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쓸모없는 것을 바라보기

  • 신보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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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30 15:30  |  수정 2026-07-03 09:15  |  발행일 2026-07-01
신보라 소설가

신보라 소설가

소설을 쓴다고 하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소설이 현실에 도움이 되긴 하나요?"


틀린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글쎄.


소설은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지도 못하고, 앓던 병을 고치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소설은 흔히 '쓸모없는 일'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쓸모 있는 것들만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을까. 누군가를 기다리며 오랜만에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 창문을 쳐대는 빗방울 소리를 멍하니 듣는 일, 오래된 사진 속 얼굴을 하루에도 몇 번이고 들여다보는 일. 그 순간들은 생산성도 없고 효율성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이 우리의 삶에 불필요한 순간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순간일수록 쓸모없는 것을 오래도록 바라본다.


소설은 그런 것이다.


소설은 사건을 전달하는 장르가 아니다. 범인을 알고 싶다면 기사 한 줄이면 충분하고, 역사를 알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소설은 한 사람이 비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는 장면을 몇 줄에 걸쳐 쓰고, 식은 재첩국을 쓸모없이 묘사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인물의 침묵을 따라간다.


비효율적인가?


비효율적이다.


우리는 그 비효율 속에서 사람을 이해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울지 않는다. 다만 식탁 위 바르게 놓인 숟가락을 오래도록 바라본다. 어떤 사람은 사과하지 않는다. 차갑게 식어버린 재첩국을 따뜻하게 데워놓을 뿐이다. 소설은 그런 행동들을 천천히, 그리고 오래도록 바라본다. 그 행동이, 그 감정이 머무르는 자리를 말이다.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잊히는 이 시대에서 모든 것은 핵심만 남긴 채로 요약된다. 하지만 어떤 기억은 냄새 하나로 그날의 시간이 되살아나고, 어떤 슬픔은 아무 이유 없이 의자 다리 하나만으로 찾아온다.


소설은 쓸모없는 것을 바라보려 한다. 그건 결국 사람을 오래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해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어쩌면 평생 이해될 수 없을 그 마음 앞에서 그저 더 머무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소설은 쓸모없는 것들을 가지고 쓸모없지 않은 것들을 만든다. 쓸모만으로는 끝끝내 설명되지 않는 인간을, 사람을, 사랑을 오래 바라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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