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휴가철에 폭염까지 덮치면서 대구 서문시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한낮 최고기온 40도를 넘나드는 기록적 폭염이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 야외 활동을 기피하면서 편의점 퀵배달 서비스와 음식 배달앱 주문이 급증했다. 냉방시설을 갖춘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몰캉스(몰+바캉스)' 소비가 늘어난 반면 전통시장 등 대로변 상권은 발길이 끊긴 모습이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28일 배달 어플인 '배달의민족'에서 삼계탕 주문은 전년보다 17.6% 늘었다. 복날 식당을 찾던 보양식 수요가 배달로 옮겨간 탓이다. 빙수 판매량도 8.2% 늘었는데, 녹차빙수가 61.6%나 증가했다. 카페에서 즐기던 메뉴였지만, '컵빙수'처럼 배달에 맞춘 상품이 늘면서 매장에서 먹던 계절 디저트마저 배달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특히 더위에 요리를 기피하는 심리까지 겹쳐 고기·구이류 배달도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폭염 속 도보권의 집 앞 편의점조차 나가기 힘들어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편의점 퀵배달 서비스도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편의점 CU의 이달 1~28일 기준 배달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02.3% 급증했다. GS25 역시 배달 매출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69.2%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외출을 기피하는 '집콕'(집에 콕 박혀있다의 줄임말) 현상은 배달과 퀵커머스 시장 성장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폭염이 반복되면서 소비자 동선 자체가 실내 대형 시설과 배달 플랫폼으로 고정됨에 따라 유통업계에서는 올해 여름을 '기후가 만든 유통채널 재편'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반면 냉방시설을 갖춘 실내에서 휴가를 보내는 '몰캉스'를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복합쇼핑몰은 최대 성수기를 맞았다.
팝업스토어로 인기를 끌고 있는 '더현대 대구'의 지난 주말 방문객 수는 9% 가까이 신장했다. 특히 2030세대가 16%나 늘었다. '더현대 대구'는 각층에 캐릭터와 소품샵 등 집객형 팝업스토어를 연 데다가 방학 시즌이 겹치면서 젊은 세대 방문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대구 신세계백화점도 방문 주차대수를 비교하면 지난달 31일~8월 2일까지 전년 대비 4%, 지난달 24~26일까지는 13% 증가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역 유통업계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너무 더워서 소비자들이 밖에 나갈 엄두를 못 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시원한 실내로 발걸음을 옮기는 추세로 보인다"며 "백화점 등 몰에서 팝업스토어 등 재미있는 요소를 많이 준비해 방문객이 더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위에 취약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발길이 뜸하다. 냉방시설이 부족한 전통시장 특성상 소비자 발길이 대형마트와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유동인구가 급감한 것이다. 특히 전통시장에서는 채소, 과일, 떡 등 신선식품이 무더위에 노출되면서 제품을 폐기하는 사례마저 생겨 상인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변기현 서문시장연합회장은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고객들의 발길이 줄고 있다. 올해는 유독 덥다보니 상인들도 제품 관리부터 자리를 지키는 것까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며 "시장 특성상 날씨가 빨리 시원해지는 것 말고는 방법가 없어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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