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람 전쟁사학자·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올리비에 메시앙(1908-1992)이 작곡한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을 사전 정보 없이 들으면 대개 '신비롭다'는 반응을 보인다. 메시앙은 성경의 '요한 계시록'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은 메시앙이 독일군에게 포로로 붙잡혀 수용소에서 고난을 겪으며 만든 것이다. 이런 배경을 알게 되면 듣는 이들의 의견은 '기괴하다' 쪽으로 기운다. 이 곡을 듣고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노년의 메시앙. 그는 오르간 연주자로도 유명했다. <©위키미디어커먼스>
올리비에 메시앙은 프랑스에서 태어난 20세기 현대음악의 거장이다. 기괴한 작곡 기법을 실험했으며, 신비를 추구하는 종교적인 음악도 많이 만들었다. 그의 곡들은 얼핏 들으면 어울리지 않는 여러 음이 분리되어 떠다니는 것 같지만, 계속 들으면 그 음들이 반복을 통해 서로 짝을 찾아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계속해서 들으면 현실을 초월해서 깊은 사색에 빠지는 것 같다.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 초연 포스터. <©위키미디어커먼스>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은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피아노의 협주와 독주로 구성된 50분 짜리, 총 8부의 곡이다. 각 부마다 메시앙이 작곡 의도를 담은 주해를 달아놓았는데 제7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힘이 충만한 천사가 나타나고 그를 무지개(무지개, 평화, 지혜, 모든 빛과 소리의 상징)가 뒤덮는다. 꿈 같은 음조, 멜로디, 여러 색과 형태를 보고 듣는다. 잠시 후 비현실적인 세계로 돌입한다. 인간의 감각을 뛰어넘은 소리와 색채의 소용돌이, 감각이 섞이고 침투하는 희열이 느껴진다. 불의 검, 청록색 용암이 보이다가 갑자기 별이 나타난다. 이것이 혼란이고 무지개이다.
메시앙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프랑스 육군에 징집되어 의무병으로 참전했다. 그러다가 1940년 6월15일 독일군에 포로로 붙잡혀 독일 괴를리츠(Görlitz)에 있던 수용소로 이송되었다.
포로수용소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메시앙(왼쪽 맨 앞)과 그의 합주단. <©위키미디어커먼스>
수용소에서 메시앙은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징집되어 참전한 다른 포로들을 만났다. 이들의 도움을 받아 메시앙은 4중주 곡을 하나 쓰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완성한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은 종교적인 찬양을 표방하고 있다. 메시앙 자신이 성경의 말씀을 토대로 한 주석도 달았지만 실은 다른 목적이 있었다.
메시앙은 음악을 듣는 이들이 '속세의 종말'을 '나치 독일의 종말'로, '천사가 내려오고 하나님이 주는 구원'을 '자유 연합군의 진격과 평화의 도래'로 받아들이길 바랐다. 즉,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은 수용소에 갇힌 포로들에게 주는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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