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10시쯤 추모객들이 경북 칠곡군 지천면에 있는 대구시 공설봉안당 제2추모의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민진 수습기자
대구지역 공공 봉안시설의 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자연장지' 제도가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배우자 합장과 사용기한, 유골 반출 등의 어려움을 이유로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 이용률이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서다. 가족 구성원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시민 인식 변화가 안정적 제도 안착의 관건으로 떠오른다.
8일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경북 칠곡군 지천면에 있는 대구 공설봉안당 제1·2추모의집에 안치된 유골은 모두 3만1천461기다. 안치 여력은 4기로 사실상 만장 상태다.
앞서, 대구시는 공설봉안당 안치 여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 8월부터 국가유공자(배우자) 및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제외한 일반 시민의 이용을 제한해 왔다. 하지만, 이용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봉안시설 포화 문제는 십수 년째 지속됐다. 이에 대구시는 봉안시설 포화 현상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지난해 1월부터 공설봉안당 인근에 친환경 장사시설인 '공설자연장지(2천500㎡·1만기 규모)'를 조성해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자연장지는 화장한 유골을 봉안시설에 안치한 것과 달리, 나무와 잔디 등의 주변에 묻어 장사를 지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공설자연장지에 안치된 유골은 44기에 그쳤다. 현재까지 9천여기나 비어있는 상태다. 같은 기간 공설봉안당에서 1천572기가 안치된 것과 비교하면 큰 대조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시가 공설봉안당에서 공설자연장지로의 유골 이전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적이 저조해 자연장지 활성화에 큰 고충을 겪고 있다. 대구시 어르신복지과 이승희 장사문화팀장은 "봉안시설 규모는 한정적인데, 안치 수요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봉안 시설 확충보다는 자연장지 이용을 권유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려 한다. 자연장지에 대한 여러 민원을 종합해 합리적인 안치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칠곡군 지천면에 조성된 대구시 공설자연장지 전경. 김민진 수습기자
시민이 자연장지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있음에도 봉안당을 지속적으로 선택하는 이유로는 '자연장 방식의 한계'가 꼽힌다. 보통 자연장의 경우, 흙과 유골을 합쳐 안장하기 때문에 사후 유골 반출이 어렵다. 사용기한도 30년으로 연장이 불가하다. 이에 더해 봉안당은 장례 구조상 부부 합장이 가능하지만, 자연장지는 이장과 유골 수거가 불가능해 사후 배우자와의 합장에 제약이 따른다. 대구 공설봉안당 제1·2추모의집과 공설자연장지를 위탁 운영 중인 <재>현대공원의 정찬호 수탁관리팀장은 "매일 50통에 달하는 문의 전화가 오는데, 대부분이 봉안당 관련 이야기다. 빈자리가 나올 때까지 대기하겠다는 이들도 있다"며 "내 가족을 모시는 공간적 여유와 용이성 등을 이유로 여전히 자연장지보다 봉안당에 대한 선호가 더 크다. 가족 단위 안치에 대한 애로사항이 발목을 잡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묘 시설에 대한 국민 인식 변화 속도가 더딘 것이 봉안시설과 자연장지에 대한 간극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을지대 이정선 교수(장례지도학과)는 "고급화된 봉안 시설 공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라며 "현재 시민들은 '지금'이 바쁘다고 생각하는 탓에 일상 속에서 죽음, 장례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이는 새로운 추모 방식에 큰 차이를 두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차츰 가족 구성원이 대가족에서 소가족으로 변화하고 있다. 무자녀 40~50대 부부와 미혼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장묘 방식에 대한 인식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달라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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