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비치로드는 2010년에 조성을 마쳤다. 제2전망대에서 제4전망대까지 이어지는 데크로드는 저도 비치로드의 백미로 꼽힌다.
구산면은 삼면이 바다라 구산반도라 불린단다. 산세가 거북이 같이 생겼고, 거북이는 바다로 들어가는 형국이라 거북이 구(龜), 뫼산(山)자를 써서 구산이다. 거북이가 가려는 바다는 남해다. 멀리 커다란 거제도가 마주보며 펼쳐져 있어 잔잔한 남쪽 바다다. 몇 개의 터널을 지나 잔뜩 쪼그라든 동공으로 포구마을들을 지난다. 길 가에는 굴 구이, 조개구이, 홍합 등을 선전하는 가겟집들이 이 고장의 특산품을 알려준다. 몸과 마음을 붙잡는 낯설고 매혹적인 포구들을 애써 경계하면서, 마치 멈춘 듯 느린 거북이를 앞지르듯 서둘러 바다로 간다.
구산반도와 저도 사이에는 두 개의 다리가 걸려 있다. 왼쪽은 저도 콰이강의 다리 스카이워크, 오른쪽은 신 저도연륙교다.
저도 콰이강의 다리 스카이워크. 1987년에 설치된 철제 트러스교로 현재는 보행자 전용 다리다. 영화 '인디언 썸머'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 섬의 관문, 저도 연륙교
구산반도의 남쪽 바다에 저도(猪島)가 있다. 돼지 섬이다. 섬의 지형이 마치 돼지가 누워 있는 모습이라 한다. 구산반도와 저도 사이에는 두 개의 다리가 걸려 있다. 세월의 흔적을 가진 붉은색 다리는 1987년에 설치됐다. 길이 170m, 폭이 3m인 철제 교량이다. 태국을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나오는 철교와 닮았다고 해서 '저도 콰이강의 다리'라 불린다. 이 다리는 2001년 노효정 감독의 영화 '인디언 썸머'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포스터 카피가 '우리가 사랑한 시간, 너를 보면 나 살고 싶다'였다. 다소 오글거리지만 충분히 진실이다. 믿기 어렵지만 예전에는 이 좁은 다리에 승용차가 다녔다고 한다. 이제 이 다리는 사람만 건널 수 있다. 콘크리트 상판 일부를 걷어내고 강화유리를 깔아 '저도 콰이강의 다리 스카이워크'로 재탄생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손을 잡고 건너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옆의 흰 다리는 2004년에 건설된 신 저도연륙교다. 새로운 다리는 창원시의 시조인 괭이갈매기를 형상화했는데 날개 같은 하얀 아치 리브가 특징이다. 길이는 182m, 폭은 13m, 왕복 2차로와 인도가 나란하다. 다리는 밤에 빛을 발한다. 광케이블 조명이 설치돼 있어 시간과 계절별로 모습을 달리한다. 연륙교 남단 좌우에 큰개마을, 복지개마을 등이 있는데 식당과 찻집 등이 대부분이라 마을이라 하기는 적당하지는 않다. 여기서부터 약 1㎞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띄엄띄엄 건물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리고 굽어져 내려서는 도로 끝 오목한 만에 하포마을이 자리한다. 저도의 유일한 마을이다. 조용하고, 주차된 차들이 많다. 아낙들은 길가 그늘에 앉아 말린 홍합을 판다. 저도의 전체 인구는 30여 세대 100명이 채 안 된다고 한다.
저도 비치로드의 첫 구간은 숲길로 흙길 또는 야자매트로 잘 정비되어 있다. 울창한 숲에서 바다는 드물게 나타나지만 곧 샛길이 바다로 인도한다.
해변의 오솔길을 따라 반달 같은 모래밭에 닿는다. 금세 바다가 물러났는지 모래는 젖어 있다.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고 파도가 없어 고요하다.
저도 비치로드 첫 구간의 숲길에서 샛길로 내려서면 해변길이다. 저도 연륙교의 하얀 아치형 리브가 가깝게 보인다.
◆ 저도 비치로드
섬 북편에는 해발 202m의 용두산(龍頭山)이 솟아 있다. 해안선 길이는 10㎞, 북동쪽 해안은 경사가 완만하고 남서쪽 해안은 작은 배도 댈 수 없을 만큼 가파른 해식애를 이룬다. 그 가파른 절벽을 따라 저도 비치로드가 조성되어 있다. 길은 하포마을 포구에서 시작된다. 3개의 코스가 있는데, 1코스는 제2전망대에서 산을 가로지르는 3.7km 길로 가장 짧다. 2코스는 해안 데크로드가 완성되면서 새롭게 생긴 코스로 제4전망대에서 산 능선을 타고 돌아오는 4.65㎞의 길이다. 3코스는 6.35㎞로 용두산 정상이 포함되어 있다. 1코스 끝에서 2코스가 시작되고, 2코스 끝에서 3코스가 시작되어서 마음 가는 대로, 체력이 허락하는 대로 가면 된다. 코스를 따르지 않아도 그만이다. 예를 들자면 오늘의 나는 4개의 전망대만 가질 참이다. 포구의 남쪽 끝이 비치로드 입구다. 이제 막 그 해변에서 물러나온 사람들이 터덜터덜 스쳐지나간다. 체력은 소진되고 영혼은 침잠한 듯 모든 사람들이 서로 닮아 있다.
비치로드의 첫 구간은 숲길이다. 울창한 숲에 가려 바다는 드물게 나타나지만 곧 샛길이 바다로 인도한다. 해변의 오솔길을 따라 반달 같은 모래밭에 닿는다. 금세 바다가 물러났는지 모래는 젖어 있다.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고 파도가 없어 고요하다. 다시 숲길에 올라 빠른 다리로 걷는다. 길이 잘 나 있어 숲은 살갑지만 경사진 야자매트에서 서너 번 훌쩍훌쩍 미끄러진다. 발가락으로 땅을 움켜쥐듯 꽉꽉 힘주어 나아간다. 그렇게 1.5㎞를 가면 제1전망대다. 다도해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왼쪽으로 쇠섬과 고래머리를 닮은 구산반도의 남서쪽 끝자락 해안절벽이 가깝고 그 사이로 창원 불모산이 보인다. 정면에는 거제도가 지척이고 오른쪽 먼먼 곳에 통영과 고성이 아득하다.
바닷가 암초 위에 제2전망대가 놓여 있다. 바다는 확 트여 있고, 멀리 가덕도 연대봉과 거제 대봉산 능선이 멀리 밀려난다.
제2전망대까지도 숲길이다. 얕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고 나무 사이로 바다와 섬이 숨바꼭질한다. 허물어진 집이 있다. 군데군데가 부서져 콘크리트 뼈대만이 과거를 알려주는 폐허다. 숨어살기로 작정한 이의 집이었을까, 이 섬에서 밤을 지키던 파수꾼의 처소였을까. 그로부터 느슨한 오솔길이 바다로 열려 있다. 이 작은 해변을 납다울이라 부른다는데 의미를 알 수 없다. 집 주인은 때때로 이 바다에 섰을 테지. 거울처럼 투명한 바닷물을 보려고, 흰 물살을 일으키는 어선을 향해 손을 흔들려고. 이제 짧은 오르막을 치고 오르면 저 아래 바닷가 암초 위에 제2전망대가 놓여 있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 기분이다. 바다는 확 트여 있고, 멀리 가덕도 연대봉과 거제 대봉산 능선이 멀리 밀려난다.
제2전망대에서부터 제3 전망대를 거쳐 제4전망대까지는 0.95㎞의 데크로드다. 이따금 그늘이 있을 뿐 내내 햇살이 뜨거웠다.
제3전망대. 은하수 같은 양식장의 부표들, 멀리서 소리도 없이 움직이는 배들, 바다건너 섬과 산군들이 무한으로 펼쳐진다.
여기서부터 제3 전망대를 거쳐 제4전망대까지는 0.95㎞의 데크로드다. 섬의 무릎께에 놓여 자주 말간 종아리가 드러나는 자리다. 가지를 뻗은 해송과 도토리나무들이 길 위에 성긴 그림자를 내려놓는다. 걸음걸이가 부드러워지고 움직임은 보다 안정감 있지만 커다랗고 눈부신 전망에 약간 억눌리는 기분으로 터덜터널 걷는다. 아, 이 바다를 본 사람들이 왜 그리 터덜터덜 스쳐 지나갔는지 알 것 같다. 목덜미를 달구는 여름의 햇살과 이마를 스치는 가을의 바람, 무한하고 신선한 공기에 뒤덮여 녹아내릴 것만 같다. 잠시 멈추어 내려다본다. 절벽 아래 돌 틈 사이에 점점이 고인 바다가 반짝거린다. 송곳으로 부순 얼음 같고, 누군가가 부주의하게 쏟은 다이아몬드 같다. 아름다운 허상, 본적 없는 반짝임이다. 양식장의 부표들이 은하수처럼 곱다. 아주 멀리서, 소리도 없이 천천히 움직이는 배들이 친절하게 느껴진다. 돌아서는 길, 아이들이 토끼처럼 앞질러 달아난다. 이 길에서 여전히 명랑한 것은 아이들뿐이었다. 돌아보니 꿈같다.
글·사진=류혜숙 전문기자 archigoom@yeongnam.com
>> 여행정보
45번 중부내륙고속도로 창원방향으로 간다. 칠원 톨게이트로 나와 내서분기점에서 통영, 내서 방면으로 간 뒤 삼거리에서 통영, 시청방향 좌회전해 약 200m 직진 후 통영, 상곡 방면으로 우회전해 5번 국도를 타고 간다. 내포교차로에서 내포리, 저도연육교 방향 오른쪽으로 나가 신촌마을 쪽으로 좌회전해 직진, 회전교차로에서 구복리, 심리 방면 3시 방향으로 나가 직진, 반동삼거리에서 우회전해 계속 직진하면 저도 연육교와 일명 콰이강의 다리가 보인다. 다리건너 직진하면 하포마을이다. 하포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저도비치로드가 시작되면 화장실이 없으니 미리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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