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메일] 의료윤리 회복과 자율징계권

  • 이원혁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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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26 20:48  |  발행일 2026-04-26
이원혁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장|

이원혁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장|

누군가의 어깨에 스친 손길 하나가 한 사람의 일상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최근에서야 실감하게 되었다. 한 치과의사 선배가 성추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결국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은 압박과 불안은 단순히 판결문 한 장으로 회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한동안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었다.


성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다. 피해자의 보호는 사회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다. 그러나 동시에, 사실관계가 충분히 밝혀지기 전 단계에서 제기된 의혹만으로 개인의 명예와 생업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현실 역시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특히 성 관련 사건은 그 특성상 한 번 낙인이 찍히면 무혐의 판정 이후에도 사회적 시선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료 현장은 이러한 문제에서 환자와 의료진 간에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진료는 본질적으로 환자의 신체에 대한 접근과 접촉을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치과 진료의 경우, 의사 단독이 아닌 치과위생사의 근접 어시스트가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고, 환자는 대부분 의식이 명확한 상태에서 치료를 받는다. 다수의 시선과 협업 구조 속에서 치료가 진행되기 때문에, 진료 과정에서 의도적인 성추행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구조적으로 매우 낮다. 이러한 현실적 맥락을 무시한 채 단편적인 신고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의료 현장에 과도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의료인이 지위를 악용해 실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처벌이 뒤따른다. 환자를 마취하거나 항거가 어려운 상태를 이용한 성범죄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는 중대한 범죄이며, 형사처벌과 별도로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이 병행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문제적 사례가 완전히 차단되지 못하는 한계도 드러난다. 성범죄로 처벌을 받고도 장소를 옮겨 의료행위를 이어가는 경우가 지적되기도 하고, 진료 목적이 아닌 과도한 약물 투여로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을 저지르고도 일정 시간이 지나 다시 진료를 이어가는 사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는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러한 상황은 두 가지 상반된 문제를 동시에 드러낸다. 한편으로는 무혐의임에도 의혹만으로 무너지는 의료인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명백한 위법 행위 이후에도 충분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존재한다. 이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지점에서 의료인의 자율징계권이 갖는 의미가 중요해진다. 의료는 고도의 전문성과 윤리를 요구하는 영역이기에, 외부의 형사적 행정 처분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통제하기 어렵다. 동료 전문가 집단이 내부 기준을 세우고, 윤리위반 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엄격하게 제재하는 체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부적절한 의료인을 걸러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 구조다. 실제로 변호사 직역의 경우 협회를 중심으로 징계 절차와 직역 내부 통제가 제도화되어 있고, 품위 손상이나 비윤리 행위에 대한 제재를 통해 직역 신뢰 유지에 일정한 역할을 해왔다. 의료 역시 이러한 원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잘못한 의료인을 감싸기 위한 자율징계가 아니라, 오히려 더 엄격하게 걸러내기 위한 자율통제여야 한다


위의 두 문제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모두 공정한 제도와 균형 있는 판단의 필요성을 말해준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어느 한쪽 편만이 아니다. 정당한 피해 보호도 필요하고 억울한 피해를 막는 장치도 필요하다. 그 사이를 메우는 것이 신중한 절차이고, 새로운 책임 있는 제도의 시도이며, 윤리를 지키려는 공동의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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