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인터뷰] “골프 시작한 지 2년도 안 됐는데…” 18세 포항 소년, KPGA 정회원 됐다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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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29 12:47  |  발행일 2026-08-29
말레이 유학 골프 첫 만남
고향 돌아와 꿈을 키우다
매일 열두 시간 성실 훈련
한 번에 넘은 정회원 관문
큐스쿨 넘어 투어 도전
KPGA 정회원 자격을 따낸 지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군의 일상은 달라진 것이 없다. 지난 24일 경주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만난 포항 출신 이시현 군. 김기태기자

KPGA 정회원 자격을 따낸 지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군의 일상은 달라진 것이 없다. 지난 24일 경주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만난 포항 출신 이시현 군. 김기태기자

골프를 시작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18세 포항 소년이 그 어렵다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프로(정회원) 자격을 따냈다. 주인공은 포항 출신 이시현 군(2007년생)이다. 지난 7월 준회원(세미프로)이 된 데 이어 불과 한 달 만에 정회원 관문까지 단 한 번에 통과했다. 앳된 얼굴의 이 군이지만 골프를 대하는 자세만큼은 어느 프로선수 못지않게 진지했다.


이시현 군은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충남 태안군 솔라고CC에서 열린 '2026 제2차 KPGA 투어프로 선발전' 본선을 통과했다.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24년 9월.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아 KPGA 투어프로 자격까지 얻은 것이다.


KPGA 투어프로가 되는 길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KPGA 공식 회원 현황에 따르면 현재 전체 회원은 7천549명이며, 이 가운데 투어프로는 2천897명이다. KPGA는 투어프로 선발전을 연간 두 차례 실시하고 있으며, 준회원만 응시할 수 있다. 예선 2라운드와 본선 4라운드를 치러 차수별 50명, 연간 100명만 선발한다.


즉 준회원 자격을 얻었다고 바로 투어프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다시 선발전에 나가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이 군은 지난 7월 준회원 자격을 얻은 뒤 곧바로 선발전에 도전했고, 첫 도전에서 정회원 자격을 거머쥐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나이다. 2007년 11월 생인 이 군은 아직 18세다. 실제로 만난 이 군은 선수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앳된 모습이었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잠시 생각한 뒤 조심스럽게 대답했고, 자신이 이룬 성과를 자랑하기보다는 스승과 가족, 함께 훈련한 사람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전했다.


골프와 처음 만난 곳도 고향 포항이 아니었다.


이 군은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부모님을 따라 말레이시아로 유학을 떠났다. 포항중앙초등학교를 다니다 말레이시아 국제학교에 진학했고, 주말 방과 후 수업으로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처음에는 그저 새로운 운동에 대한 호기심이었지만, 골프를 접할수록 재미를 느꼈고 결국 프로골퍼가 되겠다는 꿈까지 품게 됐다.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엄마한테 골프를 시켜달라고 했어요."


말레이시아는 골프를 즐기기에는 좋은 환경이었다. 하지만 프로골퍼를 목표로 하는 이시현 군에게는 한계가 있었다. 체계적으로 선수 육성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경주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만난 포항 출신 이시현 군이 인터뷰에 앞서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KPGA 정회원 자격을 따낸 지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군의 일상은 달라진 것이 없다. 정회원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고도 들뜨기보다 평소처럼 연습장을 찾아 묵묵히 골프채를 잡은 이 군의 모습에서 앞으로의 성장을 향한 성실함이 엿보인다. 김기태기자

지난 24일 경주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만난 포항 출신 이시현 군이 인터뷰에 앞서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KPGA 정회원 자격을 따낸 지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군의 일상은 달라진 것이 없다. 정회원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고도 들뜨기보다 평소처럼 연습장을 찾아 묵묵히 골프채를 잡은 이 군의 모습에서 앞으로의 성장을 향한 성실함이 엿보인다. 김기태기자

결국 이 군은 제대로 골프를 배우기 위해 고향 포항으로 돌아왔다. 2024년 9월 귀국한 뒤 박상훈 프로의 골프 아카데미에서 본격적인 선수 훈련에 들어갔다. 말레이시아에서 취미로 시작했던 골프가 포항으로 돌아오면서 진짜 선수의 길로 바뀐 것이다.


그때부터 이시현 군의 일상은 단순했다.


오전 6시30분쯤 일어나 7시40분까지 연습장에 도착한다. 몸을 푼 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훈련한다.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대부분을 골프에 쏟는 생활이다. 새벽부터 훈련해야 하는 날에는 오전 6시 전에 도착하기도 했다.


이런 생활을 2년 동안 이어왔다.


"빠진 날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안에 이시현 군의 골프가 있었다. 특별한 비법보다 매일 같은 생활을 반복하는 성실함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그냥 제 목표를 바라보고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화려한 수식어와는 거리가 먼 대답이었다. 하지만 골프를 시작한 지 2년이 되지 않은 어린 선수가 하루 10시간 가까운 훈련을 거의 빠짐없이 이어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한마디가 오히려 그의 골프를 가장 잘 설명한다.


이번 정회원 선발전에서도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


최종 라운드 4번홀까지 경기를 마친 뒤 폭우로 경기가 무려 5시간이나 중단됐다. 오후 2시까지 비가 그치지 않으면 마지막 라운드를 취소하고 대회를 마무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오후 1시30분 경기가 재개됐고, 선수들은 다시 코스로 나섰다.


이 군은 그때가 가장 긴장됐다고 했다. 특히 마지막 홀 티샷은 파를 지키면 된다는 생각으로 쳤지만 공이 오른쪽 나무 쪽으로 크게 밀렸다. 아웃오브바운즈(OB)를 걱정했지만 공은 나무를 맞고 러프에 떨어졌다. 위기를 넘긴 그는 결국 정회원이라는 결과를 손에 넣었다.


정회원이 된 소감을 묻자 예상보다 담담했다.


"아직 실감이 잘 안 나는 것 같아요. 제가 정회원이라는 게…."


지난해에는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조금씩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고, 7월 준회원에 이어 8월 정회원까지 빠르게 올라섰다. 스승인 박상훈 프로도 "한 번에 될 것 같다"며 자신감을 심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군이 가장 닮고 싶은 선수는 호주의 캐머런 스미스다. 장타보다는 퍼팅 능력에 매력을 느낀다.


"퍼팅을 너무 잘해서 닮고 싶어요. 저도 퍼팅을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시현 군이 골프에서 가장 어렵다고 꼽은 것도 퍼팅이다. 아무리 샷이 좋지 않아도 퍼팅을 잘하면 스코어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기르기 위해 현재 스포츠 심리 상담도 받고 있다.


이제 이시현 군 앞에는 또 하나의 높은 벽이 기다리고 있다. KPGA 투어 무대다.


올해 말 시드전에 도전하고, 겨울 전지훈련을 통해 경기력을 더욱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회원 자격을 얻었다고 해서 곧바로 KPGA 1부 투어에서 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는 투어 출전권을 얻기 위한 새로운 경쟁이 시작된다.


그가 꿈꾸는 선수의 모습은 분명하다.


"기복 없이 꾸준하게 투어에서 뛰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골프채를 처음 잡은 곳은 말레이시아였지만, 프로골퍼라는 꿈을 본격적으로 키운 곳은 고향 포항이었다. 그리고 이제 18세 포항 소년은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골프 입문 2년도 안 돼 KPGA 정회원이라는 높은 벽을 넘은 이시현 군. 앳된 얼굴 뒤에 숨겨진 성실함과 묵묵한 노력, 그리고 스승과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겸손함이 그의 가장 큰 무기다.


"내년 큐스쿨(프로골퍼들이 KPGA 투어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경쟁하는 선발전)은 꼭 통과하고 싶습니다."


18세 포항 골퍼의 다음 목표는 이제 '프로'가 아니라 '투어'다. 포항에서 시작된 이시현 군의 두 번째 골프 인생이 내년 KPGA 무대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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