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논설위원
올 시즌 프로야구 초반의 화두는 '수비'다. 수비가 견고한 팀이 상위권에 올라 있어서다. 29일 오전 기준 LG는 득점 115점으로 KBO 7위이지만 실점이 가장 적다. 투수진의 평균자책점도 3.54로 1위다. 수비 실책은 10개 팀 중 두 번째로 적은 14개다. 튼실한 수비가 아쉬운 득점력을 치환하며 전체 순위 2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한화는 득점 2위 팀인데도 수비가 부실해 7위에 머물러 있다. 수비 실책(26개), 평균자책점(5.24), 이닝당 출루 허용률(1.67) 다 꼴찌다.
공피고아(攻彼顧我)는 당나라 현종 때 바둑 고수 왕적신이 정리한 위기십결(圍棋十訣)에 나오는 바둑 요결(要訣) 중 하나다. 부득탐승(不得貪勝·지나치게 승리에 집착하면 이루지 못한다)이나, 사소취대(捨小就大·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못잖게 많이 인용되는 경구다. '상대를 공격하려면 먼저 자신의 허점을 살펴라'는 뜻이다. 탄탄한 수비가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함의가 내재됐다.
공피고아를 몰라서일까. 국민의힘은 수비를 팽개친 채 공격에 치중한다. 한데 공격이 대개 허접하다. 적진에 타격을 줄 강력한 '한 방'이 없고, 사이다처럼 민심의 의표를 찌르지도 못한다. 이를테면 "까불면 다친다"는 뜻의 비속어 'FAFO'까지 동원한 장동혁 대표의 이재명-트럼프 대립 구도 설정은 억지에 가깝다. 국익에 역진하며 다분히 사대주의적이다. 국힘은 정부·여당의 장기보유특별공제 개선 방침을 장특공 폐지라며 "국민 재산 강탈"로 몰아간다. 하지만 투기 목적의 비거주 장기 보유자와 실거주자의 등치(等値)가 합당한지 의문이다.
국힘은 '수비 야구'의 서사를 푯대로 삼아야 한다. '뒤통수 스틸컷' '미스터리 면담' 등 온갖 구설을 남긴 장 대표의 미국 방문은 자제했어야 했다. 국무부서 만난 사람이 고작 차관 비서실장이었다니 의전 서열 8위 제1야당 대표의 체면만 구긴 꼴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 때 "1호기 타고 먹튀"라고 비난했다. 정작 이 대통령은 극진한 예우를 받았고 방산 분야에서 구체적 성과도 냈다.
'장동혁 리스크'는 여론에도 투영된다. 지난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5%로 2020년 국힘 개명 이래 최저점을 찍었다. 비호감도는 73%였다. 이러니 '후보의 짐'이란 냉소가 나온다. 지방선거 후보들은 독자적 선대위를 꾸리며 장 대표를 배척하는 분위기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는 "결자해지"를 언급했고, 주호영 의원은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알기 바란다"고 했다. 사실상 사퇴 요구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로 평가받겠다"는 말로 사퇴 압박을 일축했다. 되레 "해당 행위 후보를 교체하겠다"며 강공 모드로 변환했다. 한데 당 대표 또한 치외법권의 자리가 아닐진대 대표의 해당 행위는 어떻게 징치(懲治) 하나.
수비는 내실을 탄탄히 다진다는 의미도 있다. 국민의힘의 내실? 일단 보수 본연의 정체성을 복원해야 한다. 지금 국힘은 일부 강성 및 극우 세력에 지나치게 휘둘린다. 영국 철학자 에드먼드 버크는 보수를 "전통주의, 질서주의, 점진주의"로 정의했다. 박정희로부터 물려받은 경제부흥 DNA는 보수 정당만의 강점이다. 이걸 살려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는 확실히 단절하고, 오세훈 후보의 지적대로 "통합 노선으로 가야" 한다. 윤희숙 전 의원의 말대로 "지혜로운 포퓰리즘"도 필요하다. 어설픈 '억까(억지로 까기)'는 국민이 먼저 안다. 논설위원
박규완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