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이 던진 역설…도서전은 흥하는데 지역출판은 어렵다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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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09 20:50  |  발행일 2026-07-09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된 책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된 책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6만명'.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2026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방문객 수다. 지난해 관람객 수 15만명 기록을 갈아치웠다. 대구 서구 전체 인구에 맞먹는 수준이다. 얼리버드 티켓이 매진되고 행사 기간 내내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다. 지난해 방문객의 대다수가 2030 젊은 여성이었다면 이번에는 입소문을 타고 청소년,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행사장을 찾았다.


출판계의 대축제인 만큼 출판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독자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각자의 개성을 한껏 드러냈다. 부스를 통해 도서뿐만 아니라 굿즈, 전시, 체험 콘텐츠 등으로 존재를 알리는 데 공을 들였다. 참가 출판사 상당수가 지난해보다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만 놓고 보면 출판시장이 되살아난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도서전의 성공이 곧 출판산업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축제의 열기와 달리 출판 현장의 현실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서울·파주의 대형 출판사들도 어려운데 대구의 중소 출판사들은 유통, 마케팅, 독자 확보의 삼중고를 겪으며 더욱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전시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전시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0명 중 6명 1년간 책 안 읽어…도서전은 '오픈런' 행렬


최근 몇 년간 서울국제도서전은 매년 신기록을 쓰고 있다. 개장 두 시간 만에 굿즈가 동났다는 부스가 속출하고, 줄이 너무 길어 책 구매를 포기했다는 관람객도 나왔다. SNS에는 개막 며칠 전부터 도서전 굿즈 맛집, 부스 추천, 필수 준비물 같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상한 일이다. 책 읽는 사람은 꾸준히 줄어드는데 도서전에는 인파가 몰린다. 성인 10명 중 6명은 한 해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보면 1년간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에 그쳤다. 2013년 71%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처음으로 40% 이하를 기록했다. 종합독서량은 2.4권으로 집계됐다.


도서전의 흥행이 독서인구 증가로, 독서인구 증가가 도서전의 흥행으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도서전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잘 알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국제도서전을 방문한 김모(여·28)씨는 "책보다 굿즈를 사러 온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다"며 "부스도 SNS 마케팅에 성공한 일부 문학 출판사나 독특한 굿즈를 파는 곳에 인파가 몰렸다"고 말했다. 출판계에서도 이를 두고 '굿즈 도서전'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휴먼앤북스 출판사 대표이자 소설가인 하응백 전 경희대 교수는 "이제 현장에서 '책을 읽지 않아도 좋다. 갖고만 있어도 좋다'는 구호까지 나온다"며 "서울국제도서전이 '돈 넣고 돈 먹기'식 행사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꼬집었다.


대구 달서구 장기동 성서산단 인근 대구인쇄출판밸리.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와 지역 출판·인쇄사들이 들어서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 달서구 장기동 성서산단 인근 '대구인쇄출판밸리'.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와 지역 출판·인쇄사들이 들어서 있다. <영남일보 DB>

◆주요 기업 영업이익 13%↓…대구 출판사는 더 힘들어


굿즈라도 만들어 출판사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만큼 출판시장이 어렵다는 의미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에 따르면 주요 72개 출판기업의 지난해 총매출액은 약 4조8천530억원으로 전년보다 1.3% 감소했다. 총영업이익 역시 약 1천370억원으로 13.4% 줄었다.


출판사 수의 증가도 시장의 활력을 그대로 뜻하지 않는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출판사·인쇄사 검색 시스템에 등록된 영업 중 국내 출판사는 8만5천689개사였다. 전년 8만1천161개사보다 늘었다. 그러나 2025년 발행 도서를 출협에 납본한 출판사는 5천766개사였다. 실제 신간 생산에 참여한 출판사는 일부에 머무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단행본 가격까지 오르고 있다. 고유가 영향으로 종이값과 인쇄비가 크게 상승해 나타난 결과다. 부담은 책을 만드는 출판사뿐 아니라 구매하는 독자에게까지 넘어간다.


지역 출판사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는 분야마다 작가군이 풍부하고 꾸준히 작가가 배출되고 있다. 출판사도 지속적으로 나온다. 지난 8일 출판사·인쇄사 검색 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대구에서 영업 중인 출판사는 3천137개사다. 하지만 산업 상황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지역 출판계 관계자들은 타 지역에는 없는 출판산업지원센터가 있어 비수도권에선 비교적 나은 상황이지만, 수도권에 비해 유통망이 부족하기 때문에 좋은 책을 만들어도 독자를 만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출판사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홍보·마케팅에 투입할 인력과 자본도 부족하다. 시집의 경우 2쇄만 찍어도 선전한 셈이다.


신중현 학이사 대표는 "출판은 사회 분위기와 시류에 특히 민감한 산업이다. 성장세를 보이더라도 어떤 이슈가 생기면 독자들의 관심이 금세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며 "서울 출판사도 어려운데 지역 출판사는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이어 "큰 출판사는 굿즈를 기획하는 전담팀까지 두고 있지만 중소 출판사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들이 문학기행 후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들이 문학기행 후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독자 접점 늘리고 출판사 간 교류의 장 만들어야"


출판시장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독서인구 감소다. 하지만 단기간에 독서인구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 지역 출판계는 독서문화 확대가 어렵다면 독자가 출판사의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 대표는 "지역 출판사 도서는 존재 자체를 몰라서 못 읽는 경우가 많다"며 "북토크, 독서모임 등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늘리는 것이 가장 실질적인 방안"이라고 제언했다.


지역 출판사들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상욱 도서출판 피서산장 대표는 "단순히 책을 냈다고 사주는 방식은 책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으니 출판사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교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며 "예전에 수성구의 한 도서관에서 지역 출판사들을 모아 애로사항을 듣는 간담회를 했는데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메이저 출판사도 고전하는 마당에 지역 출판사까지 살려야 하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역 출판사에서만 39년째 근무 중인 신 대표는 말했다. "지역에 좋은 출판사가 있는 것은 좋은 대학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대학이 인재를 키워 지역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듯, 출판사는 이야기를 기록해 지역의 문화·역사를 보전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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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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