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한복판에서 반도체 웨이퍼 모양의 위촉패와 갓 끓여낸 듯한 대형 컵라면 모형이 사람들의 발길을 멈춰 세웠다. 지난 9일 코메디언 이선민씨의 경북 구미시 홍보대사 위촉식 진풍경 현장이었다. 그가 손에 쥔 '웨이퍼와 컵라면'은 구미의 두 가지 얼굴인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의 자부심과 '구미 라면축제'를 직관적으로 융합한 상징물이다. 구미는 반세기 넘게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엔진으로 묵묵히 굴러왔으나 웅장한 기계음과 거대한 공장만으론 대중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따뜻한 매개체를 만들지 못했다. 회색빛 공업도시라는 고착된 이미지에 균열을 내면서 문화와 먹거리, 낭만이 숨 쉬는 친근한 도시로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구미의 행보가 이채로운 이유다.
오늘날 청년들이 삶의 터전을 선택하는 기준은 정량적인 생산과 수출 수치에 머물지 않는다. 퇴근 후 일상의 피로를 씻어줄 골목길의 온기, 소소하지만 유쾌한 문화적 결이 도시의 진짜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구미시가 이씨를 홍보대사로 발탁한 것은 숏폼과 유튜브에 익숙한 MZ세대에게 구미의 내밀한 모습을 빠르고 친근하게 전달하려는 '핀포인트(Pin-point) 브랜딩' 전략이다. 홍보대사 위촉의 진정한 성패는 지속성에 달려 있다. 일회성 이벤트나 사진 촬영용 행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땀 흘리는 청년 노동자들의 담백한 삶, 낙동강변의 다채로운 사계절, 금오산에 얽힌 수많은 서사들이 지속 가능한 콘텐츠로 연결될 때 가능하다. 청년 유입과 지역 활력 지수라는 실질적인 체감 변화이다. 스스로 찾아와 머무르고 싶은 도시는 '그곳에 사는 시민들이 품은 삶의 이야기' 속에서 완성될 것이다.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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