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기획] 경북 1위 외국인 소비도시 경주…황리단길 넘지 못하면 ‘골든 루트’는 없다

  •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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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23 20:59  |  발행일 2026-06-23
지난해 외국인 관광소비 245억3578만원…황남동·불국동 찾고 보덕동에 지출 집중
2025 APEC 뒤 외국인 18.3% 증가…국적별 다른 경주 여행, 체류·소비 연결이 과제
1박 중심 관광 넘어 2박3일로…황리단길·불국사·보문·동해안 잇는 여행 설계 필요
경주 불국사 입구 주차장에서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관광버스에서 내려 경내로 향하고 있다. 불국사권은 황리단길에 이어 외국인 방문이 집중되는 경주의 핵심 관광축으로 꼽힌다. <장성재 기자>

경주 불국사 입구 주차장에서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관광버스에서 내려 경내로 향하고 있다. 불국사권은 황리단길에 이어 외국인 방문이 집중되는 경주의 핵심 관광축으로 꼽힌다. <장성재 기자>

경주는 지난해 경북에서 외국인의 지갑이 가장 크게 열린 도시다. 2025년 경주를 찾은 외국인 방문자는 138만5284명이다. 이들이 경주에서 쓴 관광소비액은 245억3578만원으로 집계됐다.


경북 시·군·구 가운데 가장 큰 외국인 관광소비 규모다. 한국관광데이터랩 기준 구미 74억6821만원, 경산 72억6785만원보다 세 배 이상 많다. 포항 남·북구 소비액을 합친 122억3163만원과 비교해도 두 배를 웃돈다.


경주가 외국인에게 유적을 보고 떠나는 도시를 넘어, 먹고 자고 소비하는 국제관광도시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경주를 수도권에 이은 새로운 방한관광 주요 경로, 이른바 '골든 루트'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골든 루트는 외국인이 한국 여행 일정을 짤 때 필수 여행길을 의미한다.


경주가 이 길에 들어서려면 황리단길의 성공을 도시 전체의 체류와 소비로 확장해야 한다. 황리단길에서 시작한 발걸음이 불국사권과 보문, 동해안까지 이어질 때 외국인 관광은 한 골목의 흥행을 넘어 지역경제의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주 첨성대 일대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튤립이 핀 산책로를 따라 문화유산을 둘러보고 있다. 올해 1~5월 경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3% 늘었다. <경주시 제공>

경주 첨성대 일대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튤립이 핀 산책로를 따라 문화유산을 둘러보고 있다. 올해 1~5월 경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3% 늘었다. <경주시 제공>

◇ APEC 뒤 18.3% 증가…국적마다 다른 '경주 여행 지도'


올해 들어 경주를 찾는 외국인 증가세는 더 뚜렷하다. 올해 1~5월까지 경주를 찾은 외국인은 56만9357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3% 늘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지출액은 111억원으로 전년보다 34.1% 증가했다.


지난해 외국인 방문자 가운데 중국 비중은 18.9%로 가장 높았다. 대만 8.9%, 일본 6.2%, 미국 5.5%, 필리핀 5.0%가 뒤를 이었다. 인도네시아와 러시아, 베트남, 홍콩 관광객도 적지 않았다.


경주 관광시장이 중국과 일본 중심에서 미주와 동남아까지 넓어지고 있다. 관광객이 보는 경주도 국적마다 달랐다. 한국관광공사 빅데이터 관심 관광지 자료에서 영어권과 중국어권은 불국사·석굴암·대릉원·동궁과 월지 등 세계유산과 신라왕경 유적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반면 일본어권에서는 월정교와 황리단길, 동궁과 월지가 상위권에 올랐다. 한옥 골목과 야경, 사진과 체험의 매력이 더 크게 읽힌다. 외국인 관광객을 한 덩어리로 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영어권과 중국어권에는 세계유산 해설과 전통문화 체험을, 일본어권에는 황리단길과 월정교, 동궁과 월지를 잇는 야간 산책과 골목 체험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경주시는 외국인 관광객 200만명 유치와 평균 체류기간 3일을 목표로 내세웠다. 관광객 수만 늘려서는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 외국인이 하루 더 머물고, 한 끼 더 먹고, 다른 권역까지 이동하게 해야 한다.


경주 황리단길 일원에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황리단길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경주의 대표 관광상권으로, 글로컬 상권 사업을 계기로 원도심과 연계한 체류형 관광 확대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주시 제공>

경주 황리단길 일원에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황리단길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경주의 대표 관광상권으로, 글로컬 상권 사업을 계기로 원도심과 연계한 체류형 관광 확대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주시 제공>

◇ 황남동·불국동은 찾고, 보문에서 소비했다


2025년 읍면동별 외국인 방문 지표에서 황남동은 33만5786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릉원과 천마총, 황리단길이 모인 도심 관광권의 힘이다. 불국동은 27만3387명으로 뒤를 이었다. 월성동도 26만2593명을 기록했다. 외국인 관광의 중심축이 황남동과 불국동, 월성동에 형성됐음을 보여준다. 읍면동별 방문 수는 같은 관광객이 여러 지역을 찾으면 중복될 수 있다. 고유 관광객 수라기보다 외국인이 경주 안에서 어느 권역까지 움직였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다.


황리단길은 경주 여행의 관문이다. 경주시 관광진흥 5개년 계획 수립 연구는 황리단길 방문객의 평균 머문 시간을 114.6분으로 분석했다. 관광객들은 대릉원을 찾은 뒤 황리단길로 발걸음을 옮겨 식사를 하고, 카페와 상점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낸다. 황리단길의 성공은 유적과 일상을 연결했다는 데 있다. 다만 관문은 종착지가 아니라 다음 목적지로 보내는 곳이어야 한다.


불국사권은 이미 외국인 관광의 두 번째 축이다. 불국동 방문 지표에는 불국사와 석굴암, 보불로 주변 상권, 토함산 일대 이동이 함께 반영된다. 관광진흥 5개년 연구는 불국사권을 대표 관광자원으로 평가하면서도 서비스시설과 체험 콘텐츠 부족으로 단기 체류에 머문다고 진단했다.


불국사를 보고 곧장 시내나 보문으로 이동하는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불국사권은 '사람만 많은 관광지'에 머물 수 있다. 불국사에서 사찰음식을 맛보고, 토함산을 걷고, 전통공예를 체험하는 흐름이 필요하다.


외국인 소비 지도는 방문 지도와 달랐다. 보문관광단지가 있는 보덕동의 외국인 관광소비 비중은 32.3%로 가장 높았다. 황남동은 28.2%였다. 두 지역이 경주 전체 외국인 관광소비의 60.5%를 차지했다.


전체 소비액을 단순 적용하면 보덕동은 약 79억2천500만원, 황남동은 약 69억1천900만원 수준이다. 보덕동의 외국인 방문 지표는 18만2천778명으로 황남동과 불국동보다 적다. 하지만 호텔과 리조트, 국제회의 시설이 밀집한 보문의 특성상 숙박과 휴양 소비가 집중됐다.


김경은 경주시 관광정책팀장은 "보문은 외국인 관광객 체류의 허리"라며 "경주시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와 보문단지, 시가지를 잇는 국제회의 플랫폼과 보문단지 리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무대왕면 봉길리 해변 앞에 위치한 문무대왕릉의 일출 모습. 경주시 제공

문무대왕면 봉길리 해변 앞에 위치한 문무대왕릉의 일출 모습. 경주시 제공

◇ 1박 경주를 2박3일로…'세 번째 아침'이 골든 루트 가른다


경주를 찾은 미국인 던컨 라이트씨는 "역에서 관광지까지 가는 교통이 너무 불편했다"며 "택시가 너무 빠르게 달리거나 불친절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번은 큰 캐리어를 끌고 버스를 타려고 손을 흔들며 뛰어갔는데, 버스가 바로 앞에서 문을 닫고 출발했다"고 당혹스러워했다.


단체 여행을 온 대만인 장숙정씨는 "대릉원을 보고 처음에는 산인 줄 알았는데 무덤이라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고 놀랍다는 반응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황리단길처럼 힙한 가게가 많고, 버스를 조금만 타면 유적지도 많아 역사와 현대적인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도시라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국제행사 현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접해온 경북문화관광공사 김선주 팀장은 대만·중국 단체관광객 사이에서는 서울·부산·경주를 묶는 일정이 자주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 서구권 개별 관광객은 2~3명 단위로 불국사와 황리단길, 보문을 오가며 역사와 자연, 음식과 여가를 함께 즐기려는 성향이 뚜렷하다고 했다.


다만 골든 루트의 지속 가능성에는 신중한 시각이 필요하다. 여행상품 개발과 모객에 정부 지원이 붙으면 단기적으로 외국인 방문객과 판매 실적은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지원이 줄어든 뒤에도 관광객이 경주를 스스로 선택하려면, 불국사·황리단길·보문·동해안을 잇는 여행 동선 자체가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무대왕면 용담리에 위치한 감은사지 3층 석탑이 달빛에 비친 모습. 경주시 제공

문무대왕면 용담리에 위치한 감은사지 3층 석탑이 달빛에 비친 모습. 경주시 제공

경주를 찾는 외국인 소비의 68.9%는 식음료와 숙박에서 나왔다. 즉, 식당과 호텔이란 뜻이다. 외국인이 어디에서 밥을 먹고, 어디에서 자며, 밤에 무엇을 즐길지가 중요하다.


감포와 양남은 외국인의 세 번째 날을 만들 수 있는 권역이다. 문무대왕릉과 전촌 용굴, 해안도로와 지역 음식, 야간 프로그램을 묶어야 한다. 바다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체류가 늘지는 않는다. 숙박과 식음, 이동수단, 야간 콘텐츠, 체험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은 황리단길에서 첫 식사를 하고, 불국사에서 세계유산의 깊이를 만난다. 보문에서 숙박한 뒤 감포와 양남의 동해안에서 세 번째 아침을 맞는 여행길이 필요하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황리단길의 서비스 품질과 환대 문화를 높이고, 금리단길과 봉황로, 중심상가, 전통시장까지 관광객 동선과 소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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