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장 발언대] 주민 신뢰로 36년, 예천 마을을 지킨 정재문 이장

  •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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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25 14:40  |  수정 2026-07-27 11:24  |  발행일 2026-07-25
1990년부터 2년마다 치러진 선거에서 매번 주민들의 재신임을 얻어
250여 명이던 주민이 100명 미만으로 줄어든 세월 동안 이웃 간 갈등을 중재
정재문 예천군 호명읍 직산2리 이장이 마을 노인회관 앞에서 마을 자랑을 하고 있다. <장석원기자>

정재문 예천군 호명읍 직산2리 이장이 마을 노인회관 앞에서 마을 자랑을 하고 있다. <장석원기자>

경북 예천군의 한 마을에서 36년 넘게 이장직을 지켜온 인물이 있다. 정재문(73) 이장은 1990년부터 현재까지 36년 5개월째 같은 마을을 이끌고 있다. 2년마다 주민들의 재신임을 받아야 하는 구조에서 30년 이상 자리를 지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정 이장은 "특별한 비결은 없다"면서도 "주민들을 속이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았다. 내 소신대로 기준을 벗어난 일은 하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다. 임기 동안 다섯 차례가량 마을 총회에서 경선을 치렀지만, 주민들은 매번 그를 다시 선택했다.


"내 욕심으로 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계속 맡겨주셨다"고 정 이장은 전했다. "큰 업적을 세운 것은 없지만 맡은 일은 성실하게 처리했고, 주민들이 그 점을 믿어준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갈등 해결 방식도 단순하고 일관됐다. 정 이장은 "말다툼이 생겨도 먼저 참았다"며 "주민끼리 다툼이 생기면 잘못한 사람이 먼저 사과하도록 하고 서로 화해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마을에서는 이웃 간 고소·고발로 경찰서를 찾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한때 마을 입구에는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36년 세월 동안 마을에서 가장 뚜렷하게 달라진 것은 인구였다. 정 이장이 처음 마을을 맡았을 당시 주민 수는 250여 명이었다. 공동작업이나 마을 청소를 하면 주민 모두가 나와 함께 일하는 풍경이 자연스러웠다. 지금은 주민이 100명도 채 되지 않고, 40대 이하 주민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으로 그는 "면민체육대회나 각종 행사에서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참여하고 좋은 성적을 거둘 때"를 꼽았다. 반면 가장 아쉬운 점으로는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더 세심하게 챙기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겐 아직 풀리지 않은 숙원사업도 있다. 예천에서 안동까지 4차선 도로가 연결돼 있지만, 직산·월포·황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진출입시설(톨게이트)이 없어 청복리까지 우회해야 하는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이장은 "도로 건설 당시 진출입시설이 설치될 것으로 알았고 부지 확보와 측량까지 진행됐지만 결국 무산됐다"며 "이후 국토관리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국회의원에게도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만큼 정치권과 관계기관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정 이장은 "이장이라는 자리는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욕을 먹는 자리"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주민들이 건강하게 농사짓고 사고 없이 오래 사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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