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팔공산 자락의 한 사설 동물보호시설이 사찰 소유 부지를 무단 점유한 문제를 두고 사찰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 생성>
대구 동구 팔공산 일대 사유지 불법 점용 문제를 두고 두 이해당사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 사설 동물보호소가 20년 넘게 사찰 소유 부지에서 유기동물 보호시설을 무단 운영하면서다. 이 시설은 무허가건축물로 분류돼 시정명령까지 내려진 상황이다. 하지만 관할 동구청은 현재 보호 중인 동물이 수백마리에 달해, 시설 철거를 강제 집행할 수도 없다며 난처해 하고 있다.
7일 대구 동구청 등에 따르면, A 유기동물보호소는 2003년 B사찰이 소유한 팔공산 일대 부지에 무허가건축물을 지어 현재까지 유기동물 수백마리가 수용된 보호시설을 운영 중이다.
앞서 이 사찰은 시설 조성 당시 보호소에 자진 철거를 요청했지만 수십년 간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2022년 구청에 행정 조치 등 관련 민원을 제기했다. 결국, 2022년 5월 보호소와 사찰은 그해 말까지 토지를 원상복구하고 무허가건축물을 철거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시설 철거가 이뤄지지 않았다.
보호소는 당장 무허가건축물을 허물고 부지를 비워야 한다는 점을 알지만, 보호 중인 개, 고양이 등 유기 동물 300마리를 한꺼번에 옮길 대체 공간을 찾는 일에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이다. 보호소 측은 "그간 이전지를 계속 찾았지만, 동물 수백마리를 수용할 임대 부지는 사실상 없었다. 매매 가능한 땅도 동물보호법, 건축법 등 관련 법규에 맞아야 해 구하기 어려웠다"며 "현재 보호소 인근 자그마한 땅을 겨우 찾아 그곳에 대체 시설을 마련한 뒤 동물들을 조금씩 옮기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여건이 조성되면 단계적으로 이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반면, 사찰은 '유기 동물 보호'라는 취지는 좋아도 타인 명의 토지를 무단 사용하는 문제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찰 측은 "20년 가까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아량을 베풀었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토지를 쓴다면 적어도 형식적으로 허락을 받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행동을 취하는 게 맞다"며 "(토지인도 관련) 소송전까지 벌어진 점은 안타깝지만, 계속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어쩔 수 없다. 조만간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동구청은 머리를 싸매고 있다. 행정적 위반 사실이 명백해 강제 철거 등에 나서야 하지만 '공익을 심히 해할 것으로 인정될 때'에만 대집행을 할 수 있다는 조항(행정대집행법 제2조)이 걸림돌로 작용해서다. 이 시설이 민가가 없는 넓은 부지에 위치해 있어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판단하기 어렵고, 동물 수백마리를 당장 옮길만한 방안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앞서 동구청은 해당 보호소에 2022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15차례에 걸쳐 시정명령을 내렸다. 총 1천만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도 부과했지만 사태의 진전은 없었다.
동구청 건축주택과 측은 "사찰측 주장대로 위법 행위는 맞지만 공공이익에 위배되는지가 잘 가늠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며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집단 간 갈등은 커져만 가는데 동물 수백마리를 구청이 전부 데려다가 관리할 수도 없고, 그런다고 장시간 묵인할 수도 없어 우리도 답답하다"고 했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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