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누구를 위한 ‘스위트박스’인가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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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23 16:49  |  발행일 2026-04-24
야구장 프리미엄좌석 스위트박스
시, 취약계층 등 위해 활용 공언
실제 사용 현황 분석해보니…
각종 간담회 등 부적절 이용 정황
공익 목적·투명·공정하게 쓰여야
노진실 사회1팀장

노진실 사회1팀장

'야구장에 왜 가는가?' 지인들과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누구는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또 누구는 맛있게 치킨과 맥주를 먹기 위해 야구장에 간다고 했다. 기자는 공간이 주는 느낌이 좋아서 그곳에 간다. 바다가 없는 대구에서 바다 같은 탁 트인 공간감과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야구장이다. 개별적인 이유가 무엇이든 야구장은 '인생이 축약된 멋진 스포츠를 관람하며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다.


야구장에 가려면 티켓이 있어야 한다. 부쩍 야구 인기가 높아지며 암표까지 등장했으니, 표 구하기가 '전쟁'이라는 표현도 과장은 아니다. 조금 더 쾌적한 환경에서 야구 관람을 할 수 있는 좋은 티켓을 구하려면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어지간히 시간과 돈이 많아도 닿기 힘든 공간이 있다. 바로 '스위트박스'(suite box·스윗박스)다.


스위트박스의 스위트는 호텔 스위트룸의 그 'suite'다. 독립적인 공간에 냉·난방기와 냉장고, TV, 테이블 등이 설치된 그야말로 '프리미엄 관람석'이다. 그곳에선 여러 명이 함께 식사를 즐기며 편히 야구 관람을 할 수 있다. 야구장의 스위트룸인 셈이다.


하지만, 오랜 야구 팬들에게도 스위트박스 이용은 '꿈'일 뿐이다. 연 회비가 수천만원으로 워낙 고가이기 때문이다. 기업 등에서 연간 계약을 통해 스위트박스를 이용하는데, 이마저도 대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 시민들은 스위트박스를 구경도 못해 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야구 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스위트박스와 관련된 웃지 못할 사연이 올라오곤 한다. '스위트박스는 어떻게 예약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는 "지인 찬스나 특정 기업 직원이 아니면 이용하기 어렵다" 등의 씁쓸한 댓글이 달린다. 어쩌다 스위트박스에서 야구를 봤다는 '관람기'가 올라오면 "언젠간 나도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부러움 섞인 댓글이 달린다.


그런 스위트박스를 대구시는 삼성 라이온즈로부터 제공받아 두 곳 보유하고 있다. 일종의 공공재인 셈이다. 대구시는 지난해 보도자료를 내고 "장애인, 저소득가정 등 스포츠 관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스위트박스 관람권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또 지역사회 공헌자, 국제교류, 투자 유치활동 등을 위해 스위트박스가 쓰인다고 했다.


그래서 기자가 취재를 통해 실제 어떤 이들이 스위트박스를 이용했는지 확인해 봤다. 지난해 8~9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스위트박스 활용 현황을 분석해보니, 총 35회 활용 중 14회를 대구시의회가 활용했다. 스포츠 관람 취약계층을 위한 활용은 3회에 그쳤다. 시의회가 신청했다는 14회 중 11회가 간담회였는데, 그중에는 목적이 부적절하거나 불분명해 보이는 '이름만 간담회'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수 년간의 이용내역을 살펴보니 공익보다 사적·정치적 이익을 위한 듯한 이용 사례도 종종 발견됐다.


대구시는 민간 기업이 아니니 공익적 목적에 맞게 스위트박스를 활용해야 한다. 또한 투명하고 공정하게 활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스위트박스는 누군가들의 '쥐꼬리만한 권력 놀음'이나 몇몇의 '부끄러운 특권 향유'를 위한 은밀한 공간이 아니다.


야구장의 '가장 비싸고 구하기 힘든 자리'가 그곳에 닿기 가장 어려운 이들을 위해, 혹은 대구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공간으로 가치있게 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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