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성면 대원1리 서정구 이장이 마을 소개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박용기기자
"TV가 안 나온다거나 화장실이 막혔다고 하면 제일 먼저 저를 찾아요. 시골에서 이장들이 하는 일이 다 비슷하지요. 주민들의 소소한 불편을 해결해 드리는 겁니다."
경북 구미시 옥성면 대원1리 서정구(63) 이장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의 해결사다. 주민 대부분이 고령인 농촌에서 이장의 역할은 행정업무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 집 안의 작은 고장부터 마을의 오랜 숙원사업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드물다.
서 이장은 2008년 구미공단에서 직장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부모님을 모시며 농사를 짓기 위해서였다. 다음해 주민들의 권유로 이장을 맡은 것이 올해로 18년째다. 지금도 복숭아 농사 등을 지으며 마을 일을 챙기고 있다.
대원1리는 6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농촌마을이다. 서 이장에 따르면 주민의 약 70%가 70세 이상이다. 과거 교직에 종사하는 인물을 여럿 배출한 것도 마을의 자랑거리다.
서 이장이 이장을 맡으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은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이었다. 농로와 농수로 정비를 비롯해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촌의 기반시설을 하나씩 개선해 나갔다.
대표적인 사업이 소형 LPG 배관망 구축이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농촌에서 개별 난방에 의존해야 하는 주민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추진했다.
서 이장은 "처음 마을에 들어왔을 때부터 어르신들의 난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다"며 "지금은 공동 LPG 저장탱크에서 각 가정으로 가스를 공급받아 난방을 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마을에 하수관로와 공동 하수처리시설도 갖췄다. 가정마다 사용하던 개별 정화조를 대신해 생활하수를 모아 처리하는 방식이다. 마을 산책로와 경로당을 정비하고 회관 앞에 야외무대도 설치했다. 이곳에서는 주민들이 노래를 부르고 마을행사를 열며 함께 어울린다. 앞선 세대가 마련한 마을 공동 찜질방도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옥성면 대원1리 서정구 이장이 마을 표지석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용기기자
서 이장은 "농촌에 살더라도 도시에서 누리는 기본적인 생활 편의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동안 추진한 사업에 보람을 나타냈다.
주민 건강을 챙기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구미대학교에서 파크골프를 배우고 있는 그는 배운 내용을 주민들과 나누고 있다. 옥성면 4개 마을이 참여하는 건강마을조성사업에도 함께해 주민들과 일주일에 두 차례가량 저수지 주변을 걷고 파크골프를 즐긴다.
그가 앞으로 가장 기대하는 사업은 대원저수지 주변 산책로 확충과 현재 추진 중인 햇빛소득마을 조성이다. 저수지 주변을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가꾸기 위해 지역 정치권에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최근 1천㎾ 규모 수상형 태양광 발전사업 대상지로 조건부 선정된 햇빛소득마을 사업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등 후속 과제가 남아 있지만 사업이 본격화되면 마을의 새로운 소득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 이장은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면 마을에 일정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어르신들이 많은 만큼 그 수익으로 공동급식시설을 운영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18년 동안 이장 일을 하면서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민 편의를 우선하다 보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충분히 의견을 나누지 못한 적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주민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전에 충분히 논의했으면 더 좋았을 부분도 있다"고 했다.
언제든 적임자가 나타나면 이장 자리를 물려줄 생각이라는 서 이장은 이장이라는 직책보다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주민들에게 봉사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갈 것"이라며 "어르신들이 불편 없이 지내실 수 있도록 작은 일부터 챙기겠다"고 말했다.
박용기
경북부에서 구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용기 있게 묻고, 진실하게 기록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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