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청춘(靑春)이라는 말은 원래 봄철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음양오행에서 봄을 상징하는 색인 '푸를 청(靑)'을 덧붙인 봄이었다. 세월이 흘러 그 푸름이 젊음의 은유로 받아들여지면서, 청춘은 인생의 젊은 나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됐다. '청년(靑年)'이라는 말도 이 '푸를 청'의 은유를 원용해 근대에 만들어졌다. 1880년대 일본에서 YMCA(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 기독교청년회)가 창립될 때 'Young Men'을 '청년'으로 번역한 것이 그 시작이었으며,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그 말이 널리 사용됐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청년이라는 말의 의미와 역할도 많이 달라졌다. 2000년대 이후 청년이라는 말은 실업, 일자리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농촌 지역에서는 40, 50대를 넘어 60대까지 청년회원인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청춘, 청년이라 할 때의 '청'은 여전히 이른 봄의 연두와 한여름의 검푸름 사이의 신선한 초록이며, 머지않아 전성기를 맞고 풍성한 결실을 거둘 것이란 기대를 품게 한다.
청송의 청년농업인 세 사람을 만났다. 30대 중반 한 사람과 40대 중반 두 사람이다. 그들은 스마트팜 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청송의 미래 농업을 개척하고 있는 이들이다.
허안열 '우와한 농원' 대표가 농원에서 키운 딸기 모종을 들어보이고 있다. 허 대표는 사과 농사를 짓다 딸기로 재배종목을 바꿨다. 청송은 여름에 서늘하고 습하지 않아 딸기 육묘에 강점이 있다.
안덕면 '우와한 농원'
딸기재배서 고품질 육묘장 운영 집중
청송의 기후 강점 살려 우량묘 생산
폐사율 1% 미만 모종 예약 판매도
◆청송군 안덕면 '우와한 농원'
"농업기술센터에서 사과 교육을 받고 있는데,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팸플릿을 보고 딸기로 마음이 기울었어요. 청송은 딸기가 안 될 거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일교차가 크니까 딸기도 더 맛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잘 결정한 것 같습니다."
청송군 안덕면 덕성리 '우와한 농원'은 청송 지역의 유일한 딸기 농장이다. 허안열 대표는 8년 전 귀농해 아버지의 사과농장에서 농사를 시작했다.
"1년 사과 농사를 짓고 난 뒤 딸기로 바꿨는데 아버지랑 저랑 둘이서 설비를 들여오고 시공을 다 했어요. 7년 걸렸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허 대표는 "이제 농장에 사과나무는 없고 딸기 재배가 1천200평, 딸기육묘장이 4천평이에요. 더 좋은 딸기를 생산해보려고 직접 모종을 길렀는데 그게 잘 됐어요. 청송이 여름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온도가 2~3℃ 정도 낮고 습하지도 않아서 육묘에 강점이 있어요. 그래서 이제 사업의 중심이 딸기 재배에서 육묘로 바뀌었습니다. 육묘로 승부를 보자, 이렇게 된 거죠"라고 덧붙였다.
청송 '우와한 딸기 농원'의 딸기 모종.
그러면서 그는 "저희 보통 딸기모종은 무병묘, 우량묘라 일반 모종보다 가격이 좀 비쌉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모종 8천 주를 판매했는데 죽은 게 60주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딸기는 모종 40%가 죽어서 새로 심는 경우도 있는데, 저희 모종은 1% 미만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구매한 농장으로부터 올해도 예약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내년에는 일단 육묘장 전체를 모종으로 가득 채우는 것, 그리고 품질에서 경북 1등 육묘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지금도 한 달에 4번 정도 대구대에서 청년농CEO 딸기전공 교육을 받고 있다. 내년에는 딸기 마이스터 과정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와한 농장'에서는 수년 전부터 주변 어르신들을 위해 직접 재배한 딸기를 기부해오고 있으며, 지난봄에는 청송군가족센터와 함께 '청송에서 딸기 따봄' 체험행사도 진행했다.
"저희는 스마트팜이라고는 하지만 수동으로 많이 해요. 직접 짓다 보니까 기술도 없고 그럴 만한 돈도 없어서 그렇게 됐어요. 지금 복합제어기, 센서 갖추고 최신 자재 사용하면 500평 짓는 데 한 4억 정도 될 거예요. 저도 내심 그렇게 짓고 싶었는데 못했고, 대신 규모를 좀 키웠습니다. 오히려 잘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팜을 시작하려는 분들은 처음부터 너무 크게 투자하지 말고, 임대 스마트팜에서 경험을 쌓거나 1년 정도는 다른 농가에서 배운 뒤에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조언했다.
박건호 '빛나는 버섯' 대표가 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표고버섯을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 관련 업계에서 일하던 서울 토박이 박 대표는 현재 스마트팜 하우스 7개동에서 버섯을 기르고 있다.
현동면 '빛나는 버섯'
10여년간 車업계 몸담은 서울 토박이
참나무 톱밥 배지 활용 스마트팜 운영
전문교육 통해 재배기술 꾸준히 익혀
◆청송군 현동면 '빛나는 버섯'
'빛나는 버섯' 박건호 대표는 자동차 관련 업계에서 10여 년 일하다 농사를 평생 직업으로 삼기로 하고 귀농을 결심했다. 청송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울 토박이였던 그가 이제는 표고버섯 농사를 짓는 청송 사람, 청송의 청년농업인이다.
그는 "2012년쯤부터 귀농 계획을 잡고 주말마다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처음에는 서울이랑 가까운 강원도가 1순위였는데 조금씩 밑으로 오다 보니 우연히 청송을 만나게 된 겁니다. 그때만 해도 완전히 오지였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오히려 오염되지 않고 깨끗하다는 느낌이 확 왔어요. 그리고 포항도 가까워서 문화생활도 좀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이곳으로 결정했습니다. 청송에 온 지는 한 10년 정도 됐어요"라고 말했다.
청송 '빛나는 버섯' 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버섯들.
박 대표는 2020년 청송군 현동면 거성리에 60평짜리 버섯재배 스마트팜 하우스 7개동을 지었다. 그에 앞서 2019년에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충주에서 표고버섯 농장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참나무 원목에 재배를 했으나 지금은 참나무 톱밥 배지를 이용한 재배로 바꿨다. 지난해까지 충주와 청송을 오가며 표고버섯 농장을 운영했는데, 올해부터는 청송에 전념하고 있다.
현재 청송군 현동면의 '빛나는 버섯' 농장 규모를 확장해 배지 제조 시설 공사를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올해는 2개 동에만 표고버섯 재배를 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직접 만든 톱밥 배지로 재배 물량을 점점 늘려갈 계획이다. 지금 생산되는 표고버섯은 청송 군민들에게 직거래로 대부분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들 중에는 10㎏씩 주문해서 건조한 뒤에 가루로 만들어 놓고 먹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한다.
"버섯 재배 기술은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지금도 경북농업마이스터대학 버섯과정을 다니고 있는데요. 한 가지 깨달았다 싶으면 또 어려운 부분이 생기고, 단순하지 않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5~6년 버섯 농사하면서, 이렇게 하니까 얘네들이 좋아하는구나 이런 거는 좀 알게 됐죠. 버섯 농사를 시작해서 금전적으로는 아직 별 재미를 못 봤지만, 현재 생활에는 불만이 없습니다. 그동안 조금씩 발전해 온 게 보이니까 희망을 갖고 키워가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최주석 '청송농부' 대표가 공장에서 생산하는 사과 관련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청송농부'는 사과와 복숭아 등 특산물을 재배·가공하고 있다. '청송농부'가 개발해 내놓은 제품은 30개가 넘는다.
주왕산면 '청송농부'
전국 첫 사과·비트·당근 착즙 시도
실패 발판삼아 30여개 가공품 개발
SNS 소통 팔로워 20만 브랜드 파워
◆청송군 주왕산면 농업회사법인'청송농부'
"제가 청송 태생이고, 청송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니까 '청송농부'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사과·복숭아 등 특산물을 재배·가공하면서 영역을 점점 확대하고 있습니다."
'청송농부' 최주석 대표는 농장을 물려받은 승계농은 아니다. 대학에서 설계를 전공하고 서울의 대형 설계회사에 다녔다. 이직을 결심하고 사표를 낸 뒤 세계여행을 하던 중, 모친의 병환을 계기로 청송으로 돌아왔다. 그 후 결혼을 하고 1천 평으로 농사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2만평으로 불어났다.
"처음에 저는 농사만 했고 가공은 아내가 했어요. 사과, 비트, 당근이 들어간 ABC 주스를 전국에서 최초로 착즙을 시도한 게 저희들입니다. TV에서 붐은 일어났지만, 당근과 비트 살균이 까다로워서 공장 제조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을 때였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불량이 나서 결국 손해를 봤지만 많이 배웠습니다. 그 실패를 기틀 삼아 ABC주스, 사과당근주스, 어흥주스 등이 나오게 됐죠"라고 회고했다.
청송농부는 2015년 설립됐다. 청송농부는 꾸준히 신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지금 제품으로만 30개가 넘는다.
'청송농부'에서 생산하는 사과 관련 제품들.
"잘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지만, 저희는 계속 제품 개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청송농부는 여기서 운영하고 있지만 전국 단위로 싸우고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바이쫀득쿠키' 유행에도 저희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대기업에 납품하던 업체가 처음에는 저희한테 납품하겠다고 왔었어요"라고 말했다.
최 대표 부부는 사업영역을 확장해 여러 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청송농부는 착즙 주스를 주로 하는 브랜드이고, '금자네'라고 돌아가신 어머니 성함을 딴 브랜드도 있습니다. 이건 고춧가루, 참기름, 미숫가루 등 어머니들이 아들에게 줄 만한 농산가공품을 취급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모찌당이라고 떡 브랜드가 있고, 압구정 목장이라고 유제품 브랜드, 링컨 디저트라고 베이커리 디저트가 있어요. 요즘 지역 특성을 담은 빵이 뜨고 있는데, 저희가 노하우가 쌓이면 청송 사과빵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소노벨 청송을 지나 주왕산을 향해 가다 보면 왼쪽에 '청송농부'의 노란색 공장·창고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청송농부' 브랜드 마케팅을 하면서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 최 대표가 직접 출연하는 영상을 자주 올리는데 팔로워가 20만 정도 된다고 한다. 주왕산 관광을 온 사람들 중에 영상에서 본 노란 공장건물을 보고 찾아와 인증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다.
"앞으로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품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아, 청송농부' 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청송에도 복합농이 점점 많아지는데, 여러 가지 농산물 가공을 함께 하는 게 저희 꿈입니다."
글=김광재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공동기획 - 청송군청>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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