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 시민기자
5월 초 화창한 날씨의 어느 날 아침,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있었던 일이다. 길을 걷던 나는 우연히 아래층에 사는 외국인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번쩍 치켜올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더니 하늘을 가리키며 함께 있던 그의 아내에게도 한 번 보라는 손짓을 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나에게 그는 인사 대신 이렇게 말했다.
"It's a beautiful day!"
번역하면 "날씨가 정말 좋다", "아름다운 날이다"라는 의미의 짧고 단순한 한마디였지만 이상하게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 외국인 이웃은 날씨가 좋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쁨과 감사함을 느끼며, 그 순간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듯했다. 그가 느끼는 행복한 감정은 아내와 이웃인 나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맑은 날씨를 보면서도 무심히 지나쳤던 나에게, 몸짓까지 곁들여 기쁨을 표현해 준 그 이웃 덕분에 그날 하루는 참 즐거웠다. "이 아름다움을 함께 느껴보자"라고 말하는 듯했던 그날의 인사말을 나도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꼭 건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흔히 좋은 일이 생겨야만 웃고,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험에 합격하거나 돈을 많이 벌어 전보다 부유해지는 등 늘 무언가를 이루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믿으며 살아가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이 아직 채워지지 않은 것들에 마음을 집중하게 만들어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순간 행복은 저 멀리 달아난다.
행복은 꼭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아니다. 전국을 다니며 행복을 주제로 강연하는 한 정신과 의사는 가장 손쉽게 행복해지는 방법으로 '마음 고쳐먹기'를 이야기했다. 남과 비교하며 부족함과 불만에 집중하기보다, 지금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사소한 일에도 감사할 줄 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아침 창문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정성껏 차려진 밥 한 끼, 가족과 나누는 짧은 대화, 길가에 피어 있는 꽃 한 송이처럼 우리의 일상 속 작은 순간에도 행복은 숨어 있다. 더 크고 특별한 행복만을 바라보느라, 정작 곁에 머물러 있던 소중한 행복을 무심히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두 팔을 벌린 채 하늘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던 외국인 이웃의 모습은 행복이란 거창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감사히 바라보는 마음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행복은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늘 참 아름다운 날이네요"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속에 이미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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