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옥죄는 에너지 파고] <중> “차 대신 대중교통 타자”…대중교통 활성화, ‘분산’이 열쇠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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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26 22:31  |  발행일 2026-03-26
대구시, ‘요일제 가입자’ 대중교통 타면 요금 80% 적립 통해 자발 참여 유도
전문가들은 복지 축소 대신 시차 출퇴근제 등 유연한 수요 관리 도입 조언

중동발 에너지 위기 속에서 대구가 '자발적 참여'를 앞세운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한 에너지 수요 관리에 나섰다. 규제 중심의 단기 처방을 넘어, 시민 참여와 인센티브를 결합해 일상 속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26일 오전 대구 수성구 중앙고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대기 중인 모습. 최시웅기자

26일 오전 대구 수성구 중앙고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대기 중인 모습. 최시웅기자

'자발적 수요 관리' 택한 대구


대구시는 자가용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 25일부터 시청을 비롯한 9개 구·군청, 산하기관 부설주차장에서 모든 직원 차량을 대상으로 승용차 5부제를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다음달 1일부터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과 경상감영공원 등 도심 핵심 주차장 2곳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승용차 5부제'를 시범 운영한다. 자가용의 도심 진입을 억제해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겠다는 직접적인 드라이브다.


동시에 시는 '승용차 요일제'를 에너지 위기 극복의 핵심 카드로 꺼내들었다. 기존의 정책들을 위기 상황에 맞춰 재포장한 측면이 있지만, 그 안에는 '강제'보다 '시민의식'에 호소하려는 실무적 고민이 담겨 있다. 요일제 가입자가 주 1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요금의 80%를 마일리지로 적립해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대표적이다.


대구시 신규원 교통정책과장은 "5부제가 법적·강제적 드라이브라면, 요일제는 시민 스스로 '지구는 내가 지키자'는 의식을 갖게 하는 자발적 수요 관리 수단"이라며 "에너지 위기를 단순히 불편을 참는 시기가 아니라, 일주일 중 하루는 차를 두고 나오는 선진 교통 문화가 정착되는 계기로 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무임승차 논쟁과 재정 압박


대중교통 이용 독려 움직임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노인 무임승차 제도 재검토' 논쟁과 맞물리며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대 노년층 무임승차에 제한을 두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조정안이 일선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풍선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대구시는 2023년 7월부터 전국 최초로 도시철도 무임 연령을 65세→70세(2028년까지 매년 1세씩)로 상향하는 동시에, 시내버스 무임 지원(2023년 75세부터 지원, 2028년까지 70세로 하향)을 새로 적용했다.


이는 대구·서울·부산 등 6개 지역 도시철도 운영 기관이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재정 부담에 따른 조치였다. 실제 대구교통공사에 따르면 작년 기준 도시철도 운수수익(약 1천188억원) 대비 무임승차 손실액(약 583억원) 비중은 49.1%에 달한다. 운영 수익의 절반가량이 무임승차 비용으로 상쇄되는 현실이다.


연도별 대구도시철도 전호선 경로 손실 금액 및 전체 운수수익 대비 비중. <대구교통공사 제공>

연도별 대구도시철도 전호선 경로 손실 금액 및 전체 운수수익 대비 비중. <대구교통공사 제공>

하지만 재정 절감을 기대했던 당초 예상과 달리 체감 효과는 미비했다. 도시철도와 시내버스의 무임승차 조건을 조정한 것이, 오히려 이들의 무임승차 이용 실적을 동반 상승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면서다. 시내버스 어르신 무임 이용 금액은 2024년 375억에서 지난해 499억원으로 1년 만에 33% 증가했다.


대구시 버스운영과 직원은 "과거 무료 혜택이 있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 2~3개 거리를 걸어다니던 노년층이 이제는 집 앞 버스부터 지하철까지 무임으로 연계되자 한 코스도 무조건 타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지역 평일 시간대별 평균 대중교통 이용패턴 추이. <대구시청 제공>

대구지역 평일 시간대별 평균 대중교통 이용패턴 추이. <대구시청 제공>

'시차 출퇴근제' 등 보완책 동반돼야


전문가들은 규제나 복지 축소라는 단순 논리에서 벗어나, 데이터에 기반한 유연한 수요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대구시가 시간대별 대중교통 이용 패턴을 분석한 결과, 일반 시민의 이용은 출퇴근 시간(오전 8시, 오후 6시)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어르신들의 무임 이용은 주로 오전 11시 전후 주간 활동에 치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명대 홍정열 교수(교통공학과)는 "합리적 요금, 효율적 노선, 환승 편의, 안락감 등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이 동반되지 않은 활성화 정책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다만, 대중교통은 적자 구조가 심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인센티브 제공 등 적극적인 서비스 확대를 구상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시차 출퇴근제'나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등이 에너지 위기 시대의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직장인들의 이동 시간을 분산해 피크 시간대 혼잡도를 낮추면, 추가적인 에너지 소비(증차) 없이도 대중교통의 쾌적함을 유지하며 자가용 수요를 흡수할 수 있어서다.


홍 교수는 "미국은 승용차 억제를 위해 재택근무 활성화와 시간대 조정 등을 오래전부터 시행해 왔다. 국내에서도 시차 출퇴근제, 유연근무제 등 탄력적 근무형태가 마련된 코로나19 이후 사회상을 반영한다면 대중교통 서비스 질 저하를 막을 수 있다. 이를 대중교통 활성화로 연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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