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9일은 대구·경북 시도민에게 참담함을 남긴 날로 기억될 것이다. 이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의 결과는 가혹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발전이란 수사(修辭) 뒤에 가려진 격차는 충격적이었다. 전남·광주권에 메모리 팹 4기 건설을 위한 800조 원 규모의 투자가 집중되고, 행정통합 지원금 20조 원마저 반도체 인프라에 투입될 수 있다는 소식에 지역 민심은 들끓었다. 당장 머리띠를 매고 대정부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분통도 당연한 감정이다.
그러나 분노의 방향을 정확히 잡아야 한다. 호남이 대규모 투자를 받아서가 아니다. 그들이 치밀하게 미래를 설계할 때,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냐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먼저다. '보수의 심장'이란 정치적 상징성과 과거 5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자부심에 취해 있는 동안 지역 경제의 펀더멘탈은 서서히 약화됐다. 마치 '끓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정부의 이번 발표는 허울 좋은 균형발전의 이름으로 또 다른 지방 차별을 공인한 꼴이다. 기업의 자본은 한정되어 있기에 특정 지역에 수백조 원이 쏠리면 나머지 비수도권은 소외된다. 이는 사실상 '수도권 집중화의 시즌 2'에 불과하다. 정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5극 3특' 체제는 이번 메가프로젝트로 인해 사실상 수도권과 호남권 중심의 '2극 3특' 체제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억울함에 이끌려 투쟁에 매몰될 것인가. 500만 시도민이 거리에 나선들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격앙된 감정이 아닌 냉철한 전략적 생존론이다. 구미의 반도체 소부장,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라인, AI 데이터 센터 건설 계획이란 희망의 불씨는 남아 있다. 비록 호남권의 거대 투자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구·경북 미래 50년이 달려 있다. 이제 단순한 하청 기지가 아닌,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 핵심 축으로 우리 스스로 포지셔닝해야 한다.
그 구체적인 실천으로 구미의 방산 특화 시스템 반도체 인프라와 대구의 로봇 테스트필드를 연계, 글로벌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의 하드웨어 표준을 주도해야 한다. 대구·경북의 반도체 소부장과 로봇 산업을 미래 산업의 '지능형 신체'와 '공급망 기술'이란 알짜배기 자산으로 탈바꿈시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기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피지컬 AI 로봇 산업의 핵심 부품 및 솔루션 공급 기업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이제 대구·경북은 대형 제조 공장 하나에 의존하는 천수답식 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전 세계로 수출되는 피지컬 AI 로봇의 핵심 솔루션을 공급하는 '대체 불가능한 브레인 경제권'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런 청사진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추경호 대구시장의 강력한 원팀(One-Team) 리더십이 선행되어야 한다. 양 지자체장은 초광역 협력을 통해 경제 영토를 확장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대구·구미·포항 등 각 거점 산단(실증·양산)과 도심(R&D), 신도시(정주)가 고속 교통망을 통해 30분 이내로 단절 없이 연결되는 '30분 생활권 회랑도시(대경권 메가-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지역 정치권과 시도민이 결집해 현재 확보된 반도체 소부장과 로봇 산업의 동력이 타 지역으로 분산되는 것을 철저히 막아내야 한다.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가 비록 우리에게는 쭉정이처럼 다가왔지만 이를 대구·경북 맞춤형 전략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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