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 현장에 2023년 12월 공사가 중단된 뒤 2년 8개월째 건물 골격과 철골 구조물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 북구청이 대현동 이슬람사원 갈등 해법으로 제시한 대체부지 이전안이 표류하고 있다. 건축주 측은 이전에 필요한 비용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구청은 이전 의사가 확인돼야 지원 방안을 본격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11일 북구청에 따르면 구청은 지난달 국유재산인 옛 대현파출소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 기존 사원 부지와 맞바꾸는 방안을 제안했다. 주택 밀집지역에서 장기간 이어진 주민과 건축주 간 갈등을 사원 이전으로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4일에도 건축주 대표단과 지원단체 관계자 등을 만나 협의했지만, 공사비 부담 등 구체적인 이전 조건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핵심 쟁점은 이전에 따른 비용 부담이다. 건축주 측은 현재 사원 건립에 3억5천만원을 투입했고 공정률도 60~70%에 달하는 상황에서, 새 건물을 사원으로 고치는 공사비까지 부담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국 각지의 무슬림 등이 낸 기부금으로 공사를 진행해 왔지만 모금액이 소진됐고, 추가 모금으로 필요한 돈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는 설명이다.
대구 이슬람사원 평화적 건립을 위한 시민대책위 서창호 집행위원장은 "구청이 대체부지 공사비 문제에 일정 부분 책임을 진다면 적극적으로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정도"라며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조건부 동의다. 그런 대책 없이 어떻게 무슬림 유학생들을 설득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전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비용 대책 없이 이전을 수용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구 북구청이 수년째 공사가 중단된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옛 대현파출소 부지로 사원을 이전하고 기존 사원 부지와 대물 교환하는 방안을 건축주 측에 제안했다. 건축주 측의 수용 여부에 따라 수년째 이어진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일 대구 북구 대현동 옛 대현파출소 부지에 과거 파출소로 사용되던 건물이 분홍색으로 칠해진 채 빈 건물로 남아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반면 구청은 이전 의사가 확인돼야 대체부지 매입비를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부지 매입과 재산 교환 절차를 진행하면서 추가 공사비 지원 방안도 순차적으로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매입 예산과 별개인 리모델링 비용은 지원 여부와 재원 확보 방안을 정하지 못했다.
북구청 건설과 김현 1팀장은 "현재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할 예산은 마련돼 있지 않다. 부지 매입 예산을 공사비로 쓸 수 없고, 사유재산에 대한 공사 지원에도 제약이 있다"며 "재산 교환 절차를 진행하면서 법령에 맞는 지원 방안을 찾겠지만, 이전에 동의하더라도 현재로서는 공사비 지원을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청은 이전안이 무산된 것은 아니며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예산 반영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의 협의 등을 거치면 대체부지 매입은 아무리 빨라도 내년 2분기(6월)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전까지도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돼 비용 협의가 길어질 경우 갈등 해소 시점은 더 늦춰질 전망이다.
대체 건물이 사원의 기능을 충분히 대신할 수 있느냐도 쟁점이다. 옛 대현파출소는 지상 3층 건물이지만, 사원 측은 공간이 층별로 나뉘어 있어 여러 명이 함께 기도할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부지를 맞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증축이나 리모델링 등을 통해 기도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다.
경북대 하혜수 교수(행정학과)는 "대체부지가 제 역할을 하려면 기존 부지와 공간적·가치적으로 대등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며 "주민 불편을 줄이더라도 사원 측의 핵심 요구인 기도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한쪽의 이해관계에 치우친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전 동의와 비용 대책 중 무엇이 먼저인지를 놓고 밀고 당길 게 아니라, 이전을 전제로 필요한 비용과 부담 범위, 산정 절차를 함께 협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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