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당시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연구교수였던 이혜정 박사는 서울대에서 학점 4.0 이상을 받는 최우등생들은 도대체 어떻게 공부할까 궁금했다. 서울대 2·3학년 최우등생 46명을 심층면접하고, 학생 1천여 명을 설문조사했다. 결과는 예상과 정반대였다. 최우등생 46명 중 87%는 강의시간에 교수의 말을 한마디라도 놓칠까봐 최대한 받아적는다고 했다. 한 학생은 1학년 때 자기 아이디어에 집중했더니 학점이 좋지 않았고, 이후 고교 때처럼 교수의 말을 열심히 적으면서 성적이 좋아졌다고 털어놨다. 더 놀라운 대목도 있다. 시험에서 교수와 다른 견해를 냈을 때 A⁺를 받을 확신이 없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최우등생 46명 중 41명은 자신의 의견을 포기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비교연구를 한 미국 미시간대(大) 학생들에게 '교수의 강의를 모두 받아 적는다'는 학습전략은 최하위권이었다.
서울대 학생들은 질문하고 따지기보다 '가르쳐준 답'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데 최적화됐다. 공부 잘하는 비법을 찾으려던 연구가 뜻밖에도 한국 교육이 안고 있는 한계와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이 연구는 2014년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로 출판됐다. 대한민국 학생들은 오랫동안 정답이 하나인 객관식 시험에 익숙해졌다. 객관식에서는 자기 생각보다 출제자의 의도를 읽고 정답을 찾아내는 데 몰두한다. 정답 중심 교육의 한계에 AI라는 환경 변화까지 더해졌다. AI는 지식을 찾고 정답을 찾아내는 일을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해낸다. 이제는 무엇을 질문하고 어떤 근거로 자기 생각을 설명할지를 더 중요하게 평가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수능 서·논술형 문항 도입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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