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간판 달 벽이 없다”…대구서 ‘셋방살이’ 신세 된 민주당 후보들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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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23 19:57  |  수정 2026-03-23 21:23  |  발행일 2026-03-23
대통령 배출한 집권당인데…대구선 건물주들 “절대 안 돼” 거절 일쑤
보수 성향 강한 지역 정서에 ‘낙인’ 우려…계약 직전 파기 비일비재
권력 쥔 여당도 못 뚫는 ‘지역주의 장벽’, 정치적 다양성 가로막아
대구시내 전경. 영남일보  DB.

대구시내 전경. 영남일보 DB.

"보증금을 두 배로 얹어주겠다고 해도 소용없었습니다. 당명이 적힌 명함을 건네는 순간,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더군요."


6·3지방선거 대구지역에 출마 준비 중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A씨는 최근 선거 사무실을 구하려다 깊은 무력감에 빠졌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당당히 집권 여당의 옷을 입었지만, 정작 대구의 심장부에서는 '공간의 벽'에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대로변 요충지 여러 곳을 타진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한결같았다. "다른 정당이면 몰라도 민주당은 곤란하다"는 싸늘한 거절이었다.


중앙 무대에서는 국정을 주도하는 거대 여당임에도, 일당 독점 체제가 공고한 대구 정치 지형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여전히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다. 지역 내 보수 성향의 건물주들이 자신의 건물 벽에 민주당 간판을 내거는 것을 기피하며 임차 계약을 노골적으로 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피 현상의 이면에는 뿌리 깊은 지역 정서와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압박이 깔려 있다. 대구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민주당 후보에게 사무실을 내주었다가 자칫 '배신자'라는 정치적 낙인이 찍히거나 주변 상인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중앙 정부는 민주당이 장악했더라도, 지역 사회의 실질적인 여론과 인적 네트워크는 여전히 야당인 국민의힘에 쏠려 있는 탓이다.


실제로 대구 중구에 위치한 빌딩 소유주 B씨(70대·수성구 범어동)는 "집권 여당이라 해도 대구 정서와는 맞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건물에 민주당 대형 현수막이 걸리면 단골 손님들이 끊기고 이웃 건물주들 사이에서도 입방아에 오르내리는데, 누가 선뜻 자리를 내주겠느냐"고 토로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정치적 스크리닝'으로 부른다. 계약 협상 단계에서 정당 소속을 확인한 뒤, 민주당일 경우 "이미 가계약이 체결됐다"거나 "건물 개보수 계획이 잡혀 있다"는 식의 핑계를 대며 발을 빼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후보들의 사무소는 번화가에서 비껴난 이면도로나 노후한 건물로 밀려나기 일쑤다. 선거 사무실은 정책을 알리고 시민과 소통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지만, 물리적 입지에서부터 이미 지역주의의 견고한 성벽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대구 남구지역에 출마하는 한 민주당 후보(60대·여)는 "집권 여당이지만 대구에선 여전히 공간조차 확보하기 힘든 야당 처지"라며 "정치적 다양성이 실종된 지역 정서가 부동산 임대차 시장까지 왜곡하고 있어 유권자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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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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