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인터뷰] “영주 학사골목, 시설 정비보다 사람 모이는 콘텐츠가 먼저”

  •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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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08 10:21  |  발행일 2026-08-08
조승주 영주 학사골목상인회장. <조승주 제공>

조승주 영주 학사골목상인회장. <조승주 제공>

"예산을 들여 간판과 보도블록만 바꾸는 것으로는 골목을 살릴 수 없습니다. 학사골목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상인들이 '다시 사람이 모이고 있다'는 변화를 직접 느끼게 해야 합니다."


조승주(35) 영주 학사골목상인회장은 학사골목 활성화의 핵심을 시설 개선이 아닌 '골목의 정체성 회복'에서 찾았다. 과거처럼 대학생과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공간으로 만들려면 청년 창업과 공동 마케팅, 야간 상권, 정기적인 문화행사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학사골목은 한때 경북전문대학교 학생들과 시민들로 붐비며 영주지역의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청년 인구와 대학생 수가 감소하고 상권 중심이 가흥동 등 신규 택지로 이동하면서 빈 점포가 늘고 유동인구도 눈에 띄게 줄었다.


조 회장은 학사골목 침체가 한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지역 인구와 대학생 수 감소, 신도심으로의 상권 이동, 좁은 골목과 부족한 주차 공간, 소비 형태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학사골목은 대학생들의 젊음과 활기를 바탕으로 성장했지만 지방소멸과 학령인구 감소로 상권을 지탱하던 핵심 수요층이 줄었다"며 "깨끗한 거리와 주차 공간, 대형 프랜차이즈를 갖춘 신규 택지로 시민들의 발길이 옮겨가면서 구도심 상권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이 다시 힘을 모은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 때문이다. 개별 점포가 각자 영업 전략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상권 전체의 침체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올해 상인회를 결성했다.


학사골목은 지난 3월 영주시 제1호 골목형상점가로 지정된 데 이어 경북도의 '2026년 골목상권 특화거리 조성사업' 공모에도 선정됐다. 이에 따라 도비 6천만원과 시비 1억4천만원 등 모두 2억원이 투입된다. 영주시와 상인회는 상권 공동 브랜드 개발과 행사·프로그램 운영, 빈 점포를 활용한 창업 지원, 창업 실험공간 운영, 시설 개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이번 사업에서 상인들이 가장 먼저 체감해야 할 변화로 '유동인구와 매출 증가'를 꼽았다. 그는 "2억원은 상권 회복을 위한 소중한 마중물이지만 일회성 시설 정비에만 쓰인다면 효과가 오래가기 어렵다"며 "학사골목만의 이야기를 담은 브랜드를 만들고 방문객들이 찾아올 이유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의 향수와 현재의 흐름이 공존하는 콘텐츠가 골목에 채워져야 한다"며 "상인들이 우리 골목의 매력을 다시 발견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상권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과거 추진된 골목 활성화 사업의 한계도 분명히 짚었다. 사업 기간에는 행사와 방문객이 늘지만 예산 지원이 끝난 뒤 다시 침체되는 방식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기존 사업은 예산이 끝나면 골목의 동력도 함께 멈췄다"며 "관 주도와 시설 중심의 방식에서 벗어나 상인들이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발성 축제보다는 매주 또는 매월 방문할 수 있는 정기적인 문화 프로그램과 주민·대학생이 참여하는 공동체 행사를 운영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상인회가 추진하려는 학사골목 활성화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청년창업센터와 연계해 빈 점포를 청년 창업자들의 실험 공간으로 활용한다.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큰 비용 부담 없이 상품과 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도록 팝업스토어 운영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학사골목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묶는 공동 마케팅이다. 개별 점포 홍보를 넘어 골목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은 통합 브랜드를 만들고,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핵심 점포인 '앵커점포'를 육성한다.


영주시는 앞서 선정된 '빈 점포 상생거래소 지원사업'을 통해 저당 디저트 베이커리 카페를 조성할 예정이다. 시는 이 점포가 방문객을 불러들이고 기존 음식점과 상점으로 소비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 번째는 야간 상권과 정기적인 골목 축제다. 대학생과 시민들이 수업이나 일을 마친 뒤 찾을 수 있도록 야간 조명과 먹거리, 볼거리를 확충하고 대학가 특성을 살린 대표 축제를 정기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조 회장은 "학사골목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음식을 먹는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하고 주민들이 문화를 즐기는 지역의 생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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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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