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데려온 특별한 손님들, 영일대 바다를 가득 채우다”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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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14 10:58  |  수정 2026-08-14 12:47  |  발행일 2026-08-14
이경환 포항시체육회 해양스포츠 팀장
사회배려계층 해양레포츠 체험교실 총괄
한낮 무더위에도 아이들 얼굴엔 ‘웃음꽃’
포항시체육회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경환 포항시체육회 해양스포츠 팀장이 활짝 웃고 있다. 김기태기자

포항시체육회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경환 포항시체육회 해양스포츠 팀장이 활짝 웃고 있다. 김기태기자

서핑 강습 한 번에 수만 원, 수상오토바이나 파워보트 체험은 그보다 더 비싼 비용이 든다.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좀처럼 넘보기 힘든 '어른들의 레저'로 여겨져 온 게 사실이다. 그런 아이들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영일대해수욕장 앞바다에서 파도를 타고, 카약의 노를 젓고, 스노클링으로 물속을 들여다봤다.


포항시체육회가 마련한 '2026 사회배려계층 해양레포츠 체험교실'을 통해서다. 관내 사회복지시설 아동과 가족 450여 명이 평소라면 비용 부담 때문에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해양레포츠를 무료로 체험했다. 행사를 총괄한 이경환 포항시체육회 해양스포츠 팀장을 만나 프로그램의 취지와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돈이 없어 못 타던 파도, 이번엔 실컷 탔어요"


이경환 팀장은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유를 묻자 '기회의 격차'부터 짚었다. "서핑이나 파워보트 같은 해양스포츠는 장비 대여료와 강습비만 해도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은 관심이 있어도 시도조차 못 해보는 경우가 많아요. 이번 프로그램은 그 격차를 조금이나마 줄여보자는 취지로 마련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전문 강사의 안전교육을 받은 뒤 서핑, 수상오토바이, 카약, 파워보트, 스노클링을 하나씩 체험했다. 이 팀장은 "체험 비용은 전액 체육회가 부담했고, 아이들이 돈 걱정 없이 다섯 가지 종목을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다"고 설명했다.


2026 해양레저스포츠 체험교육 프로그램 2일차인 지난 5일 참가자들이 파워보트, 수상오토바이 체험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2026 해양레저스포츠 체험교육 프로그램' 2일차인 지난 5일 참가자들이 파워보트, 수상오토바이 체험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열대야에도 웃음꽃…사회배려계층 아이들이 만난 첫 바다


올여름 유난히 이어진 폭염과 열대야 속에서도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현장에서 만난 참가 학생들의 이야기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참여한 김모(12) 양은 난생처음 서핑보드에 올라선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처음엔 계속 넘어져서 무섭기도 했는데, 한 번 일어서서 파도를 타니까 너무 짜릿했어요. 서핑은 텔레비전에서만 봤는데 직접 해볼 줄은 몰랐어요."


카약 체험에 참여한 박모(11) 군은 "친구랑 같이 노를 저으면서 누가 더 빨리 가나 시합했는데 진짜 재밌었다"며 "우리 형편에 이런 거 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방학 숙제로 일기 쓸 때 제일 먼저 쓸 것 같다"고 말해 주변을 웃음짓게 했다.


수상오토바이를 처음 타본 이모(13) 양은 "속도가 빨라서 처음엔 소리를 질렀는데 타면 탈수록 재밌어서 한 번 더 타고 싶다고 했다"며 "평소엔 이런 거 탈 생각도 못 했는데, 오늘 완전 특별한 하루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경환 포항시체육회 해양스포츠팀장(오른쪽)이 강원도 사무국장과 함께 지난 5일 영일대해수욕장에서 열린 2026 사회배려계층 해양레포츠 체험교실 현장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뒤편 백사장에는 참가자들이 착용할 구명조끼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바다에서는 아이들이 카약과 패들보드를 타며 체험을 즐기고 있다. 김기태기자

이경환 포항시체육회 해양스포츠팀장(오른쪽)이 강원도 사무국장과 함께 지난 5일 영일대해수욕장에서 열린 '2026 사회배려계층 해양레포츠 체험교실' 현장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뒤편 백사장에는 참가자들이 착용할 구명조끼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바다에서는 아이들이 카약과 패들보드를 타며 체험을 즐기고 있다. 김기태기자

◆아이들의 변화, 팀장이 본 가장 큰 보람


이경환 팀장은 이런 아이들의 반응이 이번 프로그램의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구명조끼조차 낯설어하며 물가에서 머뭇거리던 아이가, 체험이 끝날 무렵에는 스스로 카약을 타고 나아가더군요. 그 변화를 지켜보는 게 저희에게는 가장 큰 보람입니다. 단순히 하루 즐거운 체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돌아가는 걸 볼 때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여 기관 관계자 역시 "아이들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해양레포츠를 직접 체험하며 자신감을 키우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체험 기회가 지속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더위가 길어질수록 바다는 가까워진다"


이재한 포항시체육회장은 이번 프로그램을 두고 "경제적·환경적 여건으로 다양한 체험활동이 어려운 아동과 가족들에게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누구나 스포츠를 통해 건강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경환 팀장도 이 같은 방향에 뜻을 같이했다. "비용 때문에 해양스포츠를 포기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매년 이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폭염이 반복될수록 바다를 향한 아이들의 갈증도 커질 텐데, 그 갈증을 채워주는 게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는 아쉬움도 내비쳤다. 참여를 원하는 아동과 가족은 더 많지만, 예산의 한계로 이를 모두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신청 문의는 이번 참가 인원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그런데 강사 인건비, 장비 대여료, 안전요원 배치 비용 등을 고려하면 한 회차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예산만 뒷받침된다면 참여 종목을 늘리고 회차도 늘려서, 신청한 아이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바다를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 팀장은 "의미 있는 사업인 만큼 앞으로 관련 예산이 더 편성돼서, 더 많은 사회배려계층 아동과 가족이 이 기회를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체육회 차원에서도 예산 확보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뜨거웠던 여름, 포항 앞바다는 그렇게 사회배려계층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하루를 선물했다. 다만 그 선물이 더 많은 아이들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예산이라는 현실적 과제가 함께 해결돼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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