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갤러리동원 앞산에서 만난 김윤종 작가는 "사람들에게 위안이나 안정감, 평화를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혁준 기자
땅에서 올려다본 청명한 하늘에 뭉게구름이 피어 있다. 시점을 높여 내려다본 하늘에는 구름이 바다처럼 넓게 펼쳐지고, 그 사이로 작은 길 하나가 나 있다. 팔공산에서 바라본 밤하늘을 담은 화면에는 조각별이 가득하다. 하나의 색을 띠거나 여러 색을 품은 별들은 모양도 제각각이다.
김윤종 작가 초대 개인전 '푸른 문장'이 갤러리동원 앞산에서 오는 23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하늘과 구름을 소재로 이어온 작업과 별을 통해 표현한 밤하늘을 만날 수 있다.
최근 작업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시점이다. 땅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던 시선이 구름 위로 올라갔다. 높아진 시점에서 바라본 구름은 한층 웅장해졌고, 산맥이나 설경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비행기 안이나 산 위에서 본 풍경이 작업의 출발점이다.
김윤종 작. 갤러리동원 앞산 제공
지난 9일 갤러리동원 앞산에서 만난 김 작가는 "예전엔 낮은 땅에서 하늘을 쳐다보는 개념이었다면, 요즘은 내가 하늘로 올라가서 하늘을 보는 구성을 많이 한다"며 "앞산 고산골에서 올라갔다 내려오며 바라본 대구 시가지, 유럽의 산악 지역과 비행기에서 마주한 구름이 소재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늘 위에서 보니까 산수화 같았다"며 "지구상에 있는 삼라만상의 형태나 구성이 하늘에 다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구름 사이에는 길처럼 보이는 공간도 있다. 작가는 그 길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관람객이 자유롭게 상상하도록 열어뒀다.
김 작가는 2007년 개인전에서 하늘을 소재로 한 작업을 처음 선보였다. 그 바탕에는 어린 시절 하늘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었던 기억이 있다. 그는 "경북 영양의 산골에서는 앞뒤가 다 산으로 막혀 있고, 뚫린 데는 하늘밖에 없었다. 친구들과 구름 그림자를 따라 달리기도 하고, 동구 밖 바위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 일상이었다"며 "울다가도 하늘을 보고 그칠 수 있었고, 기분이 아주 좋은 날에도 하늘을 보며 즐거워했다. 갈등하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그런 감정을 해소하는 게 하늘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하늘을 표현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구름의 물성이다. 여러 차례 붓질로 물감을 쌓으면서도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도록 한다. 그는 "구름이 구름다운 물성을 갖게 하는 게 목적"이라며 "오늘 작업한 것을 말리고 다음에 다시 올릴 때 붓에 묻어가는 물감의 양을 조절해야 이런 질감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종 작. 갤러리동원 앞산 제공
밤하늘 작업은 팔공산 작업실에서 바라본 별에서 시작됐다. 낮의 하늘을 구름으로 표현했다면 밤하늘에선 별을 택했다. 먼저 캔버스에 여러 색과 붓질로 추상화를 그린 뒤 별로 남길 자리에 종이를 붙인다. 나머지를 어둡게 덮고 종이를 떼면 밑에 있던 색이 별로 드러난다. 그는 "별 하나하나를 보면 똑같은 색이 없다"며 "종이 하나를 붙이는 곳이 별의 위치가 되기 때문에 어떤 색을 나타낼지 생각하면서 붙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앞으로 낮하늘과 밤하늘 작업을 병행할 계획이다. 그는 "기존 작업에는 추상적인 요소를 더하고, 밤하늘 작업에서는 설명적인 요소를 덜어내고자 한다"며 "각자의 경험과 기억으로 상상할 수 있는 하늘의 이미지를 더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권혁준
영남일보 권혁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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