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덕률의 세상읽기] 6.3 지방선거가 갖는 세 차원의 의미

  • 홍덕률 전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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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04 13:27  |  발행일 2026-05-05
홍덕률 전 대구대 총장

홍덕률 전 대구대 총장

D-29. 6·3 지방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선거 관련 뉴스들이 넘쳐나고 후보들은 저마다 지역을 살릴 적임자라 주장하며 유권자의 손을 잡는다. 선거 때마다 보는 낯익은 풍경이다. 하지만 6·3 선거가 갖는 의미와 무게는 여느 때와 크게 다르다. 지역 대표를 뽑는 지방선거 본연의 의미를 넘어 한국 정치사와 세계 정치지형의 향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문제의식으로 투표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더라도 6·3 선거의 첫째 의미는 '지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계기여야 한다는 데 있다. 지역민이 주체가 되어 교통, 복지, 교육, 일자리, 환경 등 일상의 문제를 풀어가는, '생활 민주주의의 심화∙확장' 계기여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고려할 점은 지역이 안고 있는 조건과 문제가 전과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많은 지역이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로 소멸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민의 경우 '이등 국민' 의식을 강요하는 오랜 수도권 일극 구조에 좌절하며 분노하게 되는, 특단의 처방이 필요한 시점에 맞는 지방선거인 것이다.


대기업 유치, 예산 폭탄, 산업구조 전환과 같은 케케묵은 구호와 관성적 접근이 갖는 한계를 이제는 직시해야 한다. 대신 패러다임 전환을 향한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한 때다. 핵심은 경제∙산업∙성장으로부터 사회∙문화∙삶의 질로 문제의식을 확장하는 것이다. 지역에서의 삶이 패배가 아닌 또 다른 가능성이 되게 하고, 지역민의 굴욕감을 자존감으로 바꿔내는 것이다. 이미 '우상이 된 능력주의'와 '무한경쟁-승자독식'의 사회 원리를 대신할 '풀뿌리 자치', '소통과 연대와 협력', '생태적 가치',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와 같은 새로운 표준을 마을과 지역 수준에서 상상하고 토론하며 찾아내야 한다.


둘째, 6·3 선거는 한국 정치사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분기점으로서의 의미도 갖는다. 내란 청산을 천명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치르는 첫 전국 선거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윤어게인을 주장하는 극우 진영이 중앙 정치권은 물론 지역민의 일상에서도 민주질서를 위협하고 있는 시점에 치르는 전국 선거이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내란 세력이 풀뿌리 수준에서도 온전히 청산될 것인지, 아니면 재기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인지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향후 중앙정치와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다.


# 6·3 선거의 세계사적 의미


6·3 선거가 이전의 선거들과 더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은 세계사 차원에서도 중차대한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다음의 두 측면에서 비롯된다. 하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매우 커졌다는 사실이다. 경제와 기술, K-컬처를 넘어 우리의 정치적 선택도 실시간으로 세계의 많은 나라에 영향을 주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여러 나라에서 극우세력이 약진하고 세계 정치가 요동치고 있는 중에 치러지는 것도 세계인이 이 선거에 주목하는 이유다. 브라질, 인도, 튀르키예, 헝가리 등 후발 민주주의 국가들만이 아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민주주의 선진국들에서도 극우와 민주진영이 치열하게 격돌하고 있다. 세계 전역에서 민주주의 후퇴와 그에 대한 저항과 역전이 엇갈려 나타나면서, 오늘의 세계는 하나의 흐름으로 요약하기 어려운 불안정과 혼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잠시 지난 10년의 세계 정치를 돌아보는 것은 의미가 있겠다. 2016년, 영국 국민은 브렉시트(EU 탈퇴)를 결정했고 미국 국민은 트럼프를 차기 대통령으로 뽑았다. 두 사건은 세계 정치 무대에서 극우세력의 약진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2020년에는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했지만 그를 지지한 극우 인사들은 의회 의사당 폭동(2021년 1월)으로 응수했다. 이듬해에는 이탈리아에서 무솔리니 이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집권했으며(2022년 10월), 3개월 뒤에는 브라질에서도 대선에 패배한 극우 대통령 보우소나루가 군을 동원해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실패했다.


2024년 11월에는 미국에서 트럼프가 다시 승리했고 한 달쯤 지난 12월3일에는 윤석열이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다. 시민이 맨몸으로 쿠데타를 저지해낸 우리나라와는 달리 트럼프 재집권 이후의 미국은 민주주의의 극적인 후퇴를 겪고 있고 세계의 민주질서와 평화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2025년 4월과 5월에 치러진 캐나다와 호주의 총선에서는 극우의 집권이 힘겹게 저지됐지만, 독일의 극우 정당은 2025년 5월 총선에서 제2당으로 약진했고 일본의 극우 참정당 역시 2025년 7월 총선에서 세를 크게 불렸다. 금년 4월의 헝가리 총선에서는 '유럽의 트럼프'라 불린 오르반 총리가 16년 장기집권을 끝으로 실각하면서 유럽의 정치지형에 의미 있는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 정치 무대에서 극우의 약진과 퇴조, 저항과 역전이 엇갈리는 복판에서 우리의 6·3 선거가 치러지게 된 것이다. 선거 결과가 비단 우리 정치사를 넘어 세계 정치사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극우 광풍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 시민들에게 희망을 줄 것인지, 고립주의와 혐오와 배제를 부추겨온 극우세력들에게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인지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인 것이다.


# 선진 민주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유권자의 한 표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작게는 지역의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지역을 떠나거나 '자발적 고립'을 택하고 있는 지역 청년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고, 크게는 한국 정치의 향방을 가를 것이며 더 크게는 세계 민주주의의 미래에까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무관심과 외면, 고민 없는 양비론과 낡은 지역주의 투표는 지역민의 자존감 회복과 민주주의의 복원을 완성해 내라는 시대적 명령에 대한 직무유기일 뿐이다. 이번 선거가 갖는 세계사적 의미에 대한 몰이해 역시 세계 민주시민의 관심과 기대에 대한 배신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세계 정치사의 중심에 진입해 있다. 우리의 경제력과 외교 및 문화 역량의 신장이 가져온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촛불혁명과 빛의 혁명으로 선진 민주시민임을 입증해온 우리답게 6·3 선거가 갖는 세 차원의 의미를 깊이 숙고하면서 그에 걸맞은 성숙한 선택을 미래 세대와 세계에 보여줘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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