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새마을문고대구시지부 이사·대구정책연구원 인구감소위기대응센터 위촉연구원
환갑은 더 이상 삶을 정리하는 종착지가 아니다. 오히려 지나온 시간을 잠시 돌아보고, 남은 삶을 새롭게 준비하는 설레는 하프타임에 가깝다.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에서 이 길어진 수명을 '짧은 영원'이라 불렀다. 축복 같은 '덤'의 시간 앞에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무엇으로 채우며 살아갈 것인가.
사회는 나이 듦을 '은퇴'나 '휴식'이라는 말로 묶어, 무대 뒤로 물러서도 좋다고 권한다. 노년은 남은 날을 담담히 관조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무언의 압박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태도에 반기를 든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우리 안의 욕망과 호기심, 창조의 에너지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이 듦의 진짜 비극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를 육체의 쇠락이 아니라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마음'에서 찾는다. 진정한 노화는 몸이 늙는 순간이 아니라, 마음이 더 이상 내일을 기다리지 않게 되는 순간에 시작된다.
이 책이 마음에 깊이 와닿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년간 입어온 교육 경영인이라는 익숙한 옷을 벗고, 늦깎이 학업의 길로 들어선 내 여정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학문의 바다에 뛰어든 결정의 대가는 쓰라렸지만, 돌아보면 나름 근사한 도전이었다.
강사, 사무국장, 연구원 등 낯선 호칭과 새로운 위계를 받아들이며 비로소 조직의 타이틀이나 과거의 경력이 아닌, 날것의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다. 인생의 이모작이란 결국 수확의 양이 아니라,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는 여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방향만 옳다면 조금 늦게 도착하는 일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믿는다.
나이란 결국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언제든 내 삶의 궤도를 내 손으로 수정할 수 있는 '용기의 크기'다. 인생의 이 시기를 단지 쉬어가는 막간으로 흘려보내지 않았으면 한다. 가을의 끝자락이 쓸쓸한 겨울의 서막만이 아니듯, 인생의 후반전 또한 눈부신 성장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내가 늘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다짐이 있다. '타인의 불행 위에 나의 행복을 세우지 말자'는 것이다. 이 신념은 지난 50년을 지나오며 배운 삶의 기준이다. 진정한 성장은 타인을 존중하고 함께 일어서는 과정에서 비로소 깊어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오래된 목표를 품고 산다. 요란하지 않게, 그러나 흔들리지 않는 걸음으로 그 길을 오래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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