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행정통합 ‘다중심’에서 길을 찾다 ⑤] 타이중직할시의 도시 협력 플랫폼

  • 박준상
  • |
  • 입력 2026-09-11 11:00  |  수정 2026-09-11 11:52  |  발행일 2026-09-11
8개 지자체 기능 묶고 만들어낸 성과로 중앙을 움직이다
타이중직할시는 2010년 타이중현과 타이중시가 합병되면서 탄생했다. 합병 이전부터 두 지자체는 협력해왔고, 합병 후에는 인근 7개 지자체와 협력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사진은 타이중직할시 시청사의 모습.

타이중직할시는 2010년 타이중현과 타이중시가 합병되면서 탄생했다. 합병 이전부터 두 지자체는 협력해왔고, 합병 후에는 인근 7개 지자체와 협력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사진은 타이중직할시 시청사의 모습.

타이중시와 인근 7개 지방체

중대만 지역 거버넌스 플랫폼

타이중 시정부 연구발전고핵委

의결권 독점 않고 순번제 운영

의사 결정은 상향식 4층 구조

다중심 협력 모델 구축 성공

디지털·교통 서비스 공유 비롯

경제·관광 등 협력, 중앙 건의

4년간 110건 추진해 85건 완료

대만 중서부 주요 도시인 타이중직할시는 인근 7개 지자체와 협력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이들 8개 지자체는 자기 문제를 자기 힘으로 해결하는 자생의 분위기를 제도로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권역이 스스로 의제를 만들고, 예산을 모으고, 중앙을 움직이는 이 구조는 각 지역이 저마다의 확고한 중심이 되는 '폴리센트릭(다중심)' 구조의 기반 조건에 부합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타이중직할시를 포함한 8개 지자체는 기능부터 묶고, 성과로 '지속'의 근거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낸 성과로 중앙에 안건을 제시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2028년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지역 정치권과 힘을 합쳐 통합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노력에 더해 대구와 경북이 특별시 출범 전이라도 실질적인 '협력'의 성과까지 거둔다면 통합의 당위성을 얻고 행정통합도 주도할 수 있다.


타이중 시정부 연구발전고핵위원회(이하 연고위)는 시정 기획·연구조사, 실적 관리와 심의를 하면서 협력 플랫폼의 사무국 역할도 맡고 있다. '중대만 지역 거버넌스 플랫폼'에는 타이중직할시를 비롯해 장화현·난터우현·먀오리현·신주현·신주시·윈린현·자이시 등 8개 지자체(인구 700만)가 참여하고 있다.


계보의 시작은 1975년 타이중현-타이중시 연락회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엔 장화현과 난터우현이 합류해 산업연맹으로 발전하고, 2019년엔 7개 지자체로 확대됐다. 이후 2023년 2월 신주시가 가입하면서 현 체제가 완성됐다. 중앙정부가 권역별 협력 플랫폼 구축 방침을 처음 제시한 때는 2009년이고, 타이중현과 타이중시가 합병돼 직할시로 승격한 때는 2010년이다. 지자체들이 먼저 시작한 협력플랫폼을 중앙이 따라온 모양새다.


운영에도 '중심'이 없다. 플랫폼을 만든 타이중직할시는 의결권을 독점하지 않는다. 8개 지방정부가 매년 순번제로 주관한다. 의사 결정은 상향식 4층 구조다. 대기환경·경제발전·교통인프라·관광·농산물 마케팅·보건안전 등 6대 분야의 의제별 협의체에서 각 도시별 관심사를 발제하면, 실무지원단 회의가 안건을 정리하고, 연 2회 열리는 부단체장 회의에서 실행 가능성을 심의해 확정하며, 1년에 한 번 개최되는 단체장 회의에서 성과를 발표한다.


타이중직할시 시청에 자리한 타이중시정부 연구발전고핵위원회 사무실. 타이중직할시의 시정 기획을 담당하는 동시에 중대만 지역 거버넌스 플랫폼의 사무국 역할도 맡고 있다.

타이중직할시 시청에 자리한 타이중시정부 연구발전고핵위원회 사무실. 타이중직할시의 시정 기획을 담당하는 동시에 중대만 지역 거버넌스 플랫폼의 사무국 역할도 맡고 있다.

라이진탕(賴錦堂) 연구발전고핵위원회 종합기획조 조장은 "단계별로 필터링되면서 모두(8개 지자체)에게 수요가 있는 의제만 남는다"고 설명했다. 예산은 반대로 단체장 회의를 통과한 다음 각 시·현 담당 부서로 내려 집행된다. 라이진탕 조장은 "상향식으로 결정하고 하향식으로 집행하는 이중 구조"라며 "안건은 아래 단계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거칠게 시작되지만, 단체장 단계로 올라갈수록 구체화한다"고 설명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협력이 이어진다. 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자 참여 지방정부들은 각 지역 쇼핑축제를 공동으로 홍보하고 관광객을 상호 유치했다. 이후 중부지역 우수 상권을 공동 선정해 브랜드를 입히는 '상권 조성 공동 마케팅'과 SBIR(중소기업 기술혁신)을 지원하는 '지방형 SBIR'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관광 분야에서는 2020년부터 3년 연속 중부권 대표 트레킹 코스 20선과 자전거길 20선을 공동 홍보하고, 철도관광을 함께 마케팅해 각 지방의 관광자원을 하나의 권역 브랜드로 묶었다.


연고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2년 4년간 공동협력 사업과 중앙정부 건의 사업 110건을 추진해 85건이 완료되거나 상시 체계로 정착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타이중직할시가 개발·운영 중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타이중퉁(台中通)'이다. 공공요금 납부 및 공공시설 회원디지털카드 등의 기능이 있는 이 앱에서 필요한 기능만 골라 쓰고 사용료를 내는 방식으로 다른 시와 공유한다. 이를테면 대구시의 '대구로'를 인근 지자체가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다.


공유자전거의 광역 수수료 폐지도 마찬가지다. 2022년 먀오리현 위안리에 유바이크(YouBike) 대여소가 생겼다. 처음엔 먀오리현을 벗어나 타이중 다자구에서 바이크를 반납하면 605대만달러(약 2만7천원)의 수수료를 물어야 했다. 하지만 이 수수료는 그해 4월1일 전면 폐지됐다. 이러한 협력 시스템은 코로나19 시기에 진가를 발휘했다. 2021년 먀오리현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타이중직할시가 자가격리시설 100실을 긴급 지원했다. 2022년에는 백신이 부족한 신주현과 타이중직할시가 물량을 상호 조정했다.


중앙을 향한 공동 건의도 이 플랫폼의 공식 사업 유형이다. 참여 지자체들은 학교급식 식재료의 농약 잔류검사 실적 평가제 도입을 중앙에 공동 건의하고, 대만 중앙정부가 성장촉진제 사용 축산물 수입을 허용했을 때는 공동으로 반대 입장을 냈다. 어떤 안건이라도 실무지원단을 거쳐 제안할 수 있고 합의가 이뤄지면 그해 공식 협력사업으로 편성된다.


지자체의 협력이 유지되는 비결을 묻자 라이진탕 조장은 "주민들의 수요를 반영한다는 측면이 강하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단체장의 선의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단체장들이 민원을 해결해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도 협력 플랫폼이 존재하는 이유의 일부다. 주민의 수요가 반영되는 한 협력을 깨는 것은 선거에서 손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글·사진=대만 타이중직할시에서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타이중시정부 연구발전고핵위원회 리시우샹 부의장 인터뷰

리시우샹 타이중시정부 연구발전고핵위원회 부의장.

리시우샹 타이중시정부 연구발전고핵위원회 부의장.

협력의 바탕에는 '생활권'이라는 현실이 있다. 리시우샹(李秀香) 타이중 시정부 연구발전고핵위원회 부의장은 "대만은 도시 간 거리가 가까운데, 반대로 교통 불편이 초래하는 민원이 매우 많다"며 운을 뗐다.


타이중직할시의 다두와 장화현의 허메이 지역은 같은 생활권을 공유하지만, 그 둘을 가로지르는 강 탓에 30분을 돌아가야 한다. 타이중직할시와 장화현은 두 지역을 잇는 다두-허메이교를 놓기로 했다. 올해 10월 말 개통을 앞두고 있다. 현재 30분 걸리는 거리가 다리가 놓이면 3분으로 줄어든다.


리시우샹 부의장은 이 다두-허메이교를 두 지역이 뭉쳐 중앙을 움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타이중직할시와 장화현이 공동으로 중앙정부 예산 24억 대만달러(약 108억원)를 확보하고, 나머지 8억 대만달러를 반반씩 부담해 건설 중"이라고 말했다.


"어느 도시가 먼저 제안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리 부위원장은 "먼저 제안한 쪽을 알 수 없고 중요하지 않다"며 "양쪽 모두에서 수요가 있었을 것이고, 그 수요를 충족했을 때 모두 이익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생활권 전체의 이익이 초점"이라고 강조했다.


인구와 세수가 많은 타이중직할시가 협력사업에서 대체로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 지자체를 넘어서는 사업을 수평적인 협력체계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각 현·시가 쓸 수 있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대만 타이중직할시에서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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