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 번진 ‘4세 고시’…범어·만촌 중심 사교육 시장 확대

  • 김종윤·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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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02 18:37  |  발행일 2026-04-02
대구 영어유치원 38곳…수성구 중심 사교육 집중
과외 시장 전국 2위권 규모…내년 교습시간 제한 적용
원어민 교사가 유아를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원어민 교사가 유아를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매일 오전 10시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등원한 만 3세 레이는 오후 3시30분쯤 귀가한다. 간식을 먹은 뒤 오후 4시30분에 다시 영어 수업이 시작된다. 50분간 진행되는 수업의 절반은 파닉스 발음 교정에 할애한다. 알파벳을 반복해 소리로 익히는 과정이다. 이후엔 영어로 일상 대화를 이어간다. 수업은 영어 동화 읽기로 마무리된다. 이 일정은 주 2회 반복된다. 회당 수업료는 10만원 안팎이다. 레이는 "힘들지만 수업이 재미있다"고 했다.


7세 찰스의 일정은 더 촘촘하다. 파닉스를 마친 뒤 영어로 일기를 쓴다. 현재는 3~4줄을 채우는 수준이다. 연말 목표는 한 페이지다. 단어보다 문장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간이 길어진다. 표현을 고쳐 쓰는 과정이 이어지면 수업이 1시간을 넘기는 날도 있다. 5월부터는 어린이 대상 영어시험 준비도 계획 중이다. 이 모든 게 국제학교 진학을 염두에 둔 일정이다. 찰스는 "영어일기 쓰기가 너무 어려워서 하기 싫다"고 했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만 3세 미만을 상대로 한 학원의 지식주입형 교습행위가 금지된다. 만 3세 이상도 하루 3시간을 넘겨 교습할 수 없다. 교육부는 지난 1일 '아동 발달권 보호를 위한 영유아 사교육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른바 '4세·7세 고시'로 불리는 조기 사교육을 겨냥한 조치다. 학원법 개정을 통해 유해 교습을 제한하겠다는 게 이 정책의 핵심이다.


과외 중개 플랫폼에 등록된 유아 대상 영어 개인수업 안내 화면. 수업 방식과 프로그램, 수업료 조건 등이 제시돼 있다. <과외 중개 플랫폼 캡처>

과외 중개 플랫폼에 등록된 유아 대상 영어 개인수업 안내 화면. 수업 방식과 프로그램, 수업료 조건 등이 제시돼 있다. <과외 중개 플랫폼 캡처>

조기 사교육은 수도권지역 이야기만은 아니다. 대구에서도 '4세 고시'가 낯설지 않다. 2일 대구시교육청에 확인 결과, 지역에 있는 만 5세 미만 대상 영어학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8곳이다. 수요는 수성구 범어동과 만촌동 일대에 집중돼 있다. 학원 업계에서는 시장 규모로만 보면 서울 대치동 다음으로 범어동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영어유치원 수업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추가 학습이 이어지는 구조다. 레이와 찰스처럼 별도 수업이 따라 붙는다. 대구에서는 학부모들이 '과외 중개 플랫폼'을 통해 영어 과외 교사를 찾는다. 수업료는 시간당 5만~20만원까지 형성돼 있다. 영어권 유학 경험자나 통번역 경력자가 주로 참여한다. 일부는 월 1천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원어민이 직접 운영하는 공부방도 하나둘 생기고 있다. 외국인의 개인 교습은 제한돼 있지만, 소규모 그룹 형태의 공부방으로 등록해 운영하는 것이다. 학원이나 개인과외가 아닌 교습소·공부방 형태로 신고해 법 적용을 받는다. 수업은 4~5명 단위로 진행된다.


수요는 특정 지역에 집중된다. 수성구지역 중에서도 범어3동과 만촌동 일대 학군을 중심으로 전문직과 자영업 고소득 가정 비중이 높은 편이다. 영어유치원 입학 경쟁이 앞당겨지면서 관련 사교육도 함께 확대되는 모양새다.


현장에서는 추가 수업이 사실상 필수로 인식된다. 영어 수업 5년 차 교사 임모씨는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대부분이 추가 수업을 병행한다"며 "하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파닉스 완성과 국제학교 준비가 목표인 경우 늦은 시간까지 수업이 이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범어동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욕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구에서도 손꼽히는 영어유치원은 자리가 제한돼 있고 경쟁도 거쳐야 한다"며 "수업에 수준 차이가 있어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교육청도 관련 관리에 나서고 있다. 매년 5월 영어학원 특별점검을 진행한다. 교습비 추가 징수, 미등록 교습과정 운영 여부 등을 중심으로 점검을 한다. 지난해에는 교습비 게시 표시 위반, 등록 외 교습과정 운영, 거짓·과대 광고 등 17건이 적발됐다. 다만 학부모의 금전적 피해로 이어진 중대 위반 사례는 없었다고 시교육청은 전했다.


시교육청은 영어유치원 입학 준비를 위한 과외나 공부방 형태의 추가 사교육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확인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교육청 교육복지과 직원은 "수도권 일부에서 레벨테스트 형태의 사교육이 있는 것으로 한다. 하지만 대구는 상담이나 수준 파악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교육부 발표는 있었지만 세부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 구체적 안이 나오는 대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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