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기 대구시체육회장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 가운데 하나다. 고령화가 빨라질수록 의료비 부담도 함께 커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건강보험 총진료비는 128조 원에 가까운 수준까지 증가했으며, 65세 이상 고령층 진료비 비중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평균수명은 늘었지만 그만큼 국가 의료재정이 감당해야 할 부담 역시 커진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병상 부족이나 의사 수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만성질환 증가에 있다. 고혈압, 당뇨병, 비만, 심혈관질환 같은 질환은 장기간 치료와 약물 복용이 필요해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을 준다. 그리고 이러한 질환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운동 부족이다.
그래서 최근 의료·보건 분야에서는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병이 생긴 뒤 치료하는 사회보다 병에 걸리지 않도록 만드는 사회가 훨씬 건강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체육활동이 자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 정책을 통해 규칙적인 신체활동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근력운동 같은 생활체육 활동은 심혈관질환 예방뿐 아니라 우울증 감소, 치매 예방, 면역력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신체활동 부족을 주요 건강위험 요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들은 병원을 찾는 횟수 자체가 적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에서도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실천하는 집단은 입원율과 외래진료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만성질환 악화 속도와 약물 의존도 역시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결국 개인의 운동 습관이 사회 전체의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체육의 가치는 특히 예방 효과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의료는 대부분 질병이 발생한 뒤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반면 체육은 질병 자체를 줄인다. 예를 들어 비만 예방만으로도 당뇨병과 고혈압, 관절질환 위험이 함께 낮아진다. 이는 진료비와 입원비, 약제비 감소로 이어진다. 결국 운동에 투자한 예산이 미래 의료비를 줄이는 구조인 것이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더욱 중요하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근감소증과 관절질환, 낙상 사고도 급증한다. 그러나 규칙적인 운동은 노년층의 근력 유지와 균형감각 향상에 도움을 준다. 실제로 걷기와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독립적인 생활 유지 기간이 길고 입원 가능성도 낮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건강수명이 늘어날수록 국가의 의료 부담도 줄어든다.
청소년 체육 역시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다. 학교 체육은 미래 의료재정을 지키는 장기 투자다. 어린 시절 형성된 운동 습관은 성인 건강으로 이어진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운동한 사람은 성인이 된 뒤 비만율과 만성질환 발생률이 낮은 경향을 보인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체육활동은 스트레스 완화와 사회성 향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생활체육 인프라 확대도 중요하다. 공원과 체육시설, 산책로, 자전거도로는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다. 국민 건강을 지키는 예방 인프라다. 시민들이 쉽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많아질수록 사회적 의료비 부담은 감소한다. 선진국들이 생활체육 투자 확대에 적극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는 곧 초고령사회를 넘어 초장수사회로 향하게 된다. 의료비 증가 역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의료인프라 확충못지않게 국민이 스스로 건강해질 수 있는 환경,가장 효율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예방정책 그 중심에 체육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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