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7월 1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입구 간판 문구가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대구'로 교체된 모습. 노진실 기자
민선 8기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전 대구시청 동인청사 입구 간판에는 대구시 브랜드 슬로건인 '컬러풀 대구'가 적혀 있었다. 노진실 기자
"민선 9기 대구시의 슬로건은 뭐가 될까." 민선 9기 대구시에 던져볼 수 있는 두 번째 질문이다.
지난 4년여간 대구시청을 비롯한 지역 주요 공공기관, 공공장소, 축제명을 수놓았던 강렬한 붉은 색의 '파워풀대구'라는 슬로건이 민선 9기에도 유지될지, 바뀔지 여부가 시민들의 또 다른 관심사다.
26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2년 전임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이후 대구시 슬로건은 '파워풀 대구'로 변경됐다. 오랜 시간 대구시를 상징해 온 도시 브랜드 슬로건 '컬러풀 대구'는 그때부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파워풀 대구, 체인지 대구'는 홍 전 시장의 대구시장 선거 슬로건이었다. "'체인지 대구(Change Daegu)'로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 대구(Powerful Daegu)'를 만들겠습니다." 지난 2022년 3월 홍 전 시장의 대구시장 선거 출마 선언문에 담긴 표현이다.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 대구'는 민선 8기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에서도 슬로건처럼 사용된 바 있다.
홍 전 시장이 취임한 2022년 7월, 대구시는 브랜드 슬로건과 시정 슬로건으로 나뉘었던 대구시 슬로건 '파워풀 대구' 하나로 통합한다고 밝혔다.
당시 대구시는 '파워풀 대구'에 대해 "국채보상운동과 2·28 민주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대한민국 근대화의 심장이라는 자긍심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열정에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더해 대한민국 3대 도시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풍요롭고 행복한 미래 번영 대구로 나아가는 담대한 의지와 기상을 표현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홍 시장 취임 전 대구시에는 '시정 슬로건(구호)'과 '브랜드 슬로건'이 있었다.
우선, 대구의 브랜드 슬로건은 오랫동안 '컬러풀 대구'였다. 도시의 다양성, 포용, 활력, 열정, 발전적 에너지를 의미하며, 지난 2004년 지정된 이후 19년 동안 대구를 상징해왔다.
대구시의 '시정 슬로건' 및 '브랜드 슬로건' 변천사 <그래프=생성형 AI>
시정 구호는 새 단체장이 취임하면, 시정 운영 비전 등을 담아 새로 정해졌다.
민선 1기 문희갑 시장의 시정 구호는 '화합하는 시민 거듭나는 대구'였다. 문 시장의 민선 2기 시정 구호는 '아름다운 도시 품위있는 대구'였다. 민선 3기 조해녕 시장 때의 시정 구호는 '마음을 하나로 대구를 세계로'였으며, 김범일 시장의 민선 4기와 5기 시정 구호는 '희망의 도시 일류 대구'였다.
민선 6기 권영진 시장 때의 시정 구호는 '오로지 시민행복 반드시 창조대구'였다. 권 시장의 민선 7기 시정 구호는 '행복한 시민 자랑스러운 대구'로, 홍 시장 취임 전까지 사용돼 왔다.
이후 민선 8기 들어 시정 슬로건인 '파워풀 대구'를 단일 슬로건으로 사용하면서, 기존 브랜드 슬로건인 '컬러풀 대구'는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대신 '파워풀 대구'가 빠르게 대구 곳곳을 메우기 시작했다. 대구시 공문, 시청 직원들의 명함, 홍보 영상은 물론 공사장 임시 시설물까지 붉은 색감의 새 슬로건이 새겨졌다. 대구시 대표 축제 이름은 컬러풀 페스티벌에서 파워풀 페스티벌로 바꼈다.
대구시가 시정비전으로 소개한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 대구'와 붉은 점퍼를 입고 있는 도달쑤 캐릭터. 노진실 기자
민선 8기 대구시 슬로건을 두고선 갑론을박이 계속돼 왔다. 특히,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강한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그 과정에서 대구시 슬로건이 '대구의 상징'이 아닌 '특정 정치인의 상징'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대구참여연대는 "홍준표 시장은 취임 후 어떠한 여론 수렴도 없이 '컬러풀 대구'를 '파워풀 대구'로 바꿔 버렸다"며 "관련 조례에 대구시의 브랜드 슬로건을 '컬러풀 대구'로 명시해 두고 있었음에도 시장이 마음대로 바꿔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구 경실련도 "대구시가 자의적이고 독단적으로 브랜드 슬로건을 변경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제는 '파워풀 대구'를 슬로건으로 주창한 홍 전 시장이 지난해 4월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조기 퇴임했다는 점이다. 대구시에서 열리는 각종 공연이나 스포츠 행사 앞에는 지금도 '파워풀'이 붙어 있다. 전임 시장의 색채가 강하게 느껴지는 슬로건 '파워풀 대구'가 전임 시장 퇴임 이후에도 사용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지난 2022년 6월, 민선 8기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 대구'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파워풀 대구'는 이후 대구시의 슬로건이 됐다. 노진실 기자
그렇다면 '파워풀 대구'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26일 오후 동대구역에서 만난 직장인 권모(55·수성구 만촌동)씨는 "대구 경제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위축된 상황을 타개하자는 의미로 처음엔 '파워풀 대구'라는 슬로건이 괜찮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런데 대구라는 도시 보다는 유력 정치인이던 전임 시장을 떠올리게 하는 슬로건 같다"고 말했다.
역시 동대구역에서 만난 대학생 이재현(21·달서구 상인동)씨는 "지금 대구시 슬로건은 장·단점이 분명한 것 같다. '파워풀'이라는 표현이 직관적이기는 하지만, 대구가 추구하는 여러 가치와 어울리는 표현인지 의문이 든다"라며 "특히, 각종 문화 행사 옆에 '파워풀 대구'가 붙을 때는 겉도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앞으로 한 달여 뒤 새로운 대구시장이 취임하고, 민선 9기 시정이 시작되면 어떤 식으로든 현재 대구시의 슬로건에 대한 재검토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구경북 행정통합' 등 변수가 있는 탓에 민선 8기 때처럼 대구시에서 대대적인 슬로건 교체 작업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는 한 도시의 브랜드와 시정 슬로건은 그 의미와 목적에 맞게 해석·선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남대 정재완 교수(시각디자인과)는 "민선 8기 대구시에서 도시 브랜드(브랜드 슬로건)와 슬로건(시정 슬로건)을 혼동한 점이 안타깝다. 브랜드는 그 도시의 정체성과 문화를 담은 것이고, 슬로건은 현 시장이나 집행부의 방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도시 브랜드와 슬로건은 다른 개념이다. '그 도시의 정체성을 연속적으로 이어가는' 도시 브랜드는 단체장이나 트렌드가 바뀐다고 해서 쉽게 달라지는 게 아니다. 슬로건은 단체장이나 도시의 방향성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어 "도시 브랜드가 문화의 영역이라면, 슬로건은 정치·행정 영역이다"라며 "그런데 단체장이 '나의 슬로건이 곧 도시 브랜드'라고 판단하는 순간, 혼란과 예산 낭비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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