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국 대구문인협회 시분과 부위원장
5월이 봄이라고? 실소가 터진다. 대구의 날씨는 4월이면 이미 봄의 끝이다.
5월 초순임에도 낮에는 벌써 초여름의 열기를 뿜고, 해질녘이면 뒤늦은 꽃샘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계절은 이토록 갈피를 잡지 못하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5월을 사랑의 달이라 부르며 온갖 의미를 심고 기념한다.
5월엔 노동절,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과 부부의 날을 정해 기념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많다. 석가 탄신일이 5월일 때도 자주 있다.
별로 중요치 않은 게 바뀌었다. 5월1일을 지난해엔 근로자의 날이라 했지만, 올해부터는 노동절로 명칭을 고쳐 부른다. 내 생각으론 그게 그건데 뭘 그렇게 고쳐 부르고 하는지 모르겠다. 주 60시간 이상을 땀 흘리며 살았던 우리 세대의 눈으로 보면, 주 40시간 근무에 대체 공휴일까지 누리는 지금의 세태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올해엔 노동절부터 어린이날까지 징검다리 연휴가 이어졌다. 집안마다 어른을 찾아뵙는 발길로 분주하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축구팀 하나는 거뜬히 꾸릴만한 식구가 집안을 채웠다. 골목마다 젊은 웃음소리와 아이들의 발걸음 소리가 넘쳐나니 적막했던 동네에 비로소 생기가 돈다.
나는 손주 손을 잡고 나가서 외식하고, 케이크 사서 돌아오는 길은 발걸음마다 꽃이 피는 듯했다. 자식들은 슬그머니 다가와 "키워줘서 고맙습니다"라며 봉투를 내밀었다. 나 또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손주 하나하나씩 불러 "어린이날 축하해" 하며 용돈을 쥐여 주곤 한다. 손주들이 헤헤거리며 온 집안을 행복으로 물들였다. 일 년에 몇 되지 않는 눈부신 날이다. 문득 이런 풍경을 앞으로 몇 번이나 눈에 담을 수 있을까 하는 서글픈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해마다 맞이할 5월21일! 이제는 나를 위해 이날을 챙기려 한다. 둘(2)이 하나(1)가 되었다는 부부의 날, 이 또한 내게 몇 번이나 허락될까. 일찍이 제정되었다지만, 삶의 무게에 치여 그 존재조차 잊고 살았던 날이다. '그까짓 게 뭔 대수라고!' 하면서 무심하게 지나쳤던 세월이 미안해진다. 올해는 기어이 준비하련다. 아내의 야윈 손을 잡으며 지난날 나의 무심함과 허물을 사죄하고 싶다. 굽이진 세월을 함께 넘어오느라 애쓴 아내에게 장미 향기가 잠시나마 머물기를 바란다.
꽃과 벌 나비의 계절, 5월이다. 생명이 창조되는 계절이 왔다. 희망이 가지 끝마다 돋아나는 이 눈부신 달에, 5월의 노래를 부르자. 살아있음이 곧 축복인 이 계절을 마음껏 찬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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