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 발매 이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투어스(TWS)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후렴구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내겐 첫 만남보다 헤어짐이 더 어렵고, 그 무게도 훨씬 무겁게 와 닿는 것 같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라는 노사연의 '만남'부터, "이제는 우리가 서로 떠나가야 할 시간(…) 시간은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주겠지"라며 아쉬움을 달래던 015B의 '이젠 안녕'까지. 만남과 헤어짐을 노래한 곡은 수없이 많다. 이토록 만남을 이야기하는 노래가 많은 까닭은, 늘 아쉬운 헤어짐이 진한 여운과 함께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아끼던 후배가 퇴사했다. 열두 살이나 어렸고 사회초년생이었지만, 배울 점이 참 많은 친구였다. 일도 똑부러지게 잘했고 밝은 성격에 매사 배려심이 깊었다. 궂은 일에도 늘 솔선수범이었다. 깍듯하기까지 해 만나는 이들마다 웃음짓게 할 만큼 싹싹함이 남달랐다. 함께한 시간은 1년 남짓이지만 2주간 출장에 동행하며 더욱 진가를 알았고 정이 흠뻑 들어버렸다. 후배는 자주 놀러 오겠다는 인사를 남긴 채 씩씩하게 떠났다.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보니 한동안 내 옆구리는 꽤나 허전할 것 같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세상의 섭리를 알 만한 나이도 됐건만, 이별은 늘 낯설고 먹먹하기까지 하다. 학창시절,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뿔뿔이 흩어진 반 친구들은 물론 시간표까지 그리워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마저 너무나 쉽게 소비하고 맺고 끊는 경향이 짙어진 것 같다. 어차피 스쳐 지나갈 인연이라며 지레 선을 긋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내어주지 않는 것을 현대인의 영리한 생존술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후배가 가르쳐 준 따뜻함은, 삶을 지탱하는 큰 힘이 '마음을 내어주는 다정함'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최근 많은 이들에게 애틋한 이별의 감정을 안겨줬던 부산 북항 상어 '부캉이'를 봐도 그렇다. 온·오프라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아쉬워했던 이유는, 부캉이가 머무는 동안 나눴던 교감이 우리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했는지 알기 때문일 것이다.
만남의 끝은 이별이라는 사실이 관계의 가치를 퇴색시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언제든 헤어질 수 있기에,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의 순간에 더욱 진심을 다하게끔 한다. 누군가에게 쏟았던 애정과 배려는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헤어짐은 인연의 끝이 아니다. 서로의 앞날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관계로 성숙해가는 시간이다. 후배의 눈부신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옆구리의 시린 허전함은 그만큼 우리의 만남이 따뜻하고 눈부셨다는 방증이기에 기꺼이 감내해 보려 한다.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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