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포항 에코빌리지 최종 후보지 갈등...행정 절차와 역사적 가치 정면 충돌

  •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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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24 10:10  |  발행일 2026-09-24
신광면 반대 주민 “지역 문화적 가치 고려해야”
포항시 “적법 절차·경제성 고려 불가피”
포항에코빌리지 예상도. 포항시 제공

포항에코빌리지 예상도.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 에코빌리지(폐기물처리시설) 최종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북구 신광면 후보지를 둘러싼 포항시와 반대 주민 측의 공방이 극에 달하고 있다. 현재 포항은 신규 폐기물처리시설 건립 필요성에 따라 공모를 통해 북구 신광면과 남구 대송면 2곳을 후보지로 삼고 이들을 대상으로 최종 후보지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신광 포항폐기물처리시설(에코빌리지) 반대 주민대책위원회가 포항시 브리핑룸에서 사업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준혁기자

신광 포항폐기물처리시설(에코빌리지) 반대 주민대책위원회가 포항시 브리핑룸에서 사업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준혁기자

폐기물처리시설은 도시의 존립과 기능을 위해 불가결한 심장과도 같은 필수 시설이다. 그리고 시설의 특성상 입지 선정과 행정 절차는 환경적 측면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엄격한 법적 규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을 해석하는 주민과 시의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시설 건립의 불가피성과 적법 절차를 내세우는 시와, 지역의 역사적·환경적 특수성을 외면한 졸속 행정이라며 반발하는 신광면 반대 주민의 입장을 상세히 싣는다.



이지형 포항시 자원순환과장. 전준혁기자

이지형 포항시 자원순환과장. 전준혁기자

◆이지형 포항시 자원순환과장 "절차대로 최적의 입지 선정할 것"


이지형 포항시 자원순환과장은 폐기물 처리 시설 입지 선정 과정이 엄격하고 투명한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 과장은 "폐기물 처리 시설을 건립하려면 먼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쳐 후보지들을 상호 비교 평가한 뒤 입지를 선정하고, 최종 입지가 결정되면 비로소 부지 내에 측정 장비를 갖추고 까다로운 본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재해 관련 평가를 단계별로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주민들이 입지 선정 전에 모든 조사를 다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이 과장은 "부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십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발굴 조사나 본평가를 선행하는 것은 행정 시스템상 불가능하며 절차상·비용적 한계가 크다"고 선을 그었다. 최종 부지 선정 이후 더 까다로운 절차가 남아있으며,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본평가 과정에서 상수원 보호구역 등 환경청 협의를 통과하지 못할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거나 보완책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사업은 원천적으로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했다.


절차적 정당성과 관련해서는 "신광면 후보지인 흥곡1리 등의 신청은 동네 주민, 토지 소유주, 이장 등 법적 요건에 맞춰 70%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상적으로 접수된 것"이라고 밝혔다. 간접영향권 설정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는 반경 2㎞ 기준에 대해서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폐촉법)상 간접영향권은 환경적 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고 범위를 설정해 둔 개념일 뿐, 초기 공모 단계부터 인근 마을 전체의 동의를 강제하는 조항은 법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바로잡았다. 공모 방식에 대해 이 과장은 "시가 일방적으로 특정 부지를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주민 반발이 더욱 극심해지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방송 매체를 통해 수개월간 홍보하고 마을 회의를 찾아다니며 공모 절차를 거친 것"이라며 "무조건 멀리 지으면 운송 비용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청소차들이 도심과 원거리 도로를 오가며 오후 늦게까지 수거 작업을 해야 하는 등 주민들의 일상적 불편과 부작용이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포항시는 추석 이후 10월부터 간접영향권에 포함되는 12개 마을을 직접 찾아가 주민 설명회를 열고 호응도를 조사해 그 결과를 입지선정위원회에 일부 반영할 계획이며, 최종 부지 결정은 오는 12월로 예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새롭게 조성되는 에코빌리지는 모든 가연성 쓰레기를 철저히 소각하고 소각재와 도자기·타일 등 불연물만 매립하는 구조여서 과거처럼 냄새가 나고 파리가 끓는 환경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경주나 구미 등의 유사 시설을 주민들과 함께 직접 견학하고 오면 인식이 크게 달라지지만, 반대하시는 주민들은 설명회나 견학 자체를 거부하고 수개월 전 답변했던 민원 내용을 반복하며 대화를 닫아버려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순미 신광 포항폐기물처리시설 반대 주민대책위원장. <전준혁기자>

이순미 신광 포항폐기물처리시설 반대 주민대책위원장. <전준혁기자>

◆이순미 신광 포항폐기물처리시설 반대 주민대책위원장 "신광은 폐기물처리시설 입지 최악의 장소"


"어떻게 골라도 가장 최악의 장소를 골랐을까요?" 이순미 위원장은 당초 시설 건립에 찬성 입장을 보였었으나, 지역에 살고 있는 관련 업계 종사자의 구체적인 증언과 본인 스스로의 심층 조사를 거치며 강력한 반대로 돌아서게 된 경위를 상세히 털어놓았다. 이 위원장은 "처음에는 우리 동네 주민이 다녀온 견학 후기만 믿고 '냄새도 안 나고 기술이 좋더라'고 여겨 아무런 의심 없이 찬성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올해 5월 실제 쓰레기 처리 시설에 납품을 해본 경험이 있는 주민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실상을 알게 되면서, 내가 너무 알아보지도 않고 찬성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후 5월 말 면장 면담을 거치고 자원순환과 직원들과의 공방 과정에서 시 당국조차 해당 지역의 문화유산 실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대책위를 꾸리고 본격적인 방어에 나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신광면이 지닌 역사적·학술적 특수성을 조목조목 짚으며 후보지의 부당성을 고발했다. 이 위원장은 "후보지 인근은 국보로 지정된 포항 냉수리 신라비가 출토된 곳이며, 경상북도 기념물인 영일 냉수리 고분군 등 신라계가 아닌 고구려 양식의 대형 묘제 흔적이 산재해 있다. 고대 중국 진나라에서 하사한 청동 도장(진솔선예백장)까지 출토되는 등 지역 전체가 막대한 보물 창고이자 역사적 요충지"라고 했다. 이어 "이처럼 문화재가 밀집하고 지질학적·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에 부지를 덜컥 선정해 놓고 나중에 조사를 하겠다는 행정은 사실상 문화재 훼손을 방치하겠다는 탁상행정의 극치"라고 직격했다. 그는 "지금껏 밝혀진 내용만 보더라도 본평가에서 탈락할 것이 뻔한데, 절차적 정당성만 내세워 강행하는 것은 오히려 시간 낭비이자 세금 낭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약 사업이 강행된다면 매일 현장을 지키며 문화재 훼손과 발굴 현장을 사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내비쳤다.


근본적인 대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유럽이나 일본의 선진 사례를 보면 무조건 거대한 소각장을 짓는 대신 가정마다 지렁이 퇴비화 상자를 보급하거나, 재활용 분리수거를 수십 단계로 철저히 세분화해 소각할 쓰레기 자체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방식을 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지자체가 안 하니까 우리도 안 한다는 무사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포항시가 선도적으로 시민 교육과 훈련을 통해 지속 가능한 친환경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위원장은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 주민들은 마치 5년이라는 세월을 농축해서 겪어내듯 극심한 고통과 피로 속에 살아가고 있다"며 행정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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