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 대표 경쟁이 김민석, 정청래, 송영길 후보(기호순) 3파전으로 압축됐다.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예비경선을 통과한 김민석(왼쪽부터), 정청래, 송영길 후보가 각각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전이 치열한 가운데, 대구·경북(TK) 지역에서 "당권주자들의 TK 패싱이 심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의 가치가 같아지는 '1인 1표제' 도입 이후 당 대표 후보들이 권리당원이 적은 TK지역에 공을 들여야 할 필요성이 더 적어졌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권리당원은 수도권이 약 40%, 호남이 30% 정도를 차지한다. 반면 TK는 전체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숫자로 놓고 보면 대구와 경북을 합해 3만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당 대표 후보들의 TK 일정도 많지 않다. 정청래 후보는 지난 26일 대구메트로아트센터에서 당원간담회를 열고 일부 대구시당위원장 후보와 지지 당원을 만났다. 김민석 후보는 31일 저녁 경북대를 찾고 청년들과 정책 콘서트를 가진다. 다만, 두 후보 모두 대구만을 위한 별도 순회 일정을 잡기보다 다른 지역 일정을 진행하는 가운데 잠시 들르는 수준으로 소화하고 있다. 송영길 후보 역시 별도의 공개 TK 일정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지역 당원들은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권리당원 중심으로 개편된 선거제도를 꼽는다.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1인1표제로 바뀌면서 그렇지 않아도 여당 내 존재감이 약했던 TK가 더욱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6·3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A 전 후보는 "1인 1표제가 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호남권과 TK 당원 수 차이가 큰 상황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대구를 찾아야 할 이유가 더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대의원 표의 가치가 컸지만 지금은 권리당원 표 비중이 커지면서 결국 당원이 많은 지역 위주로 일정을 잡고 더욱 공들이게 되는 것"이라며 "지난 지방선거 때는 험지에서 고생한다며 찾아와 격려하더니 이제는 오는 것조차 거의 없어졌다. 사실상 '패싱'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우려는 TK 정치권 중심으로도 제기된다. 앞서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석패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인 1표제를 두고 "영남이 정치 세력으로서 완전히 존재감 자체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TK 출신으로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임미애 의원도 SNS를 통해 "김 전 총리의 말씀대로 1인 1표제는 당원주권 정당으로 나아가는 대의에도 불구하고 당세가 약한 영남 당원의 존재감을 지워버릴 수 있는 한계를 갖고 있지만, 영남을 포기하고서는 총선도, 대선도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냉정한 현실론도 나온다. 민주당 지방의원 B씨는 "대구 성향상 지나치게 과격한 정치 경쟁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며 "당 대표 선거가 극단적인 대결 양상으로 흐르면서 피로감을 느끼는 당원들이 많고, 내부에서도 이렇게 갈등을 키우는 것이 맞느냐는 자성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지지하는 후보 측에도 '우리 권리당원이 2%밖에 안 되는데 대구 올 시간에 다른 지역에서 더 열심히 다른 당원을 만나시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선거 전략만 놓고 보면 굳이 표도 많지 않은 이곳에 와서 힘을 뺄 필요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B씨는 "후보가 대구에 온다고 해도 결국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한정돼 있다"며 "기껏 시간을 들여 왔는데 참석자가 20~30명에 그치고 반나절이 흘러간다면 후보 입장에서도, 지역 입장에서도 서로 민망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정치적 효과도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민지
정치부 서민지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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