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10월, 미곡 수탈과 식량난과 친일 경찰 재기용 등에 분노해 거리로 나섰던 대구 민중들의 함성이 80년의 세월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10월 1일 대구역 앞에서 시작된 10월항쟁은 해방 직후 혼란기 속에서 민중이 스스로 생존권과 민주적 권리를 부르짖은 자발적 저항 운동이었다. 이 민주화 운동은 오랜 세월 '폭동'이라는 낙인과 극심한 이념적 굴레 속에 갇혀 역사적 정당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를 통해 국가 폭력의 진상이 규명되고 명예 회복의 물꼬가 트였지만, 10월항쟁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널리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영남일보가 최근 실시한 10월항쟁 관련 의식조사에서 대구시민도 10명 중 8명은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이념의 색칠을 걷어내고 진실 그 자체를 직시하는 일이다. 10월항쟁을 좌우 대립의 낡은 이념의 잣대로 단죄하려는 시선은 정당한 평가를 막는 장애물이다. 항쟁의 본질은 거창한 사상 투쟁이 아니라,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민중의 절박한 생존권 요구이자 친일 잔재에 대한 자발적 저항이었다. 역사적 사실을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보편적 인권과 민주주의 관점에서 바로잡아야 보편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추모와 기억의 공간을 제도적·물리적으로 공고히 하는 일도 중요하다. 희생자들을 기리고 역사적 교훈을 전할 위령탑과 평화공원 조성, 기념관 건립은 계속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책무다. 일회성 추모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에서 역사의 아픔을 공유하고 평화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역사 교육도 필요하다. 대구 10월항쟁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꾼 중요한 사건임에도 지역과 전국 단위의 교육 현장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역의 초·중·고교 교육과정에 10월항쟁의 역사적 맥락과 가치를 올바르게 수록하고, 청소년들이 현장을 답사하며 인권과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는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기리는 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으로 나아가는 동력을 얻게 하는 일이다. 대구 10월항쟁이 이념의 그늘에서 벗어나 민주·평화·인권이라는 가치로 빛을 발할 때, 대구는 아픈 역사를 포용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성숙한 공동체로 거듭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 그리고 지역사회의 책임 의식과 적극적인 실천을 촉구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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