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윤 남산면 조곡리 이장이 마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힘들어도 웃으면서 농사짓고,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마을이 가장 좋은 마을입니다."
지난 8일 오후 경산시 남산면행정복지센터 맞은편 한 카페.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박재윤(46) 조곡리 이장은 망설임 없이 이렇게 말했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진 대화 내내 그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을 가족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에서는 '마을이 곧 내 삶'이라는 진심이 느껴졌다.
조곡리는 남산면에서 가장 큰 자연부락 가운데 하나다. 123가구, 230여 명이 살아가는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경산을 대표하는 복숭아 주산지다. 주민 대부분이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으며, 탐진 안씨와 관련된 조곡서원 등 오랜 역사와 문화도 품고 있다.
1980년생인 박 이장은 경산에서도 손꼽히는 젊은 이장이다. 현재 남산면 이장협의회장도 맡고 있다.
"젊은 사람이 맡으면 추진력은 조금 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어려서부터 이 마을에서 자라 주민들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추진력은 눈에 보이는 성과로 이어졌다.
조곡리는 최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공모에 선정돼 총사업비 24억7천만원을 확보했다. 내년부터 4년간 노후 슬레이트 지붕 철거와 담장 정비, 골목길 확장, 빈집 정비 등이 추진돼 마을의 생활환경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슬레이트 지붕만 60채가 넘고 골목도 좁아 늘 불편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우리 마을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모 준비는 쉽지 않았다. 경북도 심사와 중앙평가를 거쳐야 했고 주민설명회도 세 차례 열었다. 그는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필요한 사업을 조사했고, 주민들의 의견을 사업계획서에 담았다.
"사업 선정 소식을 들은 어르신들이 '정말 수고했다'고 말씀해주실 때 가장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장 5년차로 접어든 박 이장은 취임 후 저수지 확장사업을 추진해 농업용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4년간 이어진 지적재조사사업도 마무리 했 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다. 일부 농촌에서 공동기금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는 현실을 보며 조곡리에서는 이주민에게 기금 납부를 강요하지 않았다. 먼저 함께 어울리고 마을의 일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 공동체를 지키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돈 때문에 사람 사이가 멀어져서는 안 됩니다. 마을은 서로 돕고 웃으며 살아가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는 앞으로도 조곡리를 '살기 좋은 마을'보다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깨끗한 자연도 중요하지만 결국 농촌의 경쟁력은 사람입니다. 주민들이 서로 믿고 웃으며 살아가는 마을, 젊은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고 싶은 마을을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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