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원 경북본사 부장
예천에는 두 개의 인구 시계가 돈다. 하나는 앞으로 가고, 다른 하나는 뒤로 간다. 경북도청신도시가 들어선 호명읍은 사람이 늘었다. 반면 예천읍과 농촌 10개 면에서는 사람이 줄고 있다.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하다. 호명읍 인구는 2020년 1만9천193명에서 2025년 2만974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예천읍은 1만4천801명에서 1만3천494명으로 감소했다. 나머지 10개 면도 2만1천619명에서 1만9천419명으로 2천200명이 줄었다.
정부가 보는 예천에는 또 다른 숫자가 있다. 2016년 경북도청 이전 이후 급증한 군 전체 인구다. 4만6천166명이던 인구는 2022년 5만5천755명까지 늘었다. 신도시는 예천을 바꿨고, 그 성장은 분명한 성과다. 문제는 그때의 성장이 오늘의 인구 현실까지 설명하고 있느냐다.
흐름은 이미 돌아섰다. 2023년 430명, 2024년 716명, 2025년 722명이 각각 줄었다. 지난해 말 군 인구는 5만3천887명이다. 최근 5년 연평균 인구증감률은 -0.84%다. 증평·진천·음성·완주·무안이 같은 기간 모두 증가한 것과 차이가 있다.
예천군이 오는 10월 인구감소지역 재지정을 앞두고 현행 평가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다. 5년·20년 인구증감률에 과거 신도시 조성 효과가 남아있어 최근 감소세와 읍·면의 위기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여기서 '신도시의 역설'이 생긴다. 지역을 살리기 위해 만든 신도시가 성장했고, 그 덕에 인구가 늘었다. 그런데 그 성공의 숫자가 기존 농촌지역의 소멸 위험을 가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신도시를 빼달라는 것도, 과거 성과를 지워달라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예천을 지금의 숫자로 봐달라는 요구다.
대가는 적지 않다. 예천군은 인구감소지역에서 제외되면서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원 기회가 연평균 약 80억원, 5년간 약 400억원 규모 차이가 난다고 분석한다. 아동수당과 지역화폐, 세제 혜택, 각종 정부 공모사업에서도 주민들이 체감할 차이가 생긴다.
그래서 안병윤 군수의 최근 행보가 눈에 들어온다. 취임 후 석 달도 되지 않아 두 차례 행정안전부를 찾았다. 지난 7월에 이어 9월에도 직접 올라가 인구감소지역 재지정을 비롯한 지역 현안을 설명했다. 행안부 교부세과장과 대변인 등을 지낸 경험을 예천의 현안을 설명하는 데 쓰고 있는 셈이다.
물론 두 번 찾아갔다고 제도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근거다. 예천이 특별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으로는 부족하다. 왜 군 전체 인구만으로 현실을 설명하기 어려운지, 신도시와 읍·면 간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현행 지표가 실제 소멸 위험을 얼마나 포착하는지를 정부가 납득할 수 있도록 보여줘야 한다.
중앙정부가 알아서 챙겨주기를 기다려서는 풀리지 않는다.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자료를 들고 찾아가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안 군수가 "정부 정책과 예산에 반영될 때까지 직접 찾아가 설명하고 끝까지 챙기겠다"고 한 것도 그래서 무게가 있다.
10월 재지정은 예천에 중요한 갈림길이다. 신도시의 성장은 계속 키워야 한다. 동시에 예천읍과 10개 면의 쇠퇴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어느 하나를 지우고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예천에는 지금 두 개의 인구 시계가 돈다. 정부가 하나의 시계만 보고 시간을 판단한다면, 예천의 진짜 위기는 또다시 숫자 뒤에 가려질 수 있다.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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