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르포] 저동 앞바다 밝힌 어화(漁火)…울릉도 오징어 어선 20여 척 모처럼 출어

  •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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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11 19:43  |  발행일 2026-06-11
20여 척 출항에 주민들 “오랜만에 보는 울릉의 여름밤”
위판 나선 2척 어획량 고작 70마리…기름값 빼면 적자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버티기 위해 나가는 바다”
지난 10일 밤 울릉군 저동항 앞바다에 오징어 채낚기 어선 20여 척이 출어해 어두운 바다를 환하게 밝혔다. 하지만 이날 수놓은 집어등은 풍어를 알리는 축포가 아니었다. 올들어 처음으로 대규모 오징어 채낚기 어선들이 출항했지만 이날 울릉수협 위판장에서 거래된 오징어는 70마리, 금액으로 170여만원에 불과했다. <홍준기 기자>

지난 10일 밤 울릉군 저동항 앞바다에 오징어 채낚기 어선 20여 척이 출어해 어두운 바다를 환하게 밝혔다. 하지만 이날 수놓은 집어등은 풍어를 알리는 축포가 아니었다. 올들어 처음으로 대규모 오징어 채낚기 어선들이 출항했지만 이날 울릉수협 위판장에서 거래된 오징어는 70마리, 금액으로 170여만원에 불과했다. <홍준기 기자>

붉은 노을이 저동항 방파제를 넘어 바다로 스며들 무렵인 지난 10일 오후 5시. 경북 울릉군 저동항은 오랜만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선원들은 갑판 위를 오가며 어구를 정리했고, 선착장에 정박해 있던 오징어 채낚기 어선들은 하나둘 출항 준비에 나섰다.


한동안 침묵하던 항구에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자 주민들도 발걸음을 멈췄다. 해가 서쪽 바다로 기울자 20여 척의 어선은 차례로 저동항을 빠져나갔다. 이렇게 많은 어선이 출항한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은 뒤 집어등을 밝혔다.


순간 검은 바다는 또 다른 세상이 됐다. 수평선을 따라 길게 늘어선 불빛은 마치 빛의 띠처럼 이어졌고, 잔잔한 물결 위에 반사된 집어등은 밤바다 전체를 은은하게 물들였다. 저동항과 해안도로 일대에는 이 광경을 지켜보는 주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울릉도의 여름밤은 집어등 불빛으로 환했다. 밤이 되면 수십 척의 오징어 배가 바다를 밝히는 풍경은 울릉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과 해양환경 변화, 오징어 어군의 북상으로 어획량은 줄었고, 출항을 포기하는 어선도 늘었다.


그래서 이날 밤 저동 앞바다를 밝힌 집어등은 단순한 조업 풍경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했다. 11일 울릉수협 판매과에 따르면 이날 위판에 나선 어선은 단 2척이었다. 이들이 잡아온 오징어는 모두 합쳐 70마리. 위판 금액은 약 160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이날 조업에 나섰던 오징어 채낚기 어선 대부분이 오징어를 잡지 못한 것이다.


겉으로 보면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서글프다. 울릉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에 나서는 어선 한 척의 하루 유류비만 약 114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선원 인건비와 식비, 장비 유지비 등을 더하면 수지를 맞추기 어려운 구조다. 많이 잡아서 돈을 버는 문제가 아니라 바다에 나갈수록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 가까운 셈이다.


김해수 울릉도채낚기협회장은 "조업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오랜만에 여러 척의 배가 함께 바다로 나간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라며 "올여름에는 어민들에게 힘이 되는 조황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어민들의 표정에서도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오징어가 예전처럼 잡힐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그렇다고 배를 항구에 묶어둘 수도 없었다. 바다가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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