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
지난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民心)의 본질은 엄중하고도 명확했다. 소모적인 내부 정쟁(政爭)과 진흙탕 싸움을 즉각 중단하고, 흩어진 민심을 추슬러 보수를 통합하고 전면적인 개혁에 나서라는 메시지였다. 다수의 유권자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표를 던진 것은 그들이 정당해서가 아니라, 무너진 보수를 제대로 재건하고 민생을 돌볼 대안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증명해 보이라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지 두 달여가 지난 지금, 국민의힘 지도부가 보여주는 행보는 이러한 민심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선거 결과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야당 대표의 거취와 비상식적인 행동이다. 마땅히 자성하고 고개 숙여야 할 제1야당의 수장은 자리를 지킨 채, 엉뚱하게도 당내(黨內) 반대파를 향해 징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기에 국회 밖을 전전하며 장외 집회에 참석하는 등 세(勢) 대결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당 전체의 원내 전략과 보조를 맞추기는커녕, 자당(自黨) 소속 의원 대다수가 외면하는 나 홀로 장외 투쟁을 고집하는 대표의 모습은 대중의 눈에는 책임 정치를 회피하기 위한 정치적 방어막이자 고립을 자초하는 자해 행위로 보일 우려가 크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명분 없는 장외 투쟁으로 인해 정작 국회가 챙겨야 할 산적한 민생 현안들이 차갑게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원(院) 구성 협상이 장기 표류하면서 국회 상임위원회는 제 기능을 잃었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입법(立法) 과제들은 서랍 속에 방치되어 있다. 당장 불 보듯 뻔한 수사 공백과 직결된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문제들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서민들의 삶의 무게를 짓누르는 집값 상승과 전월세난 등 시급하고도 민감한 경제 현안들에 대한 해법 마련도 그 시기를 놓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점점 투전판으로 변질되어 가는 듯한 주식시장 문제도 그대로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 불균형과 불공정이 만연한 사회로 변질되어 가고 있음을 직시(直視)해야 한다.
정치의 본질(本質)은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민생현장을 돌보면서 그들의 아픔을 살피고 눈물을 닦아주면서 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는 데 있다. 서민들은 당장 숨이 턱 막히는 삶의 현장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제1야당의 리더십은 공허한 광장에서 다수 국민이 동의하기 어려운 극단적 구호와 확성기 소리에 기대어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는 듯하여 씁쓸하다. 이는 민생을 볼모로 한 명백한 반칙이자 상식에 반하는 정치다. 제1야당 대표라는 자리는 개인의 방패막이가 아니다. 그의 정치적 리스크와 독단적 판단의 무게 때문에 당(黨) 전체, 나아가 보수 진영 전체가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으며 위기를 자초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보수의 재건(再建)과 지지세 회복은 결코 광장의 세 대결이나 선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보수가 다시 일어서는 길은 민심을 받들어 당을 처절하게 쇄신하고, 국민의 삶을 바꾸는 입법과 정책으로 입증해 보일 때 열릴 것이다. 민심을 등진 채 광장을 전전하는 정치에 보수의 미래(未來)는 없다. 민심의 준엄한 경고를 끝내 외면한다면, 보수 재건을 가로막는 해당(害黨) 행위나 다름없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대구·경북(TK) 정서의 핵심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안정 속의 개혁과 수권정당으로서의 기틀을 다시금 공고히 다질 수 있는 보수 대결집을 요구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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