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의 시와함께] 윤은성 ‘유리 광장에서’

  • 신용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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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17 18:49  |  수정 2026-05-18 08:59  |  발행일 2026-05-18
신용목 시인

신용목 시인

우리는 함께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노래를 들으면서도


날아가지 못했어


날개 같은 게 쉽게 얻어지지 않는단 걸 확인해


대신


그때 우리가 느꼈던 건 옥상에 있어도


잠겨가는 기분


또 때론


빼곡한 책상에 엎드렸던 아이들이


목말라 창밖으로 나가려고 유리를 두드리는 장면


(중략)


우리가 붙들고 모이는 게


미래를 등지고 선 사람들이 몸을 되돌려보려고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연결된


조용한 기도라고 하자


유리와 안개를 동시에 깨뜨리고


밖에서 안으로 집어넣는


손들을 알아채려 잠시 모였다고 하자



이 시의 화자는 옥상에서도 잠겨 있고 교실에서는 갇혀 있다. 그것은 비유겠지만 그전에 기분이며, 그보다는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우리에게 제출된 비유는 사실의 다른 표현이지 사실과 무관한 무언가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 제시되지 않은 그 이유에 대해서라면 제시되지 않아도 분명한 이 세계 자체를 대야 한다. 인간의 삶을 끝없이 단순화하고 축소하는 세계 말이다. 그때 우리의 선택은 포기가 아니라 '두드림'이다. 비상을 가로막는 안개와 질주를 차단하는 유리를 깨뜨리는 두드림. 그러나 이 시의 핵심은 그러한 행위에 있지 않다. 궁극에서 그 행위를 가능하게 하고 또 그 행위를 강화시키는 것은 바로 '우리가 붙들고 모이는 것'이니까 말이다. 미래를 향해 우리를 돌아서게 하는 힘. 이때 연대는 단순한 물리적 시너지의 역량을 가뿐히 넘어선다. 그것을 통해 '밖에서 안으로 집어넣는 손'까지도 알아챌 수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 '손'이 우리 모두의 기도가 생산할 수 있는 전능의 실재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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