨는 집정리 한 건을 맡아도 서둘러 끝내려 하지 않는다. 하루에 인원을 많이 투입해 마무리하기보다 이틀에 걸쳐 꼼꼼하게 분류하고 정리하는 방식을 택한다. 시간을 들여 작업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깔끔한 마무리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방식은 자연스럽게 신뢰로 이어진다. 당근을 통해 찾아온 고객들 중에서도 "평판이 제일 좋아서 선택했다" "깔끔하게 잘해준다" 등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또 이 같은 작업 방식은 수익 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단순히 작업비를 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재활용과 고물 유통을 통해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사업은 키운다고만 되는 게 아닙니다. 실속 있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생존 방식이 있다. 고정 수입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씨는 밤에는 신문 수송 일을 병행하고 있다. 2016년부터 시작한 일로 일정한 고정 수입을 만들어주고 있다. 들쑥날쑥한 사업 구조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고정 수입이 생기면 사업을 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진다고 윤씨는 설명한다. 무리하게 큰 일을 쫓지 않아도 되고 작은 일도 부담 없이 받아 더 꼼꼼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


플랫폼 활용과 성실함과 신뢰 그리고 고정 수입 확보가 더해지면서 매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바닥을 찍었던 2022년과 비교하면 현재 약 50%가량 회복됐다.


앞으로 윤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만큼 지금처럼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꾸준히 일을 이어가는 것이다. 다만 새로운 변화가 와도 예전만큼 두렵지는 않다고 했다. 한 번 흐름을 읽고 시도해보니 또 다른 변화 역시 외면하지 않고 활용해야 한다는 감각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업을 할 때 너무 장사속으로만 보이면 안 됩니다. 앞에 보이는 돈만 쫓지 말고 어떻게 수익 구조를 만들지 봐야 합니다. 겁내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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