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빅타이거그룹 대표·기타리스트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과 의견을 드러내는 일을 조심스러워하게 되었다. 작품에 대한 감상은 물론, 개인의 취미와 기호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호불호를 말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시대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순간 타인의 평가와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혹시나 비난이나 오해를 받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예술을 이해하는 데 있어 도슨트와 평론가의 존재는 분명 의미가 있다. 작품에 담긴 시대적 배경과 제작 의도,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면 감상의 폭은 훨씬 넓어진다. 그들의 해설은 작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놓치기 쉬운 부분을 발견하도록 돕는 훌륭한 길잡이다. 그러나 그 길잡이가 정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인 경험이다. 모두가 명작이라 말하는 작품이 나에게는 감동을 주지 않을 수도 있고, 혹평받는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평가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느꼈는가이다.
세계적인 예술가 뱅크시는 예술계의 권위와 허례허식을 풍자하기 위해 다양한 행위예술을 시도했다. 초창기의 그는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전시하는 게릴라 아트를 선보였고, 관계자들조차 이를 쉽게 알아채지 못했다. 유명세를 얻고 난 뒤, 한 번은 자신의 작품이라고 밝히지 않은 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단돈 60달러에 판매했지만, 6시간 동안 겨우 몇 점만 팔렸다. 이후 작품의 주인이 뱅크시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작품의 가치는 순식간에 달라졌다. 이 일화들은 사람들이 작품 자체의 가치보다 작가의 이름과 명성, 나아가 공신력 있는 기관이 부여한 권위에 더 큰 가치를 두는 현실을 보여준다.
반면 최근 개봉한 영화 '호프'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평론가들의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이는 누군가의 감상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은 하나의 정답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로 다른 해석과 감상이 공존할 때 문화예술은 더욱 풍성해진다.
도슨트와 평론가의 의견은 참고할 만한 가이드라인일 수는 있지만 정답은 아니다. 그들 역시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관점을 제시하는 '사람'들이기에. 문화, 예술은 정답을 맞히는 시험이 아니라 각자의 감정을 만나는 경험이다. 내가 좋으면 좋은 것이고, 싫으면 싫은 것이다. 자신의 감상에 솔직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문화예술은 더욱 다양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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