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초집중의 비극적 현실중 하나는 의료 격차이다. 영남일보가 연재중인 '사는 곳이 계급인 나라' 기획보도도 최근 이를 조명했다. 사는 곳이 서울이냐 지방이냐에 따라 국민을 사실상 계급화 한다. 한때 서울 다음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의술을 자랑한다던 '메디시티 대구'의 환자들마저 끝없이 서울로 향하는 것은 지역의 자존심 훼손을 넘어 국가적 비극에 가깝다.
진료의 서울 블랙홀은 심각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거주지별 환자 분포를 분석한 결과,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를 찾은 대구지역 암환자는 2018년 1만874명에서 2022년 1만2천여명으로 19.1% 증가했다. 절대적 숫자도 많지만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경북지역 암 환자도 2022년 2만6천여명으로 같은 기간 14.8% 늘었다. 특히 경북은 서울 상경환자가 5년간 12만4천여명으로 비수도권 15개 시·도 가운데 압도적으로 많다.
상경 진료는 여러 부작용을 파생시킨다. 당장 환자와 가족의 고통이 크다. 중증일수록 입원과 가족의 간호가 필요한데, 서울 상경은 교통비와 숙박비, 간병비에서 상당한 추가 비용을 수반한다. 새벽부터 서울행 KTX에 몸을 실어야 하고, 서울에 도착해서도 병원셔틀의 긴 대기줄을 기다려야 한다. 이는 미국 유럽으로 나가기 위해 인천공항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교통격차와는 차원이 다르다.
서울 원정 진료의 원인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지방의 의료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해진 사실이다. 빅5를 비롯 서울의 핵심 병원들은 지난 수십년간 대기업의 후원 아래 첨단의술과 진료체계를 확대해왔다. 환자대응 친절도에서부터 병실과 병원 공간도 혁신했다. 이는 경북도내 의과대학이 전무한 사정 등과 마주치면서 원정진료를 부추기고 있다. 또 하나는 막연히 서울로 향하는 환자이다. 모든 게 서울이 좋다는 식의 관념속에 지역에서도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는데도 구태여 비용과 시간을 들여 서울로 향한다. 이는 서울병원의 임상 케이스를 누적시키면서 의술도 덩달아 좋아지는 패턴을 형성해 지방병원을 더욱 어렵게 한다.
대책은 분명하다. 경북대와 계명대 병원에서 추진중인 양성자 암 치료센터, 로봇기기 도입은 정부가 적극 뒷받침해 빠른 시일내 완료돼야 한다. 지역 의사제를 비롯한 정책적 지원도 필수적이다. 응급·중증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 간호사들에 대한 처우는 보다 파격적이어야 한다. 여기다 지방근무에 대해서는 국가적으로 인센티브를 보태줘야 할 것이다. 서울과 지방의 의료격차를 이대로 둬서는 안된다. 격차 해소는 국가의 항구적 의무가 돼야 한다. 지역에서도 의료의 완결성이 구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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