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AI·반도체 시대, 대구 정치가 답해야 할 3가지

  • 최하예 정치공동체 폴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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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22 13:14  |  발행일 2026-07-23
최하예 정치공동체 폴티 대표

최하예 정치공동체 폴티 대표

시사토론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모임에서는 대구의 국립대를 졸업하고 식품업에 종사하다 유통업으로 옮긴 한 가장을 만났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대구 산업의 현실 그 자체였다. 20년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산업구조, 국제정세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은 업체들, 신산업 전환의 위험과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사업자들의 현실. 그의 이야기는 통계이기도 했다. 2024년 전국 폐업 사업자는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넘었고, 대구의 폐업자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국가 경제의 지표는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사상 처음 7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 수출은 1천924억 달러였다. 지난 6월 월간 수출은 처음으로 1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중 반도체 수출은 448억 달러로 전체의 43.8%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동시에 한국 경제의 성장이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80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AI 데이터센터에도 약 550조 원의 민간투자를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국가 산업정책의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지역의 삶도 나아질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공장이 들어서도 지역 기업이 공급망에 참여하지 못하면 지역경제와 연결되지 않는다. 일자리가 생겨도 필요한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지역에 적합한 인력이 없다면 외부 인력의 몫이 된다. 데이터센터와 산업단지가 들어서더라도 전력과 용수, 환경 부담만 지역에 남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투자액이 아니다. 국가의 투자를 지역 기업과 노동, 교육과 일자리로 연결하는 정치적 역량이다. 그렇다면 대구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정치적 효능감을 체감하게 해야 한다. 시민은 당내 권력 경쟁과 팬덤 정치의 동원 대상이 아니다. 성서와 현풍으로 출근하고, 서문시장과 칠성시장에서 장사하며,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는 생활인이다. 정당은 이들의 불안과 요구를 정치적 의제로 조직해야 한다. 무엇을 바꿨는지, 무엇을 바꾸지 못했는지,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대의되지 않는 삶이 쌓일수록 정치는 효능감을 잃고 냉소와 혐오를 키운다.


둘째, 산업의 유행이 아니라 전환의 질서를 말해야 한다. AI·로봇·미래모빌리티는 어느 지역에서나 반복되는 정책 구호가 됐다. 대구도 예외가 아니다. 대구 정치가 답해야 할 것은 신산업 전환의 결과다. 어떤 기업이 기회를 얻고 어떤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지, 기존의 숙련을 어디에 연결할지, 영세기업의 전환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 정치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산업 전환의 성과는 일부 기업이 독점하고 그 비용은 노동자와 자영업자에게 떠넘기는 구조를 정치가 방치해서는 안 된다.


셋째, '국비 확보' 중심의 지역 정치를 넘어야 한다. 국비는 행정적 수단이다. 대구는 중앙정부의 사업을 받아 집행하는 행정의 말단이 아니다. 대구의 산업 기반과 노동의 숙련, 대학과 연구기관의 자체적 역량을 살려야 한다. 대구의 전략으로 중앙의 예산과 제도를 끌어오는 실력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


수출 1천억 달러가 국가 성장의 전부는 아니다. 정치 없는 경제 성장은 지역의 삶에 닿지 못한다. 시민의 목소리를 의제로 조직하고, 산업 전환의 이익과 비용을 조정하며, 그 결과에 책임지는 정치다운 정치가 대구에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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