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현 청년종농 회원들이 영남일보 기자에게 청년농부 지원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만 본섬서 가장 좁은 현이지만
국가 총생산 달걀의 40% 차지
쌀·부추·포도·양고기 전국 1위
농업처, 농지 등 제도 혜태 지원
'창농학당'선 기술
장화현(彰化縣)은 대만 본섬에서 가장 좁은 현이지만 농업의 밀도는 높다. 대만에서 생산되는 달걀의 40%가 장화현에서 나온다. 화훼 면적과 쌀·부추·포도·양고기 생산 역시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만 농업부와 장화현 농업처에 따르면, 장화현의 청년 종농 회원은 3천16명으로 대만에서 가장 많다. 농업부가 지난 6월26일 발표한 '백대청농(百大青農)' 106명 가운데 장화현 청년농만 10명이다.
이 같은 성과는 중앙과 지역의 수평적 관계에서 이뤄진다. 즉 중앙에서 자격 기준과 자금·기술을 규격화해 공급하면, 지역은 지역농가와 청년이 그 규격에 도달하는 경로를 만든다. 중앙정부의 농업부와 장화현의 농업처는 권한을 위아래로 잘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성격에 따라 수평적으로 나누는 모델을 지향한다. '폴리센트릭(다중심)' 거버넌스의 기반 조건에 부합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중앙의 자금을 끌어와 지역에 맞는 정책으로 치환하는 '통합 대구경북'의 미래에 적합한 모델이다.
장화현은 대만에서 가장 많은 청년농업인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화훼 면적 역시 대만에서 가장 넓다. 사진은 장화현의 대표적인 청년창농 사례인 '서풍화훼농원(瑞楓花卉農園)'의 원예 작목 사업장.
◆지역농을 제도로 이어주는 통로
청년 농업인의 기준은 농업부(중앙)가 정한다. 18~45세이면서 실제 농업 생산·경영에 종사하는 이들이 대상이다. 농업보험에 가입돼 있고 농업경영 등기를 해야 하며, 산소반(産銷班·작목반)·농회(농협·農會)·청년농민 조직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일반 청년농은 최대 500만 대만달러(약 2억2천500만원)를 지원받을 수 있고, 농업부가 지도하는 청년농은 1천만 대만달러까지 빌릴 수 있다. 무이자 한도는 200만~500만 대만달러다.
장화현 농업처는 청년의 안정적 농업경영 조건으로 농지·자금·기술·판로·사회적 연결 등을 꼽았다. 농지는 중앙이 만든 '농지은행' 플랫폼으로 매칭을 돕고, 자금 신청은 현(縣)과 각 향·진(우리의 구·군) 단위의 농회가 도우며, 기술은 타이중 농업개량장 등 중앙 계통 기관을 끌어와 연결한다. 지역은 제도의 하위 집행기관이 아니라, 청년이 중앙제도에 접속하는 지점을 관리한다.
또 현은 국내외 전시판매 행사와 전자상거래 플랫폼 '장화우선(彰化優鮮)'을 통해 학교 급식, 기업 구매로 판매 경로를 넓힌다. 학교 급식과 기업 구매는 지방자치단체만이 운영·관리할 수 있는 수요다. 경북도 통합쇼핑몰인 '사이소'와 유사한 장화우선은 현 농회와 함께 농특산 전시판매회를 열고 온라인으로도 농특산품을 판매한다.
교육은 2020년부터 현이 직접 운영해 온 '창농학당(彰農學堂)'이 맡는다. 생산 기술부터 브랜드 마케팅, 경영 관리까지 다루며 지난해 말까지 1천170명이 수료했다. '청년농민연의회(靑年農民聯誼會, Youth Farmers Association)'도 현 정부가 설립했다. 청년농민연의회는 대만의 각 지방자치단체(현·시) 및 농회를 중심으로 조직된 청년 농업인들의 공식 협의체 및 교류 단체다. 대만 정부(농업부)의 청년 농업인 육성 정책과 맞물려 현지 농업의 현대화와 스마트팜 전환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중앙의 청년농 인정 기준에 따르면 '청년농민 조직 가입'이 농업을 경영하는 자의 근거로 쓰이는 만큼, 이 조직은 친목단체를 넘어 자격 증명의 일부이기도 하다. 농업처 관계자는 "청년농민 다수가 경영 3년을 넘기면 모델이 안정되며, 특히 고정 토지와 시설, 판로, 브랜드를 갖춘 이들의 잔류 의향이 더 높다"고 밝혔다.
장화현 '서풍화훼농원(瑞楓花卉農園)'의 원예 작목 사업장에서 작업자들이 선물용 대나무를 다듬고 있다.
◆위아래가 아니라 옆으로
장화현의 분업은 중앙과 지방으로만 갈라지지 않는다. 현 농업처가 청년농 육성과 기술 지도 등을 맡고, 2022년 3월 설치된 청년발전처가 창업과 혁신, 인재 육성, 공공참여를 맡는다. 현은 해마다 두 차례 현장(縣長)이 농민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열어 창농학당의 커리큘럼과 강사를 그 자리에서 정한다.
농업인 간 교류도 있다. 품목별 대표들이 스스로 모여 만든 '파머 투어'다. 올해 백대청농으로 선발된 저우자훙(周家宏) 대표는 "코로나19로 원예·화훼가 위축됐을 때 청년농업인들이 모여 낸 아이디어를 실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머 투어에서는 스마트팜, 오이, 화훼 농가와 산양 농장 등을 묶어 체험상품으로 학교나 단체에 제공하고 있다. 장화현 농업처는 이를 지속가능한 농촌 부가가치 창출의 모델로 보고 장려하기도 했다.
장화현이 보여 주는 것은 다중심(폴리센트릭) 거버넌스의 기반 조건이다. 정책은 중앙이 세우고 허가는 지역이 내며, 두 도시 이상에서 유통되는 품종은 중앙이 공동 마케팅을 맡고 장화현만의 특산품은 현이 직접 나선다. 중앙이 모든 것을 정하고 지역은 집행만 하는 위계가 아니다. 지역의 문제를 지역의 판단으로 결정하는 범위를 스스로 넓혀갈 때, '통합 대구경북'도 중앙과 나란히 서는 또 하나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장화현 농업처 궈즈산 처장
"장화현의 농업정책 특성은 청년 육성…보조금보다 경영능력 배양에 집중"
장화현의 청년농부는 3천16명이다. 이는 등록된 이들만 집계한 것이고 실제로는 3천400~3천500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장화현 농업처 궈즈산(郭至善) 처장은 "장화현의 농업정책 특성은 청년 육성"이라고 말했다. "장화현의 지리나 기후는 다른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청나라 때부터 관개 수로를 먼저 놓아 농업을 일찍 시작했다. 차이는 농업생태계가 통째로 갖춰져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인근 대도시인 타이중직할시를 시장으로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쌀이든 닭이든 사료부터 판로까지 반경 3~5㎞ 안에서 해결된다. 아침에 수확하면 점심에 소비 시장에 닿는다. 인프라-생산-판매를 갖춘 1차 산업의 토털 솔루션인 셈"이라고 했다.
청년농 중 일부가 부모세대에 이어 2세 농업인일 가능성이 클 것 같다는 질문에 궈즈산 처장은 "맞지만 그들의 비중은 높지 않고 실패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농이 실패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나의 요인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겹친 경우"라고 했다. 그는 2세 농업인의 어려움으로는 시대의 변화를 들었다. 안정적인 판로 확보가 어렵고 과거의 방식으로는 부모세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창농학당에서 경영·재무 훈련을 강화하고 판로 매칭과 브랜드 지도를 넓히고 있다. 청년이 농업현장에 남는 일은 보조금이라는 유인만으로 되지 않는다. 기술과 자금, 토지, 판로, 커뮤니티가 함께 받쳐 줘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처의 지원방식도 변화했다고 궈즈산 처장은 언급했다. 과거에는 귀농 장려와 시설·장비 보조에 중점을 뒀지만, 최근에는 동반형 지도와 경영능력 배양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것. 그는 "청년의 과제가 '어떻게 농업에 들어올 것인가'에서 '어떻게 수익 능력과 지속 경영을 높일 것인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보조금은 청년이 발을 딛고 서게 돕는 것이지 장기적으로 의존할 대상이 아니다. 결국 시장 경쟁력과 자주적 경영능력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대만 장화현에서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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