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이 인평8리 전 이장(뒷줄)과 마을 할머니들이 기념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준영기자
"경로당에서 같이 밥을 먹는 게 단순히 한 끼를 해결하는 게 아니에요. 사람을 만나러 가니까 씻고 옷도 챙겨 입고 나오잖아요. 그것도 자기 관리죠."
김순이(57)씨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칠곡군 북삼읍 인평8리 이장을 맡았다. 이장직은 내려놨지만, 지금도 '경로당 행복선생님'으로 활동하며 지역 어르신들을 만나고 있다.
김씨가 거주하는 화진금봉아파트는 1·2차로 나뉘어 있고 경로당도 각각 운영되고 있다. 이장을 맡으면서 김씨가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은 1·2차 주민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이었다.
김씨는 한 달에 한 번 주민과 어르신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마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생활하면서 느끼는 불편사항도 들었다. 평소 서로 다른 공간에서 생활하던 1·2차 주민들이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하는 자리였다.
경로당 환경 개선에도 신경을 썼다. 어느 한쪽만 편리하게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1·2차 경로당을 모두 살폈다. 특히 관절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이 바닥에 앉았다가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의자를 마련했다.
"어르신들은 관절이 안 좋은 분들이 많아요. 바닥에 앉으면 일어나기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의자를 마련했는데 어르신들이 많이 편해하셨어요."
경로당에서 요가와 건강체조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평소 무대에 한번 서보고 싶다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발표회에서 체조를 선보일 기회도 만들었다. 경로당을 단순히 쉬거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피아노·미술학원을 운영하다가 현재는 경로당 행복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르신들과 건강체조를 함께하고 심뇌혈관질환 예방교육도 진행한다. 혈압을 직접 측정해 수치가 높게 나오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도록 권한다.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는 등 손을 움직이는 활동을 통해 인지기능을 유지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프로그램도 함께한다.
김씨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르신들이 즐거워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뭘 배우라고 하면 싫어하시는 분도 있어요. 직접 해보니까 재미있고 '다음에 또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야 계속 나오시죠."
경로당을 찾는 연령대도 보다 넓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65세가 넘어도 '아직 내가 무슨 노인이냐'며 경로당에 발길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60대는 젊어요. 경로당을 노인들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안 오죠. 와서 사람도 만나고 재미있는 것도 배우고 할 게 있어야 합니다."
김씨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식사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는 경로당에서 함께 밥을 먹는 것 자체가 집 밖으로 나오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있으면 밥 해 먹기도 귀찮잖아요. '물에 밥 말아 먹고 말지' 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경로당에서 같이 밥을 먹으면 씻고 옷도 입고 나와요. 사람도 만나고 이야기도 하고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는 경로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같은 건물에 살면서도 이웃 간 교류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잖아요. 경로당에 나오면 얼굴도 보고 이야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서로 알게 되는 거죠."
김씨는 3년의 임기를 끝으로 이장직을 내려놨다. 주민과 어르신들은 계속 이장을 맡아달라고 했지만, 화진금봉아파트 1·2차가 번갈아 이장을 맡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어르신들은 계속하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1차에서 한 번 했으면 다음에는 2차에서도 한번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려왔습니다."
이장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김씨의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경로당 행복선생님으로 어르신들과 만나면서 김씨가 생각하는 경로당의 역할도 더욱 분명해졌다.
김씨가 바라는 경로당은 단순히 더위를 피하거나 잠시 쉬어가는 곳이 아니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건강을 챙기고,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삶의 활력을 얻는 공간이다.
"더울 때 와서 쉬기도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건강도 챙기고, 뭐라도 하나 배우고 그러면 좋잖아요. 어르신들이 집에만 계시지 않고 경로당에 자꾸 나오셨으면 좋겠어요."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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