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026년 8월 발간한 '국립치의학연구원 후보지 선정 평가지표 및 기준마련 연구' 보고서. 영남일보 독자 제공.
국립치의학연구원 후보지 선정 평가지표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바로 연구기관 설립 목적과 평가항목 간 불균형이다. 치의학 연구·산업 기반보다 교통 접근성과 정주 여건에 높은 가중치가 부여됐고, 당초 포함됐던 치과산업 현황마저 평가 대상에서 빠졌다. 연구개발부터 임상, 사업화까지 연계할 수 있는 대구의 산업 생태계가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21일 영남일보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국립치의학연구원 후보지 선정 평가지표 및 기준마련 연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후보지 평가항목 9개 중 교통 접근성 가중치(16.8%)가 가장 높았다. 정주 기반(16.5%)과 지역 성장 가능성(14.7%)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치의학 연구 환경은 14.3%, 국가균형발전은 5.5%에 그쳤다. 교통 접근성에 부여된 비중이 균형발전의 3배를 웃도는 셈이다.
교통 접근성 세부 기준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보고서는 후보지에서 가장 가까운 KTX역과 공항, 고속도로 나들목(IC)까지 걸리는 시간을 각각 5단계로 나눠 평가하도록 했다. 부지 반경 500m 이내 도시철도역과 버스노선 수도 점수에 반영한다. 충남 천안의 후보지가 천안아산역과 가까운 점을 고려하면 특정 지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대구 의료계 주장이다.
지역 성장 가능성 평가에는 최근 5년간 인구 증감률과 지역내총생산(GRDP) 연평균 증가율이 포함됐다. 인구 감소와 경제성장 둔화를 겪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지역낙후도를 평가하는 균형발전 항목은 전체 가중치에서 가장 비중이 낮았다. 이에 성장 여건이 좋은 지역을 고평가하면서 낙후 지역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평가지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보고서를 보면, 초기 평가안에 포함됐던 치과산업 현황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최종 항목에서 빠졌다. 치과 관련 기업 수와 매출 규모 등 지역 산업의 집적 수준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사라진 셈이다.
국립치의학연구원 후보지 평가항목과 가중치 산정 방식, 입지 선정 절차 등이 담긴 연구보고서 주요 내용. 영남일보 독자 제공.
이에 대해 연구 수행기관은 "전국 단위 통계로는 지역별 산업 현황을 구분하기 어렵고, 산학연 협력체계 평가에 산업체와의 협력이 포함돼 있어 평가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구 의료계는 기업과 연구기관의 집적도, 생산 기반, 기술사업화 역량을 별도로 살펴야 국책연구기관의 입지 경쟁력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정주 기반에서도 초안에 있던 교육환경이 빠졌다. 보고서는 학교 수가 지역 인구 규모를 대변하는 지표일 뿐, 우수 연구인력 유치와 직접적인 관련이 낮다는 자문 의견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대신 노후주택 비율과 주택 증가량, 의료기관 접근성, 생활편의시설 등이 평가 요소로 제시됐다.
대구 의료계는 기존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치과대학, 병원, 의료기기 기업을 연결하는 연구·산업 기반이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취지에 맞게 평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연구 성과를 실제 제품 개발과 사업화로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이 입지 선정에서 충분히 반영되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보고서의 가중치와 점수 산출기준은 정부가 확정한 최종 배점은 아니다. 연구진도 입지선정위원회가 항목별 비중과 적용 방식을 최종 결정하도록 권고했다. 향후 정부가 연구용역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반영하느냐에 따라 공정성 논란의 향방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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